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류시화 저) 독서일기
이 삶에서 진실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것은 무기력이었다. 정말 힘들 때는 화장실 한 번가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무기력은 상당히 오랫동안 나를 괴롭게 했다.
많이 건강해진 최근까지도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인들에게 세상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너무 괴롭다는 말은 했던 나였다.
그렇게 집착하던 독서도, 음악 듣는 일도 모두 그만두었다. 나는 마치 진공상태에 홀로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생계를 위한 일 이외에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가을이 왔고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다시 책이 읽고 싶어 졌고, 다시 음악이 듣고 싶어 졌고, 노래가 하고 싶어졌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그것으로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안아주고, 축복하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저 한 문장에서 나는 잠시 다음 책장 넘기기를 멈춘다.
다시 가슴속에 청명한 바람 한 줄기를 불어넣어 준 소중한 한 문장이다. 바람은 멈춰 있던 나의 시선을, 마음을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그렇게 찬찬히 돌아보면 나는 좋아하는 게 꽤 되는 사람이란 걸 그제야 알아차린다.
내게 선물로 주어진 오감으로 충분히 더 지금을 사랑하며 살아가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