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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Jun 13. 2022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내가 오래도록 바라보고 그리워하게 될 것

사실은  접시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데
 접시의 테두리만 만지작거린다

너는  하얗구나
너는  둥글구나
내게 없는 부분만 크게 보면서

 접시 위에 자꾸만 무언가를 올린다
완두콩의 연두
딸기의 붉음
 구운 빵의 완벽과 무구를

그렇게  접시를 잊는다 도망친다
 접시는  접시일 뿐인데
깨질 것이 두러워 찬장 깊숙이 감추어 놓고

 접시를 돋보이게  테이블보를 고르다가도 이게  무슨 소용이람

언제든 깨버리면 그만이라는 듯이 말한다

듣고 있었을 텐데

그럴  이미 깨져버린 
깨진거나 다름없는 


좋아하면서도 가까이하기 어려웠던

것들의 이유를

위의 <시>에서 말해주는 것 같아

변하지 않고

' 무엇'이라 언제나 정의내릴  있는

본질을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내가 오래도록

바라보고 그리워하게  것은

연두, 붉음, 완벽과 무구를 덜어낸

그냥 흰 접시일 뿐

마음  깊은 

어린 시인의 말처럼

쓰러진 물컵 속에  외엔

아무것도 없고

슬픔이나 절망 같은 

더더욱 없다고


​​​

'시를 환상 속에 두지 마세요'

그 어떤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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