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UX 디자인이 처음이라면>
에디터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직업이다. 기획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작가, 작업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 여러 동료와 협업하는가 하면 결국 프로젝트가 가닿을 누군가와 소통하는 일도 왕왕 있다. 사실 후자의 경우 기획에 따라 그때그때 타깃이 달라지지만 소속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면 협업하는 전자의 직업군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
종이 매거진에서 일할 때 나의 동료는 사진작가, 영상 제작자, 에디터, 디자이너, 광고팀 등이었다. 타깃은 독자와 브랜드. 타깃에게 어떠한 콘텐츠를 전하기 위해 적절한 사람을 찾아 일을 도모하고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 에디터는 매달 그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동료들과 앞으로 나아간다. 이때 소통의 벽에 가장 많이 부딪히는 동료가 디자이너였다. 에디터는 기획 단계에서 가상의 시안을 수없이 그린다. 그 안에는 디자인적인 요소도 포함이다. 실행 단계에서 디자이너와 합을 맞추다 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못할 때가 있다. 서로 그림이 다르기 때문. 처음에는 내 주장을 펼쳐도 보고 조공도 해봤지만, 동료와의 관계는 일에도 지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그때부터 디자인 관련 서적을 찾아 읽었다. 문제는 소통에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내가 그들의 도구나 최소한의 법칙들을 알지 못하면 원하는 그림을 도출하기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것 같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소통하기로 결론을 내렸고 이는 완벽은 아니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데 일조했다.
매거진의 온라인 구독 서비스를 론칭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UX, UI와 같은 용어는 무척 생소했고 개발자나 웹디자이너와 소통하는 일이란 더 높은 세심함을 요했다. 종이 매거진이야 여러 해를 걸쳐 각자의 일이 어떤 것이다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온라인 구독 서비스를 총괄하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난관이 더 많았다. 그때 UX 관련 서적과 개발자 관련 서적을 몇몇 찾아 읽었다.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하려면 어떤 용어를 써야 하고 이 부분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이를 개발단에서 어떻게 구현해줘야 하는지 전반적인 일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현진 교수의 <UX 디자인이 처음이라면>을 만났더라면 더 수월했겠다 싶다. 더 정확히는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작업 방식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사려 깊게 다가갔겠다 반성했다. 적어도 이걸 왜 못해? 나만 절실한 거야? 등의 막말은 하지 않았을 테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하나의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동료는 모두 공동의 목표를 위해 결이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결론에 닿았다. 그들은 하는 일의 디테일은 다르지만 완성으로 가는 사고 체계는 결코 다르지 않다. 이를 테면 이현진 교수가 말하듯 작업을 멈추고 뒤로 가기를 통해 콘셉트를 점검하는 일이나,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쌓아두고 자주 리뷰를 하며 레퍼런스를 하는 일 등은 모든 작업자가 하는 일이 아니던가.
이 책의 부제는 ‘시작하는 UX 디자이너를 위한 성장 가이드’지만 비단 디자이너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사용자 경험을 실재하는 무언가로 구현하는 작업을 위해 디자이너와 공동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이라면 그들의 작업 방식이나 사고 체계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이 책이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다. 방법론을 말하는 책은 많지만 경험에 기반한 디자이너의 일과 디자인의 위한 시선이나 생각 전반을 말해주는 책은 많지 않으니까. 이는 이 책의 저자가 다양한 경험을 가진 대한민국 1세대 UX 디자인 교육자인 이현진 교수였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스마트폰 안 세상부터 팬데믹 이후 곳곳에 자리한 키오스크까지. 우리 주변엔 알게 모르게 UX 디자인을 경험할 창구가 즐비하다. 이는 내게도 언젠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위한 사용자 경험적 측면에서 일을 마주할 일이 다분하다는 의미다. 나아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와 협업하기 위해 그들을 이해해야 하는 일이 수반돼야 한다는 사실도.
*유엑스리뷰어 9기로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