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앓느니 쓰지 Oct 06. 2018

모든 브랜드는 프리미엄에서 만난다

No.19 <탐나는 프리미엄 마케팅>_최연미

럭셔리와 프리미엄의 차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알고는 있지만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이다. 책은 럭셔리와 프리미엄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럭셔리는 '절대 대중적인 시장으로 판매를 넓히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소유한 사람에게 희소성과 영원함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하기 때문에 럭셔리는 외연을 넓히기 보다 브랜드에 부여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가격을 높이는 성향이 있다. 반면 프리미엄의 핵심은 '누구나 한번쯤 구매해 볼 만한 대중적 흡인력'에 있다. 대중적인 브랜드에 비해 약간 비싸긴 하지만 '한 번 정도'는 입어보고 먹어보게 만드는 것. 소비자로 하여금 '익숙하지만 뭔가 다른' 점을 상기시키려고 노력한다. 태생적으로 럭셔리는 TOP 혹은 전혀 다른 세계를 표방하고 프리미엄은 주로 대중적인 브랜드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특별상품이라는 점에서 두 개념은 차이가 있다.

죽기 전에 프리미엄 모나미 한 자루 정도는 괜찮잖아?



매스피케이션과 럭셔리피케이션

그런데 최근 트랜드가 럭셔리 브랜드는 매스피케이션(럭셔리 브랜드가 대중친화적 세컨 브랜드를 만드는 경향, 예를 들어 버버리의 '버버리 브릿'이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같은 브랜드)을 시도하고 대중 브랜드는 럭셔리피케이션을 추구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대중화와 대중 브랜드의 럭셔리화로 결국 모든 브랜드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만난다는 주장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프리미엄이 '소비를 통해 럭셔리한 자아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대중들에게 제시하는 하나의 타협점이기 때문이다. 럭셔리한 자아를 갖고는 싶은데 현실의 벽에 부딛힌 대중들에게 프리미엄은 화해의 제스처였고, 설득력있는 대안이었다. 이 전략은 정확히 들어맞아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표방한 브랜드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풍성한 열매를 거뒀고 콧대 높았던 럭셔리 브랜드들까지 세컨브랜드라는 이름의 노선변경을 검토하게 만들었다.


셱쉑과 프리미엄 마케팅 레퍼런스

이 책의 또 한가지 좋은 점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장의 경험과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레퍼런스를 소개한다는 것이다. 두산 그룹 매거진, LG전자 MC사업부 글로벌 마케팅, SPC 마케팅팀 부장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저자의 다양한 실제 마케팅 사례를 듣는 재미가 있다. 그 중 저자는 셱쉑버거 국내 1호점 마케팅 사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세계적인 버거체인인 셱쉑이 한국에 연착륙하기 위해 마케터로서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팬덤을 이용하고, 타겟을 세그멘테이션하고, 참신한 시도를 통해 브랜드를 현지화 시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 중 '강남'이라는 지역 특성을 고민해 만든 공사 가림막과 뜨거운 여름날 오픈 당일 긴 줄을 서게될 소비자들을 위해 세심하게 만든 '양산' 굿즈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훌륭한 마케터로서 소개하는 세계 곳곳의 다양하고 신박한 프리미엄 마케팅 사례들을 알게 되는 점이 좋았다. 굉장히 여러가지 레퍼런스를 소개했고 그 중 마켓컬리, 네스트 호텔, 위워크의 사례들이 흥미로웠다.


셱쉑 강남 1호점 공사 가림막. 입체적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앉아서 쉬게 했다. (출처 : 데일리 팝)


이 책의 아쉬운 점

전반적으로 이 책에 대해 만족하나 그래도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째로 저자가 성공사례로 뽑은 셱쉑버거라는 브랜드에 대해 '셱쉑이 그렇게 대단한 브랜드인가?'하는 의문점이 생긴 점. 미국 여행중에 여러가지 햄버거를 먹어보았는데 셱쉑이 나쁜 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버거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저자가 마케터이시니 자신이 론칭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갖는 것은 알겠으나 '뉴욕 등의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줄서서 먹을 정도다' 라는 말을 읽었을 땐 '그 정도까지는 않은 것 같은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실제로 보스턴에서 셱쉑을 먹었었는데 매장은 상당히 널럴했다. 한국도 셱쉑 초반에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지 지금은 그렇게까지 열광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 부분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중들에게 '한 번쯤' 소유하고 싶게 만드는 전략을 취하기에 갖는 한계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에 대한 두번째 아쉬움은 프리미엄 마케팅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해 주시는건 감사한데 종류가 많아서 좋긴 하지만 깊이는 깊지 않다는 점이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브랜드들에 흥미가 생길라치면 다른 브랜드로 넘어가는 구성에 맥이 빠지는 느낌. 아무래도 대중서의 한계이기는 하겠지만 수박 겉햝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마지막 아쉬운 점은 엄청 심각한건 아니고 귀엽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게 되는 이 책의 표지. 옆에 있는 지적자본론과 비교해보라. 이 책의 표지는 표절인가? 오마쥬인가? 하하.




매거진의 이전글 책은 눈이 아닌 손으로 읽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