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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Jan 11. 2024

'Re-X'를 통해 전하는 인생 1막 마무리 辯

기업연구원 39년을 마치면서 나누고 싶은 생각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 속에 시작과 끝은 존재한다. 생명에 관해서는 탄생과 죽음으로, 공교육을 포함한 학업은 입학과 졸업으로, 그리고 직장생활의 경우 입사와 퇴사등으로 명칭이 다르지만 처음과 나중이라는 점에서는 분명한 경계를 나누고 있는 점은 유사하다.  물론 그사이 다시 세분화된 시작과 끝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은 이 세 가지 범주에서 경험하게 된다. 그중 내게는 직장에서의 시작과 끝이 평균적인 기간보다 무척 긴, 정규분포상 outlier에 해당된다.  1985년 시작 무렵부터 2024년 1월 현재까지 대략 39년 여를 한 직장에서 그것도 기업연구원로 오래 근무하는 호사를 누렸다.  간혹 우리나라보다 철강산업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긴 경쟁철강사에서 나보다 더 오랜 근무기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간혹 만나기도 하였지만, 우리나라로 한정하면 아마 최장수 연구원 기록일 것이다. 내가 입사할 무렵은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성장을 시작할 즈음 많은 기관에서 새로운 인력을 엄청난 규모로 채용하고 있을 무렵이었기에 취업걱정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그런 성장산업이 분명한 정체기를 맞거나 쇠퇴하는 길에 들어서서 이제는 새로운 산업을 모색 중이다.  현재의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마치 나 자신이 그 당시에는 대단한 역량을 가졌던 것인 양 착각하기도 하지만 분명히 그 시절은 비교적 수월한 취업이었다.  그간 급격한 산업성장기를 거쳐 상당기간 동경해 왔던 선진국의 기술과 경쟁할 수 있는 위치까지 이르러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경쟁하는 선도국가의 중견연구원이라는 칭호를 자연스럽게 덤으로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내 직장 인생에도 분명한 마침표를 맞아 그간 경험한 시행착오와 개인적인 성찰을 몇 가지 Keyword를 통해 정리하면서 비슷하지만 다를 수밖에 없는 미래를 걷는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제언하기 전에 우선  직장과 직업(Workplace vs. Career/Occupation/Profession) 사이의 차이를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직장(職場)은 말 그대로 내가 일하는 곳이다. 39년 여전에 포항제철 기술연구소에 입소해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난 분명히 직장을 선택했다.  고로반응, 예비처리,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등의 연구과제가 부여되는 대로 수행하였다. 하지만 그런 여러 연구과제는 아직 직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않은 상태로 전문영역을 학습해 나가는 성장과정의 징검다리가 되었다. 대학(원)을 졸업하는 경우 -현재는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입사를 하면 대략 20여 년을 학교에서 생활한다.  직장에 입사하면 이때 처음으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내가 정의한  학업과정과 기업연구소와의 차이는 ‘돈 내고 다니는 곳’에서 ‘돈 받고 다니는 곳’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적인 일을 통해서 성과를 내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 곳, 그리고 지속적으로 프로페셔널이 되어가는 과정이 기업연구원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연구원은 경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과거 해외출장 시 입국서류에 직업란을 채울 때 무심코 연구원이라 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원(Businessman)을 사용하고 있다.   결국 직장은 ‘돈 받고 무언가를 배우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업(業)을 이루는 곳’이다.


Re-Search & Re-interpretation(연구 & 재해석)

 내가 지난 세월 경험한 세상은 기업에서의 연구개발이었다.  오랜 기간 무심코 사용한 연구라는 용어를 한자어를 통해 번역한 표현을 새삼 조사해 보니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영어단어에서 보듯이 연구란 ‘다시 조사하는 것’이라는 보다 구체화된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내게 많은 공감을 갖게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찾아 나설 때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조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이 초라한 지식체계를 갖고 있을 무렵에는 'Re-'보다는 단순한 'Search'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원으로 막 입사하고 상당시간은 개인적으로 전문지식이 일천하기도 했지만 나를 둘러싼 시스템 역시 선진국(기업)의 기술개발내용을 무작정 조사하던 일이 대부분의 업무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나 자신과 동료, 후배들은 이제야 제대로 Re-Search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기술자료와 특허에서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조사를 해 나가고 있는 것이 그때와 큰 차이가 있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새롭게 조사한 정보를 새롭게 해석해야 비로소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타인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나 만의 고유한 시각과 관점으로 재해석(Re-interpretation)하는 일'은 오롯이 자신만의 사고체계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원(직원)은 새로운 관점으로 상황을 재 해석하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검토를 추구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Research에 담긴 뜻이 그런 관점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재해석은 비단 연구(업무)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내에서 상위 관리자에게 요청받은 내용을 하위 직원, 동료에게 단순 forwarding 하지 않고 왜 그런 요청이 있는지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해서 전달하는 일에도 활용된다.  하지만 자신만을 관점만을 가지지만, 상위 관리자의 본 뜻을 저버리지 않는 전제하에 하위 관리체계에 있는 개인은 역시 자신의 관점을 보태어 상위자의 요청에 의견을 보태야 한다.  상위관리자 역할을 경험한 바로는 가끔 중간관리자들이 내가 전달한 의미를 재해석 없이 자신의 하위 관리자들에게 단순 전달하여 보고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른바 ‘일등병이 기안하여 장군에게 보고한다’라는 가십을 연상케 한다. 그런 관점의 전환을 위해서 이른바 융합적인 사고를 권장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영역 외에 주변기술과 관점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Relation, Respect(관계, 상호존중)

