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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Jul 13. 2024

죽음이 생각나지 않는 어느 날


오랜만에 마음에 빛 한 줌이 들어왔다.

얼마만의 일인지....

이제 좀 살만하다.


어떤 일에도 무감각하고,

의지도 없이 살아내는 일이

너무나 고역스러웠다.

그런 하루하루를 반복적으로

살아내야 하는 일에서

잠깐이라도 놓여난 지금의 해방감이

얼마나 달콤한지....


누군가는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의지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먹기로 하면

충분히 선택이 가능한 일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게 변명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보인다면 그 또한 답을 정해놓고 보는 마음을

어찌 움직일 수 있을까.


끝이 없는 사막길을 가야 하지만

가끔 이렇게 오아시스 같은 며칠로

나는 또 그 긴 사막길을 터덜터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다.


안 가기로, 그만두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끝까지 가보는 쪽으로 선택했기에

사막이든, 야박하게 짧은 오아시스를 만나든

극단의 희비가 아닌, 무심함으로 인생을 대한다.


무심함은 극단의 감정으로 중심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너무 즐겁지도, 너무 슬프지도 않게

나는 내게 주어진 길을 완주하고 싶다.


완주.

이것을 선택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수없이 그 이유를 찾아내야 했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도

그것은 큰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니까.


나는 지금도 가느다란 생명의 이유를 찾으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어떤 때는 한 줄기 청명한 바람에서 찾을 때도 있고, 내게 뜬금없이 보내온 안부 인사에서도 찾아낸다.  

하지만 숱하게 긴 우울의 터널 속에서 묵묵히 홀로 걸어간다.


삶은 숙제이다.

내가 해내야만 하는 숙제.

하지만 혼자 하는 숙제라기보다, 함께 하는 그룹 스터디 같은 게 아닐까 싶다.


혼자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고,

함께 풀어야 잘 풀리는 문제도 혼제한 숙제말이다.


누군가는 인생을 축제처럼 살라고 하지만

내게 아직은 너무도 비현실적이게 다가온다.

나는 그저 꾸준하게 하루하루를 걸어가 본다.

정말 축제 같은 날이 올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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