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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Dec 24. 2022

오늘의 운세, 보시나요?

- 치열恨 sssssssul / 누구에게나 인생은 녹록치 않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고, 아니다. 그 전에도 주구장창 보는 것이 신문(방송인터뷰 자료 서치하느라)이었으니, 운세는 작가 시절에도 끊임없이 봤던 듯 싶다. 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작가 시절에는 딱 내 운세만 보고 길흉화복을 짐작했다면, 공무원인 지금은 나와 같은 띠, 다른 해 같은 띠의 운세나 그 외의 운세까지 두루두루 본다는 점. 왜냐하면, 이게 운세도 통계학이니까, 정확도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나름 가늠하는 잣대랄까? 뭐, 이 역시도 딱히 과학적이진 않음이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오늘의 일진을 살펴보는 운세 애독자 중 애독자가 바로 나다. 하나 덧붙이자면, 뭐, 그렇다고 운세는 말 그대로 운세일 뿐, 그저 하루를 여는 하나의 조언일 뿐, 이를 절대적으로 신봉치는 않는다. 단지, 호재가 있다면, 그 주에는 로또 한 장을 구입한다든지(이 역시도 게으른 탓에 잘 실천하진 않는다.), 악재가 있다면, 몸을 좀 사려야지,,, 라는 마음을 먹는다는 것 뿐이다.  

   

12월 어느 날 아침,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다.      


“엄마 왜?”

“응, 오늘 날씨도 춥고 해서 길 다닐 때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말고 조심해 다니라고,,” 

“아유~ 엄마나 조심해서 다녀~”     


신새벽부터 엄마에게 전화가 오는 이유는 바로 꿈자리가 사나워서임을 짐작하고 있다.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오늘의 운세를 보는 심리와 비슷하다.   

  


12월 어느 날 나의 운세

“나와 관련 없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는 듯해요.”
“천국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려보자.”
“완벽한 결과를 구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듯.”     


 오늘의 운세이다. 운세를 보고, 엄마의 전화를 받고 난 뒤, 자동차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운세가 맞나? 엄마의 사나웠던 꿈자리의 예언이 이 일인가? 싶은 마음이 앞선다.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면? 사실 나에게 차는 굴러가는 이동 수단일 뿐이기에, 그다지 내 관심 밖의 사물임이 확실하다. 자동차 점검 결과, 12년 동안 동거동락 했던 차와 안녕을 고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무슨 차를 사야 할지, 할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신차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데, 중고를 알아봐야 하나? 아,, 정말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나와 관련 없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는 듯 해요.” 

이 운세가 맞는 듯하다.     


 새 차를 뽑아야 하니까, 이왕이면 이번엔 좀 사고 싶었던 차로 사 볼까? 준준형 정도 차만 몰았으니까, 이제 중형으로, 아니면 SUV, 아니면 갖고 싶어 노래를 불렀던 미니쿠페? 

생각만으로도 “천국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음,,, 이 운세도 맞는 듯하다.     


차를 구 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여기저기 전화로 도움을 요청한다.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데, 좀 빨리 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 내 친구가 출고하는데서 일하는데 함 전화해 보께~”

다시금 걸려 온 전화, 

“아, 그 친구가 신청해 놓은 차량을 쪼금 일찍 출고하는 정도란다. 누부야~ 미안.”     


“언니야~ 언니가 문의한 차말이다. 딜러가 그라는데, 

 신모델 출시 예정이라 1년 뒤에나 구입이 가능하단다. 다음 모델 나오면 연락준단다. 미안~”     


“완벽한 결과를 구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듯.”,,, 

이 운세도 맞는 듯 싶다.    




 나란 인간은 ‘바넘 효과(Barnum Effect)’ 의 완벽한 예시로 내놓을 수 있을 듯 싶다.     

바넘 효과,,,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이 용어는 과거 미국의 서커스 단장이었던 테일러 바넘이 서커스 공연에서 사람의 성격을 맞추는 묘기를 선보인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통용될만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던지면, 왠지 그 얘기가 내 얘기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일종의 트릭을 사용했던 것이다.     


 사실, 오늘의 운세, 혈액형, MBTI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운세나 혈액형, MBTI 속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내 주변 인간관계, 건강, 성격 등 누구나 매일같이 신경 쓰고 살아가고 있는 일들이기에, 어떤 부분이든 끼워 맞추면 내 이야기화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운세, 그게 맞겠어? 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맞아야만 운세인가?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함은 조금이나마 씻어주고, 좋은 일엔 희망을, 불운한 일엔 주의를 기울인다면 뭐, 오늘의 운세를 보는 1-2분 동안 나름 하루를 열어가는데 한 번쯤 각성효과를 주고, 각자의 염원을 그 속에 실어보면서 나름의 위안을 받으면서 또 치열한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 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은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미정이 이런 말을 한다.     

“한 번도 채워진 적 없고, 거지 같은 인생에, 거지 같은 인간들, 다들 잘난 척 아무렇게나 쏟아지는 말, 말, 말,,,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이 트여도 살 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에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또 하루가, 또 한 해가 넘어가고 있다. 매번 열심히 하루를, 한 해를 살아가고 있지만, 왠지 나 혼자 뺑이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 인생만 왜 이렇게 힘든가,,,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에게나 인생은 녹록치 않다. 다 똑같다. 누구나 뺑이치며 살고 있고, 힘겹게 살고 있다. 입 밖으로 소리내 말하지 않을 뿐.    

 

 P.S. / 1분 오늘의 운세를 보며 하루를 각성하고, 숨통 채워줄 일 5분만 채워보아요. 그래도 안 되면, 뭐, 들이 받는 수 밖에! 올 한해도 치열했던 인생아! 돌격할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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