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
아이하원 담당 친정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 맞벌이 부부에게 이런 비상 상황은 언제나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 부부에게는 기댈 언덕이 있으니, 바로 우리 시부모님.
긴급 전화 한 통이면 편도 4시간, 왕복 8시간의 거리를 한걸음에 달려와주신다. 그런 시부모님께 나는 평생을 갚아도 다 못 갚을 큰 은혜와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부모님께라도 할 말은 꼭 해야만 하는 성질머리를 난 가지고 있다.
며칠 전 저녁, 아이가 화장실 욕조에서 물놀이를 재밌게 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물놀이 안전요원이 되어 화장실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화장실에서 할 일이 있으셨던 시어머니가 화장실에 들어가 아이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시골집 내려갈래? 엄마, 아빠는 서울에 있고. “
아이가 반응이 없자 시어머니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이며 아이를 설득했다.
“서울 할머니가 호야를 봐주시느라 힘들어해, 호야 봐주시는 게 힘들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어머니!”를 외치며 시어머니의 말을 끊었다.
“어머니! 왜 호야에게 그런 말을 하세요. 호야 마음에 죄책감을 심지 마세요! “
이어서 나는 아이에게 할머니의 말이 맞지 않다며 다시 설명했다.
“서울할머니는 호야를 만나는 게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그랬어. 할머니는 호야 생각만 해도 행복해서 웃음이 난다고 했어. 너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아. “
며느리 반응에 당황한 어머니는 다시 아이에게 말하셨다.
“아니, 그게 아니라, 오가는 길이 힘들다는 말이었어. “
나의 개입으로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우선 우리 친정엄마가 아이의 하원을 위해 고생하고 계신 건 맞지만, 아이를 보러 오가는 길이 엄마에게 큰 기쁨이고 일상의 행복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시골집에 데려가고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은 너무 이해가 되지만 아이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설득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아이 마음에 죄책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어쩌면 내가 시어머니에게 조금은 과하게 반응을 했던 이유도 나의 경험에서 온 트라우마일지도 모르겠다.
“너 때문에 네 아빠랑 산다.”
수년 전 친정엄마와 아빠의 부부관계가 파탄날 위기에서 우리 엄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했다. 이미 다 큰 어른인 나에게도 그 말은 몽둥이로 마음을 두들겨 맞듯 너무 아팠다.
나는 몇 번을 참고 참다가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아픈 이유는 그 말 자체가 나에게 폭력이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자 나는 터지는 감정을 더 이상 참지 않고 엄마에게 노출했다.
“엄마, 그럼 내가 없어지면 엄마는 아빠랑 이혼할 수 있어?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없어지면 되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더 이상 나한테 그 얘기하지 마.”
엄마에게도 큰 상처였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죄책감을 심어줄 때 자녀가 느끼는 아픔의 크기는 세상에서 당장 사라지고 싶을 만큼의 고통의 크기이다.
아이는 그 죄책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죄책감에서 해방되고 싶어 한다.
나는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가 나에게 심어주는 죄책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는 엄마의 행동이 명백한 언어폭력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어른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 엄마에게 대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자녀라면 어땠을까.
죄책감의 고통을 해소하고 싶어 여러 방법으로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 고통의 무게가 부모의 잘못으로부터 온 것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러니 부모 된 우리, 제발 우리 사랑하는 자녀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지 말자. 부모를 너무 사랑하는 우리 자녀들은 모든 것이 다 자기 잘못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