 그렇지만 연구원(직원)은 개인 사업자 같아서 시스템 내에서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데 열심을 내야지만 자신의 차별적 특성을 간직해야 한다.   둥근 접시에 생달걀을 여러 개 깨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흰자위와 노른자로 구별되는데, 다른 달걀을 동시에 깨서 한 그릇에 놓으면 흰자위는 어디까지가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쉽게 구별되지 못한 채 섞여 있다. 하지만 노른자위는 휘젓지 않는 한 명확한 구분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시스템 안에서는 타인과 흰자위처럼 융합하고 같은 색깔로 협업하는 모습이 되어야 하되, 자신의 고유특성, 타인과의 차별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타인이 나를 떠올리면(free association)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지,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치기를 원하는지 상상해 봐야 한다.  상사와의 대화에서는 자신의 주체성을 갖되 정중하고 신중한 모습으로 임해야 한다. 예의 바르고 겸손을 취하되 자신만의 생각을 전달하는 연구원(직원)은 상사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이다.  간혹 자신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고수하는 관리자가 있더라도 이런 태도는 그에게 지속적으로 마음에 남아 언젠가는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여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연구원(동료) 간 사적인 대화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바람직하기는 집단(4명 이상)의 경우는 대화내용이 하향평준화 경향을 갖기 마련이기에 적절하기는 2인이 혹은 3인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다수인 경우 나를 중심으로 서로의 대화스타일 맞지 않는 경우에는 역시 겉도는 주제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혹여 담배 피우는 시간^^에도 평소 업무상 만나기 힘든 동료들과의 대화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짧은 시간 때문에 흔히 소문과 가십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면서 상대와의 친밀성을 우선 쌓고 이후 의미 있는 주제를 나누는 것이 좋다. 관계에서 필수적인 것은 상대를 존중(Respect)하는 마음이다. 분명히 내가 만나고 있는 상대는 내가 보는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영역이 더 많고 상상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그녀)의 표정과 몸짓, 언어습관등에 담긴 그들의 내면의 진실을 대부분 알지 못하기에 그저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가 가진 귀한 것을 찾을 수 있다. 비단 타 기술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지식을 확장할 수 있다.  가장 권장할 만은 방법으로 해당분야의 것도 중요하지만 꼭 현재 내 상황에 맞지 않는 강연, 세미나등을 참석하는 것이다.   외부인의 강연은 다른 관점과 주제에 대해 강사가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사내에서 열리는 강연은 가급적 참석하여 지식과 간접 경험, 그리고 network를 쌓아가야 한다. 글로벌 committee에  리더들은 관련 연구원이 지속적으로 활동하여 그 committee를 통해 network를 쌓아나가면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지적 source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Reputation(평판, 명성)

각 개인은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갖게 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주변의 어느 한 동료를 떠올려 보면 그(그녀)에 대한 순간적인 연상과 느낌이 들게 된다. 그(그녀)의 표정, 음색, 말하는 태도, 옷차림등….  그들에게 풍기는 외적인 것과 동시에 그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만의 느낌이 떠오를 것이다.  난 어떤 모습으로 그들에게 보이는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자신이 결정한 방식에 따라 상당 부분 정해지고, - 물론 외모와 같은 부분은 DNA의 몫이긴 하지만 -역시 내면의 상태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얼굴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너새니얼 브랜든에 따르면 자존감의 두 핵심 요소는 ‘자기 효능’(self-efficacy)과 ‘자기 존중’(self-respect)이라고 요약한다. 전자는 ‘나는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 확신이고, 후자는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안정적 확신이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다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40년 전에 연구원은 상대(선진철강사..)와 비교, 판단으로 자신을 평가하였지만 이제는 자신을 믿고 자신이 이전에 비해 얼마나 향상하였는지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여객선과 전투함(Passenger Ship vs. Battle ship)과의 차이를 생각해 보았는가?  여객선은 마땅한 비용을 지불하고 항해 중에 승무원들에게 온갖 편의를 제공받는 프로그램이다.  각자의 지정된 객실에서 가장 안락한 상태로 유람선이 제공하는 다양한 위락시설과 공연 그리고 멋진 음식을 제공받는다. 하지만 전투함은 탑승객을 승조원이라 부르고 모든 탑승인력은 각자의 위치에서 부여받은 역할을 감당하면서 함장의 지휘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공동대응하도록 요구받는다. 여전히 각자의 숙소도 있고 음식을 제공받지만 각자는 누군가로부터 일방적인 서빙받는 것이 아니라 피차간 주어진 목표를 위해 상호서빙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에 대한 평판 쌓기는 상호신뢰가 중요한 전제  요건이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전투함 같은 직장에서 믿고 자신을 맡길 만한 동료, 선후배라는 믿음이 있으면 공동체에 대한 확신 속에서 안전하게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Retreat, Rehabilitation(회복, 재건)

