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러 나가기 전, 갑자기 과거의 불쾌한 일이 생각났다. 마치 작은 미사일이 내 머릿속에 박힌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사고를 침투사고라 한다.
회사 다닐 때 괴롭힘 당했던 일. 괴롭힘이라는 게 참 묘하다. 처음에는 짓궂은 장난으로 시작한다. 모두가 웃고 있어서 나도 기분이 나쁘지만 웃고 있다. 눈치가 빠른 게 이런 경우에는 안 좋게 작용한다. 어울려 웃고 그 상황을 넘어간다. 그러나 여러 번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나도 그런 상황에 그냥 웃고 넘어가던 어느 순간, 둘만 있던 순간에 상대는 갑자기 수위를 높인다. “웃냐? “
웃음을 멈추고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 이전과 지금이 뭐가 다른지 생각해 본다.
”멍청한 게... “
나는 그 말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는 일명 명문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친 데다가 상대보다 업무 경력도 더 많았다. 회사에서 그 사람이 팀장인 것은 게임 업계에 대해 나보다 더 안다는 것과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 대표의 직속 후배라는 점이었다.
“네?”
“너는 네가 똑똑한 줄 알지? 이래서 여자는 많이 배우면 안 돼..”
그 사람이 내뱉는 말은 선행하는 논리와 뒤 이은 논리가 어긋났다. 대체 내가 멍청하다는 건지, 똑똑하다는 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나의 학력이 그 사람에게 위협이라도 되는 걸까?
괴롭힘은 어떤 한순간에 단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유머와 장난을 바탕으로 단비에 옷이 젖듯 아주 천천히, 피해 당사자도 눈치채기 어렵게 공격이 심화되는 것이다.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무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에게 관대하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심화될 수 있다. 다른 상황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개인의 특성이 괴롭힘이라는 특정한 상황에서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의미로 작동한다. 그래서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영혼의 일부가 깨져버린다.
“내가 널 못 자를 것 같아?”
업무 공유든 뭐든 둘만 있는 상황이 되면 난데없이 내뱉는 이런 공격적인 언사. 언제 다시 변할지 모른다.
“제가 잘하겠습니다.”
우선 그 사람의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런 말을 내뱉는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입니다. 다음 편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