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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Mar 19. 2022

메타버스와 만화 요괴인간

가상과 실재 세계가 혼합된 세상을 살아가기

출처: 나무 위키

 메타버스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실제 세계인 우주(universe)를 합성한 용어로 알려져 있는데, 기존의 특정한 가상현실보다 5G,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및 혼합현실(MR)이 한데 어우러져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과 유사한 경제, 사회, 문화적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의미한다.  내가 몸담은 분야에서는 현재까지는 비교적 관련성이 적지만 연일 언론을 통해 시무식, 연수, 수련회 등을 가상의 세계에서 개최하고 그 반응이 크다는 기사가 이어지기에 주변의 젊은(나의 관점에서,  일반적인지는 모름) 연구원들에게 우선 그 세계를 들어가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가장 흔한 방식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포털에서 제공하는 방식이라 하였다. 서둘러 가입을 하고 몇 가지 설정을 한 후 그 세계에 들어선 나의 아바타는 기이한 세계에 들어선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였다.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어떻게 움직이거나 표현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가상세계의 나는 그 자리에 하염없이 서 있었다.   


문득 어린 시절에 가슴 졸이고 보았던 ‘요괴인간’이라는 일본 만화영화가 기억났다.  그 당시 가장 열광했던 '황금박쥐'이후 방영된 이 만화영화는 나중에 성인이 되어 알고 보니 일본 만화 제작사가 한-일 교류차원에서 국내로 일부분 제작 하청을 준 작품이었단다. 어찌 되었든 이 만화영화가 갖는 음산하고 기괴한 느낌으로 무섭지만 눈을 반쯤 가리고 방송시간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는,  어린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던 추억의 드라마였다. 대강의 줄거리로 실험실에서 실수로 태어나게 된 3인의 요괴인간 벰, 베라, 베로의 3인은 ‘인간이 되고 싶은’ 방법을 찾아 여행 중,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요괴들을 퇴치하면서 자신들보다 못한 추악한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는 줄거리였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자신들이 활동하는 인간의 세계를 넘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영역(죽음의 세계)으로 들어가기 위해 ‘벰’이 목숨을 걸고 그 경계선을 넘어서려는 순간이었다.  주인공 벰은 자신의 몸을 그대로 두고, 그림자 같은 형상이 경계를 넘어 문제를 해결(악한 존재를 물리친) 한 후 현재의 세계로 돌아올 때 동반자인 베라의 도움으로 되살아났다.  그 당시 어린 나에게는 '또 다른 세상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척 어렵고 감당하기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세상을 변화시켜 나간 컴퓨터의 급속한 진화과정 속에 살았던 내게 연구용 워크스테이션과 PC 간의 데이터를 옮기는 작업을 처음으로 경험했던 낯선 기억이 있다. 가상 드라이브(virtual drive)를 통해 이종(異種) 컴퓨터 간의 파일을 공유하는 방식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생소한 것이었다.  비록 당시에는 물리적 케이블로 연결한 상태이지만, 서로 운영체계가 다른 컴퓨터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신기했다.  지금이야 초등학생도 쉽게 이 기능을 활용하여 클라우드 시스템 등으로 가상 저장공간으로 손쉽게 접근하지만 80년대 중반 무렵에는 아주 소수만이 이해하고 사용던 기능이었다.  돌아가신 부친이 체신부(현재의 정보통신부) 공무원이셨기에 비교적 일찍 유선전화기의 혜택을 누린 탓에 전화기에 연결된 유선통신에 익숙했던 나는 이렇게 가상 드라이브 공유나 이후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전 세계 어디든지 파일이 공유되는 첨단기술을 누려왔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가상의 혼합 세계에서 디바이스를 통해 쉽게 출입이 가능하고 동시에 현실세계와도 연결되어 운영된다는 면에서 요괴인간 영화에서 처럼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곳이 아니다.  이미 현대는 눈에 보이는 실재하는 세계와 보이진 않지만 더 크고 넓게 존재하는 세상을 확대하여 살고 있다. 인간은 가시(可視), 가청(可) 능력의 한계가 있어서 적외선(赤外線), 자외선(紫外線)은 눈으로 보지 못하지만 그 존재로 인해 병원에서 붉게 보이는 전등 아래에서 염증부위의 치료를 위해, 혹은 야외로 나설 때는 열심히 선블록을  얼굴에 바른다.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수많은 소리파를 통해 라디오, 휴대전화 등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세상에 도리어 더 많은 관심과 투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직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물리적, 관념적 경계가 존재한다. 국경을 포함하여 언어, 민족, 국가라는 거대하고 명확한 영역과 함께, 업무, 산업, 세대, 지역 등으로 세분화된 경계를 나누어 살고 있다.  하지만 점차 인터넷과 고속 통신 및 관련 IT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그 경계가 급속히 모호해지고 있다.  그래서 실재와 가상이 혼재되고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두 세계를 오가는 일이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www' 열풍이 불었을 때 도메인 선점 경쟁이 일었던 것처럼, 이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실재의 공간과 상품을 선점하기 위한 최근의 세태를 외면해서는 남은 인생을 상대적으로 좁아질 경계 속에서 살아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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