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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쥬 Apr 07. 2024

하나님, 거기 계세요?

작은 소녀에게 믿음이 오기까지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밤에 혼자 자는 게 너무 무서웠다. 귀신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귀신이 의자 밑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소녀 시절의 나는 깜깜한 밤에 혼자 침대에 누워 온갖 무서운 상상을 했다.


이길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오는 밤이면 나는 항상 하나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하나님, 거기 계세요? 저예요. 저와 함께 계시죠?”


나는 하나님을 나의 친구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잘거렸다. 물론 깜깜한 방, 이불 안에 쏙 들어가 하나님께만 소곤소곤 마음속으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게 ‘기도’라고 부르는 행위인 줄도 몰랐다. 그저 교회에서 낳고 자라 어려서부터 친숙했던 하나님을 찾았을 뿐이다. 교회에서 하나님은 내 마음속에 계신다고 들었으니 무서울 때마다 자연스레 하나님을 찾았다.


무서움을 느끼는 밤마다 하나님을 찾았던 내가 낮에도 시도 때도 없이 하나님을 찾게 된 계기는 바로 중국유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니하오’밖에 모르고 중국인들만 있는 기숙사 학교에 들어간 나는 그야말로 ‘벙어리’였다.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고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끔찍한 외로움이 어린 소녀에게 들이닥쳤다. 내가 말을걸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내 마음속 하나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밤에만 말을 걸었던 하나님을 낮에도 종종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일상에서 소소한 요구조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마음속으로 하나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 침대가 너무 불편해서 허리가 너무 아팠지만 선생님에게 침대를 바꿔달라고 중국어로 말할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으로 하나님에게 마음속으로 부탁을 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다음 날, 담임 선생님이 숙소로 찾아와서 침대를 바꿔주셨고, 나는 편안한 침대에서 자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런 일이 너무 잦게 발생했다. 기쁘고 신난 마음에 나는 더욱 자주 하나님을 내 일상에 초대했다.


중국유학 1년 차에는 나는 도무지 학교 수업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온종일 수업을 듣는 것이 나에게는 큰 곤혹이었다. 그래서 하루 한 시간 정해진 시간에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이루신 수많은 기적, 나를 위해 돌아가신 십자가, 그리고 부활. 예수님의 길고 험난한 일생을 나는 진지하게 읽어나갔다.


성경을 읽으며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의 고통에 눈물짓고, 부활하신 예수님에 감격했다.




하나님께 받은 것이 너무 많은데 돌려드릴 게 없다고 생각이 든 어느 날에는 내가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헌금을 하나님에게 드리고 싶어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서 집에 간 적도 있다.


외롭고 힘들었던 중국유학 중 하나님은 내가 느낄 수 있을 만큼 늘 가까이 계셨다. 특히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내 생일에는 예상치 못한 선물도 주셨다.


중국유학 첫 해 내 생일, 정확히 내 생일 일자로 학교 신문에 내 이름 석자가 박혀 출간되는 일이 있었다. 나는 그게 꼭 타지에서 아무도 모르는 나의 생일을 하나님이 축하해 주시는 것처럼 느껴져 하루 종일 행복했다.


둘째 해 내 생일에는 우수학생상을 주셨다. 셋째 해에는 웬일로 아무 선물도 없이 서운하게 지나갔는데 돌이켜보니 그 해 내 생일에는 축하해 주는 친구들이 내 주변에 많이 있어 외롭지 않게 생일을 보냈었다.


외로운 소녀에게 하나님은 마음속에만 있는 가상의 신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정말로 살아있는 하나님이었다.


서른 후반의 나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작은 불편함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을 외치기보다는 내 힘으로 해결해 버리는 날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난 여전히 나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불러 말을 건넨다. 봄이 왔는데 꽃이 아름답다고, 푸르른 넓은 하늘을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오늘도 우리 아이가 안전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나님의 도움 없이 나는 지금 이곳에 없었을 것이라고. 하나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의 하나님께 매 순간 감사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하나님이 우리 아이의 모든 순간에도 함께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작은 소녀가 무서움과 외로움 속 떨며 하나님을 부를 때 늘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것 처럼, 우리 하나님은 당연히 우리 아이가 하나님을 부를 때에도 따뜻한 온기로 맞아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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