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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enye Kwon Apr 19. 2023

결국 ‘버럭’ 해 버렸다

그 수업이 문제였다.

구구절절 말하기도 힘들고, 글을 쓸 기운도 없다.

어제 난항으로 가는 상황 속에서 그나마 이 분야(마케팅리서치, 즉 설문조사)에서 일을 한 짬으로 상황을 진두지휘 하고 있었다.

논문 저자로서 4순위인데, 그러고 있었다.

문제는 교수님도 나에게 개톡으로 일을 내리고 있었는데 상황을 정리하고자, 다른 수업이 끝나고 원생들이 다 모여 있을 때 스피커 폰으로 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 폰임을 양해 구하고 상황의 어려움을 얘기하니

“그럼 지금 다른 수업을 섭외해 보는 건 어때요?”라는 말을 듣자마자 난 열폭했다. 제1 저자이자 연구 책임자인 교수가 설문에 응할 수업 섭외와 교수님 컨택을 우리한테 온전히 맡기다 못해 이제와 하는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중간고사 직전이다. 교수도 아닌 학생이 하는 청탁을 누가 들어주는가.


그리고 우린 랩실 학생도 아니다. 수업을 듣는 학생일 뿐이다. 수업과 연관있다는 이유로 논문을 같이 쓰자더니, 온갖 일을 다 떠 맡기는 상황이었다.

“교수님 지금 우리가 그거까지 다 할 시간은 없는 거 같고, 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목소리는 이미 파르르 떨렸다. 날 친동생처럼 대해주는 10살 많은 동기 언니가 내 어깨를 슬며시 잡았다. 진정이 됐다. 그만하자. 석사들도 있는데.


교수님은 말을 바꿨다. “그럼 지금 어레인지 된 것만 하죠.”


연구 모형에 대한 설명도, 마더 페이퍼 소개도 없이 무작정 문헌 연구를 시키고, 배경지식 없는 석사생들에게 설문척도를 찾아오라고 한 게 더 나를 화나게 했다. 논문에 대한 논의보다 설문지 만들기, 수업 섭외하기 등만 시키는 게 불만이었던 것이다.


수업도 불통, 협업도 불통… 커뮤니케이션 못하는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전공한다더니, 맞는 말 같다.


감정적이었던 것에 한 시간 정도 후회하다가, ’할 만큼 했다,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라고 또 다른 내면이 말해줬다. 이런 것도 예전 신경쇠약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다.

아무튼 오늘 저녁, 난 그 수업에 결석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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