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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쥬 Jul 07. 2024

까다로운 3가지 조건에 모두 충족한 남자

남편과의 첫 만남

뜨거운 여름 공기가 온몸을 달구던 후덥지근한 여름이었다.

한강진역 1번 출구, 높은 계단을 숨 가쁘게 올라 겨우 계단 끝에 다 달았을 때 나를 보고 환하게 미소 짓는 그가 보였다.


그는 사진 속 체격보다 훨씬 더 날씬하고 키가 컸다. 사진 속 미소대로 웃는 얼굴이 선해 보였다. 사진 속 그는 시골청년같이 소탈해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도시청년 같은 댄디함이 묻어 나왔다.


그는 첫 만남 장소를 정할 때부터 나의 큰 호감을 샀는데, 양식, 중식, 한식 3개의 옵션을 내게 주며 선호하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우리의 첫 만남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질 만큼 그는 나를 만나기도 전, 정성을 다해 우리 만남을 준비했다.




그를 만나게 된 건 내 친구의 남자친구 A 씨가 소개해준 덕이다. 우연히 A 씨와 저녁을 먹게 되었고, 남자친구가 없다고 하자 그는 내게 호기롭게 소개를 시켜준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3가지 조건에 모두 만족하지 않으면 소개를 받지 않겠다고 어기장을 냈다.


“교회에 열심히 다녀야 하고요. 비흡연에 술을 즐기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성실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다.


“내 주변에는 그런 남자는 없어요. “


이 대화가 기억에서 까마득해질 때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A가 세 가지 조건에 맞는 남자를 찾았데! “




A 씨가 ‘자신의 주변에 없는 남자’를 소개해준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러하다.


A 씨는 학교 도서관에서 급히 찾아야 할 자료가 있어 밤늦게 도서관을 찾았다. 그때 마침 도서관에 앉아있는 남편을 발견했다고 한다.


A 씨는 오랜만에 만난 남편을 보자마자 반가운 인사대신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너 교회 다니지?”


이렇게 A 씨가 주선한 나와 남편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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