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나에게 주는 다양한 감정에 대하여
아이가 영어 성경 암송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
이번 주 토요일이 대회일인데, 그저께 월요일엔 마지막 한 절만 남겨두고 너무 힘들다며 누워버렸다. 대환장 상황이지만, 화를 내면 안 된다. 왜냐면 그러면 아이가 다음 기회를 거부할 게 분명하기 때문.
그래서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저세상 텐션으로 마지막 한 절을 랩으로 만들어 영상으로 찍고 무한 반복으로 틀어놨다.
너무 잘 만든 것 같아 남편에게 보여줬는데, 남편은 항마력이 딸려서 실시간으로는 못 보겠다며 다음 날 다시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도 항마력이 딸린다고 하면서 뭔가 주저주저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그 마지막 구절을 랩으로 읊조리고 있는 걸 보고 말았다.
어쨌든 마지막 한 절까지 다 외웠다. 휴우.
월요일 밤에는 11시까지 아이를 붙잡아 두고 무한 성경 구절 랩을 반복해서 들려줬다. 잠에 들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잠꼬대로 성경 구절을 막 외우는 게 아닌가! 내가 너무 과했나 싶어 잠시 미안했지만, 그래도 뿌듯한 엄마 마음.
다음 날 아이에게 무슨 꿈을 꿨냐고 물어보니, 하나님과 예수님 앞에서 영어 성경을 암송했다고 한다.
“하나님이 뭐라고 하셨어?”라고 물어보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하나님이 고맙다고 하셨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하나님이 고맙다고 하셨다니… 아이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눈물에 깜짝 놀라서 “엄마 왜 울어?”라고 물었고, 나는 “하나님이 너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신 게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래”라고 말했다.
눈물이 많은 나에게 늘 “어느 포인트에서 눈물이 나는 거야?”라고 묻는 남편도 이미 눈물이 잔뜩 고여있었다.
엄마도 고마워! 장한 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