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에 지는 별 Mar 20. 2024

사랑과 이별은 같은 가슴에 묻는다

영화 랜드 후기

갑작스러운 총기사고로 아들과 남편을 잃고 세상에서 살 수가 없어 자신의 마지막 삶은  세상과 고립된 오두막을  선택한 이디.


산속의 생활에 대한 아무런 경험도 없는 그녀에게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고 죽을 위험에 처해 있던 그녀는  사냥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미겔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되고 이후 미겔은 그녀가 산속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에 들이지 않았던 이디는 조금씩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가끔씩은 미소를 짓기도 하면서 이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미겔은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그녀의 오두막을 떠난다.  계절이 바뀌어도 오지 않는 미겔을 이디는 오랫동안 기다린다.  그러다 미겔이 부탁한 개와 함께 미겔을 찾으러 산을 내려간다.  미겔의 집에 도착한 이디는  갑작스럽게 발견된 병으로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미겔을 마주한다.  


서로에게 고마웠다는 인사를 하고 그들이 각자 가족을 떠나보내고 살아온 삶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그리고 이디는 미겔이 자신에게 준 휴대폰으로 자신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우리는 인생을 살다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때 그 상처로 인해 마음에 장애가 생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물론 그런 사람 중에 나 자신도 포함한다.


사람들은 종종 말했다.  언제까지 과거에 매몰되어 있을 거냐고, 이제는 거기서 나와야 하는 시간이라고 이야기하곤 했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헤치고 나와야 하는 시간을 타인이 정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났었다.


아마도 이디 또한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왜 힘들어하는 자신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지, 왜 자꾸 그만 잊으라고 하는지 그들의 말과 마음이 그녀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디는 오두막의 삶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해 본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자신의 선택이라고 미겔에게 말할 때의 그 비장함 또한 나는  너무도 이해가 되어 마음이 저려왔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언제까지 아파만 할 거냐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걱정하는 말대신 어떤 결과가 되었든 이디의 선택을 존중해 주며 조용히 긍정해 주던 미겔의 끄덕임이 이디가 살아왔던 도시의 사람들과 가족들과 다른 것이었기에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산속의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겔에게 왜 자신을 도와주냐는 물음에 '내가 지나가는 길에 있었으니까'라는 답을 하는 미겔.


이 장면에서 나는 지금의 삶을 살아내면서 만나왔던 많은 이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따뜻했던 마음과 배려, 그리고 쌓아갔던 수많은 추억들이 떠올라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한때는 가까웠던 만큼 헤어짐이 서운했고, 한동안 또 다른 아픔이 더해졌던 탓에 더 아프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연의 시작이 서로에게 어떠한 부채도 없이 시작되었 듯,  마지막 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 시간에 만나진 것에 감사하고, 서로가 나누었던 소중한 마음이 얼마나 귀한 인연인지를 가슴 깊이 짙게 그들을 추억했다.


삶, 죽음 그로 인한 이별, 아픔 그리고 또 회복하고 삶을 다시 이어가는 이 모두가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