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고
기획자 혹은 PM으로 일해온 지 어언 8년차이다. 인하우스의 서비스기획자로 일하면, 주니어 때부터 작은 업무들의 PM의 역할도 함께 맡아왔다. PM은 한 업무의 시작과 끝을 모두 총괄하고 마무리를 짓는 일을 하고 있다. 업무의 시작은 기획자인 내가 하지만, 중간과 끝은 내가 아닌 각 실무자인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거쳐 진행된다.
이제 막 입사해, 아직 IT 실무적인 지식도 부족한 상태에서 N년차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을 이끌고 업무를 진행하고 마무리까지 지어야 했다. 그렇다고 인사 권한도 없는 내가 실무자들을 강압적으로 업무 진행할 수도 없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실무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된 것이.
이번에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으면서 내가 회사 생활의 인간관계들을 어떻게 고민했고, 실행하고 있었는지 되돌이켜 생각해보게 되었다.
회사 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을 뒷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업무 관련해서 다른 사람들을 이야기하게 되더라도 무논리적인 비판/비난/불평이 아닌 나와 다른 '성향'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해서 토로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내가 당사자에게 직접 말할 수 있거나, 그의 귀에 들어가도 될 만한 내용으로 말한다.
한동안 내게 신경 쓰이던 프로젝트가 있다. 처음으로 일해본 개발자여서 업무 스타일을 정확히 몰랐고, 성향 차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만나 드디어 속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격이 급한 나는 질문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 듣기를 기대한다. ‘예’, ‘아니오’ 혹은 ‘지금 답변하기 어려워 언제까지 답변하겠다’라고 상대방에게 듣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개발자의 성향은 속으로 생각을 오래 하는 편이어서, 그의 답변이 나올 때까지 꽤 오랜 시간 기다려줘야 하는 타입이었다. 초반엔 내가 대답을 기다리는 적막이 답답해서 몇 번이고 그에게 되묻고 다그치듯 대화하게 됐다. 몇 번의 만남 이후엔 그의 성향에 파악하고 맞춰 대화를 진행하도록 노력했다. 회식 자리에선 이런 성향 차이로 인해 처음엔 어려움을 느꼈다고 장난스러운 대화로 회포를 풀었다.
나는 개인이 가진 특징을 캐치하고, 그중에서 특출난 점들을 종종 칭찬한다. 이런 칭찬은 그들에게 직접 하기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널리 퍼뜨리기도 한다.
최근에 같이 일한 두 프론트 개발자가 있다. 두 명은 일하는 스타일이 달랐지만, 각자의 장점이 명확했다.
A개발자) 기획 의견을 존중해주면서도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제시해준다. 작업이 완료된 다음에도 틈틈이 리팩토링(결과의 변경 없이 코드의 구조를 재조정함)을 진행한다.
A에겐 그 나름대로 고민하고 주도적으로 작업해주기 때문에 항상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칭찬했다.
B개발자: 개발에 착수하기 전, 기획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다. 그리고 빠진 부분이 있다면 먼저 체크하고 개발한다. 작업 내용이나 일정에 대해 확실한 내용만 공유해주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B와 일할 땐, 그의 꼼꼼함을 칭찬했다. 사전에 작업 내용도 모두 체크해 QA 기간도 단축되고,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좋다고 칭찬했다.
가장 효과적이면서 가장 어려운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이고, 작업자도 함께 이를 완수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작업자가 일하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지거나, 완료했을 때 얻는 성취 혹은 이득이 크게 느껴져야 한다.
나는 한 개발자와 처음 프로젝트에서 만나게 되었다. 초반에 업무를 진행하는데 작업 속도가 나지 않았고, 이것이 구조적인 틀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작업 기한은 다가오는데 제대로 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었다. 나 역시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하느라, 이 상황에 대해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았다.
바로 개발자를 따로 불러 대화했다. 프로젝트에서 현재 진행된 내용, 그리고 주어진 기간 내에 좀 더 원활한 업무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리고 그가 이 프로젝트에 열정을 갖고 일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해보니 그는 '인정' 받고 싶어 한다고 느껴졌다. (인간관계론 다른 챕터에 나온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라’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 뒤론 매일 5분이라도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질문을 받으면 바로 확인해 답변하고, 진척된 내용은 칭찬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 오픈에 얼마나 이해관계자들이 기대하고 있는지를 이따금 언급해주었다. 최초에 생각했던 일정에 100% 맞춰 완료되지는 못했지만, 앞선 작업에 비해 훨씬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다. 또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에도 그와 업무적인 관계는 좀 더 긍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엔 인간관계가 복잡하거나 많이 어렵진 않았다. 옆에 있는 친구들과 어떤 목적을 갖고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다르다. 업무, 돈, 사회적 평판과 위치 등 사람마다 서로 다른 목적이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에 각자의 목표는 달성하면서, 우리 둘의 공동 이득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자주 실행하는 방법들도 있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초반에 ‘이 책을 잘 활용하기 위한 9가지 제안’에도 아래와 같은 말이 적혀 있다.
달마다 이 책을 다시 읽어라.
오늘 내가 이루지 못했던 것들도, 다음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실천한 상태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땐 더욱 인간관계에 능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