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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Oct 17. 2018

오늘도 '진정성'이라는 독약같은 단어를 던진다

No.20 <창업가의 브랜딩>_우승우, 차상우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두 명의 저자가 열 명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 인터뷰한다. 인터뷰를 통해 창업가들이 생각하는 스타트업과 브랜딩에 대해 듣고 '10개의 스타트업 브랜드 전략'을 정리했다. 10명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1.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2. <쉐어하우스 우주> 김정현 대표
3. <프릳츠커피컴퍼니> 김병기 대표
4.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
5. <스마트스터디> 박현우 대표
6. <퍼블리> 박소령 대표
7.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8.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9. <그리드잇> 이문주 대표
10.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

10개의 브랜드 10명의 대표. 혹시 당신이 들어본 브랜드는 몇 개나 되는가? 브랜딩에 대한 10명의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다 소개하면 좋겠지만 저 중 특별히 브랜드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것들을 던져준 3명의 창업자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브랜드는 공동체가 같이 먹고 살 수 있는 먹거리죠"_프릳츠커피컴퍼니 김병기 대표

브랜드를 공동체 개념으로 소개하는게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하는 공동체는 언뜻 기업 안에 창업자와 직원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 공동체에 '고객'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말하는 공동체주의 브랜드는 공동체 안에 고객이 '함께 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김병기 대표의 힘은 '힘들이지 않고 툭 던지는데' 있다. '프릳츠 로고 디자인 탄생기'를 보면 그러한 철학이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애초에 김병기 대표는 브랜드 네임을 '아무렇게나 지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만 브랜드 이름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몇가지 욕망이 있었을 뿐이었다.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고 영문 표기가 가능하며, 한국어로 표기했을 때 약간 낯선 느낌을 주는 브랜드 네임'을 생각하다가 '프릳츠'라는 평범한 외국사람 이름 느낌나지만 'ㄷ' 받침에서 '한글의 고어(古語) 같은 신선함'을 풍기는 브랜드네임을 생각했다고 한다. 로고에 들어가는 귀여운 물개 이미지도 로고에 텍스트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뭐라도 넣어보다가' 물개가 들어갔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스타벅스의 사이렌 여신과 애플의 사과로고가 커피, 노트북과 과연 무슨 상관이던가.

논리성이 언제나 창의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프릳츠의 신박한 요소들이 늘 즐기듯이, 장난치는 것 같은 행위에서 나왔다. 그 특유의 장난스러움이 도리어 '힙하다'고 느껴졌다. 그렇다고 이 브랜드가 가볍기만 할까? 프릳츠의 커피를 한 번이라도 마셔봤다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커피가 마시고 싶다

"사업이 곧 브랜드"_쉐어하우스 우주 김정현 대표

딜라이트 보청기로 유명한 김정현 대표. 그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사업이 곧 브랜드"라는 말에 1000% 공감한다. 브랜딩실, 브랜드 매니저들이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지만 브랜딩은 언제나 '본질을 감추고 싶어하는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단점은 감추고 장점을 드러내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마케터들의 숙명이다. 그러나 마케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춰진 단점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 있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들키는 시점이 점점 빨라진다.

최근에 본 '미원 광고'가 전형적인 '본질을 감추고 싶어하는 유혹'에 무릎꿇은 사례다. 최근 미원 광고는 "미원을 썼더니 소 1마리와 닭 100마리를 구했어요." 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김희철이라는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유머러스한 화면 구성과 멘트로 메세지를 강화 한다. MSG 유해성 관련하여 해외에서는 논란이 종결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몇 가지 번뜩이는 광고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가 될까? 과연 이러한 의도가 소비자들에게 먹힐까? 먹힐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괜히 씁쓸해진다.

화학 조미료를 씀으로써 천연 조미료에 사용되는 소를 살렸다는 식의 '미필적 선의 마케팅'. 과연 통할까?

"내 아이덴티티로 몸에 붙이고 싶은 무엇인지가 브랜드 파워를 결정하는 것"_퍼블리 박소령 대표

결국 브랜딩의 핵심 목표가 '소비자 욕구 충족'과 '소비자 문제 해결'에 있음을 축약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퍼블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와 함께 회원제 유료 콘텐츠 비지니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다.

퍼블리라는 브랜드를 '소비자 욕구 충족'과 '소비자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봤다. 소비자들이 '퍼블리 하는 사람'을 통해 갖게될 아이덴티티가 곧 소비자의 욕구 충족이다. '뉴욕 타임즈를 정기구독하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특유의 '지식인 스러움' 같은 것을 퍼블리는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퍼블리는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쓸만한 콘텐츠는 턱 없이 부족한 환경'에서 돈 주고 살만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확실히 국내 콘텐츠 시장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에 집중한 비지니스 모델이다. 퍼블리의 성공을 응원한다. 나도 돈벌면 퍼블리 하고 싶다.


퍼블리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전략이다" 라는 이 책의 부제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자신의 이름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알려야 살아남는 시대에 작가는 또 한번 '진정성'이라는 독약같은 단어를 던진다. 삼키면 죽을게 뻔하지만 죽어야 다시 사는 아이러니한 단어 '진정성'. 진정성은 브랜딩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스타트업=진정성=브랜딩' 이라는 아슬아슬한 구조도 성립된다. 어렵게 말하지 말고 쉽게 말하자.


"하던 일에 집중하세요!"


창업자도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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