 자신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함양할 때 시스템의 가치도 향상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적인 시간을 보장받는 의미 외에 이를 일과 함께 운용할 때 적정한 밸런스가 필요하다.  인간은 유기체이기 때문에 직장에서 업무에만 자신을 몰입시키는 경우 이른바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대부분은 직장동료와 저녁식사와 운동 등으로 이른바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은데 이 보다 더 필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시간을 내어 볼 것을 권한다.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가끔은 자신이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되는 장소와 시간을 내어서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쉴 새 없이 반복되는 직장과 가정의 일상에서 자신만의 쉼을 통해 회복하는 과정이 자신이 삶 속에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연구개발업무는 육체적인 활동보다는 지적활동이기에 일정한 기간 동안 활동을 한 후에는 잡다하게 가슴속에 남겨진 잔재를 정리해야만 새로운 사고와 판단이 가능하다.  올해부터는 격주 4일 근무도 시작되고 유연한 근무도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기에 예전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휴가의 개념이 아닌 정서적인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가져보기를 권한다. 가톨릭에서는 피정(retreat)이라는 활동을 권하고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해 자신을 살피는 일이다.  단순히 다수가 참여하는 수련회와는 달리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지친 마음과 육신을 회복(rehabilitation)시키려는 것이다.  신경정신과 의사들도 환자와의 대면 진료로 쌓인 스트레스와 상담 시 받았던 타인의 병적인 대화로 생긴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일정기간에 한 번 동료 의사에게 치료받는 환자가 된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나만이 편안하게 느끼는 한적한 커피숍에서 책을 읽거나 뭔가를 써 내려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혼자 등산을 한다든지 하는 것도 포함해서.  어떤 강연에서는 자신의 일정을 의도적으로 blocking 하여 방행 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특히 리더의 위치에 있을 때는 더더욱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Resume(이력관리)

 하지만 자신이 연구하고 고민하고 결과를 도출한 것은 기업의 비밀유지를 확보하는 전제에서 학술지나 발표등을 통해 객관화시키고 자신의 career를 build-up 시켜야 한다. 자신의 Career Document를 해마다 update 해 보면 내가 어떤 성취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내경우 직장생활 후반기에 들어서야 여러 외부 상을 추천받으면서 이력서라는 것을 작성할 때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 흔적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는 시간이 생겼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이 어떤 과정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나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한 해를 보내는 때나 혹은 신년을 맞는 시기에 update 해 볼 필요를 전한다. 꼭 이력서가 아니더라도 연구소를 통해 추진한 일, 과제, 외부 활동 등을 정리하면 자신의 성취와 나름대로의 아쉬움을 발견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나의 업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자신만의 직업을 발견하는 도구로서 이 작업은 권장할 만하다. 개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Junior에서 Senior로 점차 역할이 변화된다. 처음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이 junior이었지만 Senior로 성큼 변화된  상황을 이런 자신의 이력관리를 통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찰할 수 있다.  Junior 사이에는 어떤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가?  내 소견에는 기능적인 것, 속도, 등으로 상대를 바라보기보다는 특히 Senior는 junior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junior의 활기차고 skillful 한 모습으로 견주는 것은 마치 버스 운전사가 30년 경력을 보유한 상태와 1년 차와는 기능면에서 우열을 가를 수 없기에  최근에는 임금차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라.  하지만 우리는 지식 근로자이다. 경험과 연륜이 자신의 역량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차이를 갖는 Senior가 될 수 없다. 이 같이 역할이 junior에서 senior로 변화는 경우 외에 구체적으로 leader의 역할로 바뀌는 경우도 자신의 일하는 방식과 주변동료와의 관계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  누구나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다.  좁게는 가정에서 소규모의 사적모임이나 외부 기관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리더로 보임 받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역할이 follower때와 leader인 때와는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follower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며 동시에 협업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 과정이 서투를 경우 자신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시스템에 큰 장애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피터의 법칙(Peter’s Laws)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가장 자신의 역할과 역량이 일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정을 다루는 연구원은 항상 Lab. 에서 머물지 말고 공정이 작동하는 실제의 상황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학적(엔지니어, 엔지니어링)인 태도는 과학적 지식과 경험으로 실제의 상황에서 공정을 작동시키는 일이다.  실험실에만 머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Reduction, Review

