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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책방 Aug 24. 2023

'심리학 커뮤니케이터'는 뭐 하는 사람인가

사람들이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걸까? 어느 정도까지는. 

하지만 진짜 관심은 '본인'이다.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는 압도적으로 자기 계발서들이 차지한다. 가끔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의 가면을 쓴 자기 계발서가 잘 팔리긴 하다. 나를 알고 싶어서, 나를 긍정하고 싶고 내 가치관이 옳은 거라 말해주는 것을 찾아서 읽는다. 이들에게 책 읽기는 글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저자라는 타인이 긍정하는 나를 만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서점가 베스트셀러를 보면서 이런 책 읽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진다면, 아마 지금보다 다양하고 즐겁고 깊이 있는 책들이 생산되고 수요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분야를 파고든, 교수 급의 학자들은 알고자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자신의 지적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은 특정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이 작동하는 현장에 발을 담그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심리학은 학문으로서의 가치와는 별개로, 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것이다. 심리학자에겐 심리학은 그 자체가 목적으로 작동하겠지만, 심리학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심리학은 수단으로 작용한다. 목적을 둔 사람과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이해 차이 간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다. 

'커뮤니케이터'의 명칭을 처음 접한 건 과학창의재단에서 하는 '과학 문화 전문 인력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2019년도에 그 프로그램의 세부 프로그램 중 '과학 스토리텔러'과정을 통해 SF 앤솔로지에 단편을 실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 안에 과학 크리에이터, 과학저술가... 등 여러 세부 분야가 있었고, 커뮤니케이터라는 명칭을 세부 분야의 하나로 썼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세부 과정을 통칭하는 용어로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용어를 썼다고 기억하고 있다. 과학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 나는 이 역할이 약 15년 전부터 중요하다고 여겼는데, 당시에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팔리는 심리 대중서 중에 심리학 연구자가 아닌 경우도 꽤 있었고, 심리학 연구자 중에도 글을 재밌게 쓰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학부를 심리학으로 입학한 정통파(?)가 아니었고 소설이나 시도 좋아하고 심리학까지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심리학적 글쓰기가 더 어울리기도 했다. 다시 말하자면, 심리학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학자들과 수단으로 사용하는 비전공자들 사이에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2017년 어떤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워크샵을 하면서 사람들의 수요를 몸소 느꼈고, 코로나를 겪은 이후에는 심리학 관련 서적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문학은 나를 세상에 대해 더 풍요롭고 민감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고, 심리학은 명확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문학과 심리학은 다른 방식으로 나를 성장시켰다. 

다음 주에 출간 예정인 <MBTI 연애 심리학>의 작가 소개에 '심리학 커뮤니케이터'라는 명칭을 사용했는데, 앞으로도 이것이 심리학적 활동을 하는 나의 정체성을 하나의 단어로 잘 설명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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