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에 지는 별 Nov 21. 2023

햇빛에 녹아내리는 서리처럼....


매일 아침 30분 걷기를 일상으로 하고 있는 요즘....

주변의 풍경들이 하루하루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장면들 

아침 인사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무거운 아침의 공기를 살짝 가볍게 띄워주는 용도로도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나무나 풀 위에 햇볕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는 서리.

그 모습에 감탄의 기도를 올리며 빠르게 걷고 있었다.

그때 나무 벤치에서 김이 오르는 걸 목격하게 되었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어서 걸음을 멈추고 벤치 가까이로 다가갔다.


벤치 뒤에서 바로 해가 뜨고 있었고 그 빛으로 인해 의자의 서리가 녹고 있는 것이었다.


그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걷는 내내 생각이 났다.

'온도'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고, 차가운 초겨울 아침 공기애 내 뜨거운 숨이 닿아 입김으로 가시화되는 그림으로 옮겨갔다.


무생물이든, 생물이든 그것만의 온도가 있다.

외부의 기온에 영향을 받지만 물체 내면의 온도가 합쳐져 

얼거나 녹거나를 반복하는 것이다.

요즘 나는 다시 차분히 가라앉고, 다소 예민해진 나를 숨기기 위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 내면의 온도가 내려갔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 외부 온도는 여전히 따사롭다.  인품이 좋은 지인들, 가슴 뛰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나의 얼어붙어 있는 내면의 온도를 녹여 줄 것은 충분하며

나 또한 언젠가는 영상의 온도로 상승할 것임을 믿기에 괜찮다.


소소한 일상들을 해 나가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자발적인 홀로임에도 나를 기다려 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초겨울에 찾아온 내 오래된 지인, 우울....

또 얼마나 있다가 자리를 털고 떠날는지...

있고 싶을 만큼 있다가 언제든 떠나길...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있는 것은 다 소리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