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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Jun 27. 2021

저 유튜브 편집자일 하는데요

그래서 어쩌라고?

어쩌다 유튜브 편집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벌써 2년이 되어 간다.


1년간의 세계일주를 끝내고 무슨 일을 하며 살면 좋을까 하다가 '에디터'라는 이름으로 한 신문사에 재취업을 하게 됐다. 잡지 업계나 출판 업계에서는 에디터라고 하면 영역이 확실한 것 같은데 신문사에서 에디터란 그냥 '기자가 하는 일'과 비스무레한 일을 하면서도 기자 취급은 못 받는 직업이라는 걸 나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 에디터는 가끔 텍스트 기사를 쓰기도 하고(이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인데 기자가 아닌 사람한테도 가벼운 온라인 기사를 쓰게 시키더라),  10장 내외의 카드 뉴스를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부장이 '이거 영상으로 만들면 좋겠는데?'라고 툭 던지면 뚝딱뚝딱 간단한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이 사람 되게 다재다능 한가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재다능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럽고 그냥 '누구나 잠깐의 시간만 들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식들'을 토대로 내가 가진 얕은 영상편집기술을 접목해 '스낵 콘텐츠'를 만드는 일, 이것이 소위 에디터라는 직업으로 신문사에 입사해 내가 하는 일이었다.


"우리도 재테크 유튜브를 만들면 좋겠는데"


회사 높은 분의 지시였다고 한다. 경쟁사는 우리보다 1년 정도 빨리 재테크 유튜브를 만들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회사는 유튜브에 소극적이었고 경쟁사보다 한 발 늦었다. 사실 종이 신문의 '유튜브 진출'은 계륵 같은 주제다. 사람들은 이제 종이 신문은 거의 보지 않는데 주요 신문사들은 그나마 그간 쌓아온 매체의 명성으로 온라인 뉴스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그 마저도 MZ세대들이 텍스트 뉴스보다 영상 뉴스에 더 익숙하니까 신문쟁이들은 생존 본능에 유튜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런 고민들도 5~6년 전에 하던 고민이고 이 회사도 유튜브를 아예 시도 안 한 건 아니고 깔짝깔짝 시도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세월이 지나고 주축 뉴스 소비자의 성향이 바뀌면 '유력 일간지' 라 불리는 이 종이 신문의 명성을 유지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이 신문쟁이들 사이에 만연하다. 종이 신문들은 스스로를 '임종을 앞둔 90대 노인' 같다고 느꼈고 이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쇄 해 질 것을 염려하면서 유튜브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선택보다는 '울며 유튜브 먹기'에 가까웠다.


유튜브를 하긴 해야 하는데...


유튜브를 하긴 해야 한다는 의견에 많은 신문사들이 동조했다. 국장도, 부장도, 신입기자도 출퇴근 길에 즐겨 보는 유튜브를 '우리라고 못하겠냐?'는 생각으로 하나둘씩 뛰어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아무리 지금이 누구나 원하면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는 '대유튜브의 시대' 라고 한들 결국 영상은 '편집'이라는 과정이 무시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텍스트 기사는 일단 쓰면 부장이 데스킹 하고 편집기자들이 신문으로 엮지만 영상 편집은 다른 문제였다. 라이브 방송이 아닌 이상 누군가는 영상을 자르고 자막을 달고 필요한 효과를 넣어야 했다. 영상 편집은 평생 글만 다룬 기자들이 하루아침에 습득하기에는 어려웠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문사가 같은 문제를 느꼈고 온라인 매체든 종이신문이든 유튜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면 무엇보다 '편집자'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유튜브 편집자가 되었다.


신문사가 유튜브를 시작할 때 '스타' 까지는 아니어도 잘 나가는 방송국의 PD를 영입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방송국의 PD들은 몸값이 비쌌고, 안타깝게도 신문사는 유튜브에 그렇게 큰 투자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방송국이 하는 형태를 그대로 따르면 돈이 많이 들어도 너무 많이 들었다. PD, 작가, 디자이너, CG 감독 등 최소한으로 꾸려도 한 팀에 4~5명은 필요할 텐데 주로 혼자서 취재하고 기사 쓰는 기자들에게 그런 팀 작업은 익숙하지 않았고 다른걸 다 떠나 신문사에는 그렇게까지 할 '돈'이 없었다. 결국 그들은 '사내에서 편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찾고 찾다 보니 그렇게 '기자 비슷한 일을 하던' 에디터인 내가 이제 PD 비슷한 일을 하는 처지가 됐다. 유튜브를 해본 적 없는 기자들, 전문적으로 편집을 해본 적 없는 나 (같은 몇몇 편집자들)이 모여 재테크 유튜브 팀이 완성됐다. 딱 봐도 오합지졸 같은데, 가뜩이나 경쟁 업체보다 1년 늦게 시작하는데 과연 이 팀이 잘 될 수 있을까? 불안감과 불신을 베이스로 '울며 유튜브 먹기'로 그렇게 이 팀이 꾸려졌다. 왜냐면 '위에서 시키니까'


2021년 6월인 지금 우리는 13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로 성장했다. 13만 명이라는 숫자, 1년 만에 거둔 성과 치고는 꽤 크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할많앞하. 할 말이 많아서 앞으로 하겠다. 이 매거진을 통해 1년이 조금 넘게 유튜브 편집자로 일하면서 들었던 생각을 풀어놓으려고 한다. 이 매거진은 희망과 좌절, 성취와 번뇌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사실 이 주제로 매거진을 쓰겠다고 결단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나는 얼마나 솔직하게 내 일과 조직에 대해(최대한 익명으로 쓰더라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혹시 섣부른 생각이거나 아집으로 가득 찬 건 아닐까?' 그런 모든 부담 속에서도 나는 '무엇이든 남겨놓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작은 믿음 하나로 이야기를 계속 쓰려고 한다. 뭐 몇 편이나 쓸지는 모르겠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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