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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Nov 14. 2019

Changdong역 근처 두 대형마트의 은밀한 비밀

Magazine C 두 번째 이야기

서울시의 재개발 등의 사업에서 가장 소외받는 도봉구에서, 그나마 가장 번화한 곳으로 나름 도봉구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


창동에 대한 나무위키의 설명이다. 서울시 재개발 사업에서 가장 소외받았다는 데서 한 번, 그나마 가장 번화한 곳이라는 데서 또 한 번 나는 두 번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하고 어쩌다 보니 창동에 살기 시작했고 벌써 햇수로 5년이나 창동에 살았다. 5년 정도 살았으니 나도 창동에 대해 쓸 자격이 있을까? 솔직히 5년 거주면 토박이와 외지인 그 중간 어디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 동안 창동에는 이렇다 할 큰 사건 사고 하나조차 없었다. 그만큼 창동은 참 조용한 동네 느낌이다 (그런데 최근에 태풍이 불던 날 교회 첨탑이 떨어졌지). 창동은 구주소로 따지면 창1동부터 창5동까지 있을 정도로 은근히 행정구역이 넓은 편에 속한다. 중랑천 근처의 재개발되지 않은 주공아파트부터 북한산 아이파크 같은 브랜드 아파트까지. 은근히 다양한 형태의 주거가 공존하는데 별로 큰 소리 나는 법이 없는 심심하지만 평화로운 그런 동네다.


창동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의외로 대형마트가 많다는 점이다. 내가 사는 곳을 기준으로 근방 1km 안에 총 4 곳의 대형마트가 있다. 창동역 근처에 이마트와 하나로마트, 방학동 쪽에 빅마켓(롯데에서 하는 창고형 할인매장)과 홈플러스까지(사실 빅마켓과 홈플러스는 행정구역상 방학동이긴 하지만 거진 창동인 셈). 그중 창동역 2번 출구 쪽에 있는 이마트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대형마트다.


1993년에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마트. 찾아보니 전체 대형마트 중에서도 최초다. 가장 먼저 생긴 이마트다 보니 아무리 리모델링을 해도 숨길 수 없는 대형마트 초기의 실수들이 재미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에스컬레이터다. 창동역 이마트는 대형마트에서 흔히 보는 (카트를 둘 공간이 있는) 평지형 에스컬레이터가 아니고 계단형 에스컬레이터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이 마트에서는 카트를 에스컬레이터에 실을 수가 없다. 카트가 있다면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올해 6월에 창동점이 리모델링을 했음에도 이 계단형 에스컬레이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마! 내가 쿠팡이랑 마켓컬리랑 쓱마켓의 조상뻘이다!


왜 창동 이마트는 평지형 에스컬레이터를 도입하지 않았을까? 몇 가지 추측을 하자면 첫째 93년도에는 아직 평지형 에스컬레이터가 국내 도입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로는 창동역 이마트의 내부 구조를 설계한 설계자가 사람들이 카트씩이나 들고 쇼핑을 한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에스컬레이터는 왠지 마트 선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것 같은데 가끔 이마트 창동점에 가면 손님들이 아무렇지 않게 카트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모습을 본다. 이 동네 주민들은 이제 그냥 익숙해졌나 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기왕 창동의 마트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하나로마트로 넘어가 본다. 이마트만큼이나 창동 하나로마트에도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에스컬레이터 이야기다. 창동 하나로마트의 공간 구성은 단순하다.  연면적 4,500평의 꽤나 넓은 하나로마트는 지상 1층과 지하 1층이 쇼핑 공간의 전부다. 1층에는 생필품, 과일, 야채 등을 팔고 지하 1층은 유제품, 육류, 어패류 등을 파는 공간이다. 이렇게 단순한 공간에 특색을 부여하는 부분은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다. 국내에 다른 대형마트에도 있나 싶을 정도로 창동 하나로마트의 에스컬레이터는 독특하다. 바로 내려가는 벨트 2개와 올라가는 벨트 2개, 총 4개의 컨베이어 벨트 사이사이 공간을 채우는 무수한 과자들이 그것이다.


이것은 마치 거진 팀버튼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공간

우리 동네에 놀러 온 지인들이 가장 놀라는 지점이다. 1층에서 지하로 이동하는 동안(혹은 그 반대일 때도) 느릿느릿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으면 수많은 과자들이 쇼퍼를 지나쳐 간다. 사실 1층에 과자 코너에 가면 똑같은 제품이 다 있는데도 '마치 지금 기회를 놓치면 평생 못 먹을 것처럼' 칸쵸와 쵸코하임과 찰떡파이가 지나간다. 다시 1층으로 올라갈 땐 마찬가지로 버터와플과 꼬칼콘과 버터링이 점점 멀어진다. 사람 미치게 만드는 에스컬레이터. 하나로마트에 갈 때마다 이 공간을 기획한 마케터는 지금쯤 최소 부사장 정도까지 승진을 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이 지점의 과자 매출이 타 지점에 비해 2배~4배는 높을 거다. 전국의 대형마트 마케터들이 한 번쯤은 견학 와야 하는 곳. 동선으로 사람 들었다 놨다 마법을 부리는 곳. 누군가 내게 창동 투어를 요청한다면 하나로마트의 에스컬레이터를 절대 빼놓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평화로워 비둘기들이 창동역을 점령한 동네.

4호선 끝자락 당고개역 가 전의 전의 전역인 창동역.

1호선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서울을 벗어나는 마지막 관문.


"마트를 좋아하세요? 그럼 창동에 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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