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구 들어서기 전
골목 전봇대 사이로
요양원 건립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붉고 어두운 것을 번갈아가며
차례로 걸려있다
한 줄의 긍정은 수십 줄의 부정을
무색하게 만든다
획으로 적히지 못한 한 줄은
형상에만 남아있다
붉고 어두운 것 뒤로
초록빛들이
어울더울 모여있다
초록빛의 시야를 가리는 천들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안다
내건 사람들에게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
형상이 실체가 될 때
형상이 획이 되어
전봇대 사이로 걸릴 때
무색하게 만드는 힘은
모두에게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