 제선(Ironmaking)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환원(Reduction)이다. 이 단어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이지만 우리 영역에서는 광석 중에 부착된 산소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에서 좀 더 환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분광석과 flux를 혼합하여 사전 소결 하거나, 환원제로서 사용되는 코크스를 적절한 배합과 공정으로 최적화한다. 고로, 용융로등에서 최종적인 환원을 위해 나름대로의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모든 과정이 제선 연구분야이다.  우리만의 혁신공정인 FINEX은 그런 고민의 결과로 지난 30여 년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과정에서 성취한 결과물이었다.   Lab.부터 상업적 가동까지 이룬 FINEX 개발의 경험과 지식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인 HyREX개발을 위해서는 FINEX를 개발한 과정에서 획득한 다양한 생각들, 과정 및 관점을 오늘의 시각과 미래의 가치로 새롭게 재해석해야 한다.  과거에 이룬 노력과 경험 중 지금은 유효하지 않거나 버려야 할 부분, 그리고 아쉬웠던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과거의 경험이 가져다준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유무형자료를 제대로 검토(Review) 해야 한다.  막막한 상태에서 치러야 했던 대가지불이 새로운 공정개발에서는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한다. 그간 많은 문제를 만나 해결했음에서 여전히 약간 변형된 문제 앞에서 동일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개발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새로운 공정의 완성만을 고려한 Technology Pool형태에서 추진해 왔다면 이제는 Market Pool개념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이미 HyREX는 POSCO의 고유기술로서 인지되어 있지만, 이를 미래의 실제적 가치로 구현하기 위해 치밀하고 끊임없는 개념 설정이 필요하다. 미래는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는 것 만으로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비즈니스에서 경제적 가치로 전환이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 또한 독자적인 Platform기술의 owner로서 굳이 우리가 개발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기술의 외부화(third party기술)를 추진함과 동시에 우리의 platform에 호환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기존의 익숙한 틀을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때 가능하다.


Retire, Restart(퇴직, 새 출발)

이제 나의 다양한 계정에 포함된 POSCO라는 단어를 지워야 할 시간이다.  퇴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임무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POSCO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만 새로운 장소만 바뀌었을 뿐 나의 업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 덧(A short period of time)‘   없다는 의미는 부정적이지만 매 순간을 열심히 살고자 했던 기억 때문에 지난 세월을 덧없다고 느끼진 않는다.  자신이 의미를 가진일은 작심삼일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쭉 이어지는 끊임없는 가치발견은 나를 성장시켜 왔다.  여전히 호기심 많고 대화를 즐겨하는 나는 당분간 변화된 위치에서 유사하지만 좀 더 다양한 일들을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 나의 브랜드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인정되는 순간까지 여전한 방식으로 내 삶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래서 시원-섭섭이라는 통상의 느낌에 '기대'를 덧 붙이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 맞게 될 다양한 상황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 앞서 제안한 대로 동료들과의 관계가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여전히 나에 비해 연소한 연구원, 행정원, 일반 직원들을 통해 감명을 받곤 했다.   나는 모든 것을 아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동료는 좋은 스파링 상대였으며, 때론 스승으로, 격렬한 경쟁의 대상으로 여겨왔던 그간의 관계 맺기가 큰 자산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우리의 상상력이 세계적인 것이고 그것이 우리가 가질 고유의 기술임을 확신하고 나아가야 한다.


그간 오랜 세월 나를 인내하고 허용해 주었던 기업은 내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또다시 배려하였기에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연구, 시니어로서 도움이 되는 일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동안 관념 속에만 있었던 새로운 생각들을 작은 규모지만 시작해 보려 한다. 그래서 다가오는 새로운 출발시간이 기대된다. 내 이름 앞에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익숙한 수식어를 버리고 새로운 title에 걸맞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꿈을 향해, 그래서 후배들에게 나를 통해서 용기와 기대를 남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미래의 나를 응원한다.

 나의 오랜 연구원생활동안 나를 통해 통해 불편하셨던 분들, 혹은 좋은 기억이 있던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섭섭한 분들은 저를 절대로 용서하지 마시고^^ 혹여 저를 긍정해 주셨던 분들 또한 각자의 망각속도에 맞추어 점점 그 호불호(好不好)의 기억이 희미해져 갈 것임을 확신하기에 고민 없이 정들었고 익숙했던 39년의 삶을 떠나갈 수 있다.


ps. 글을 발행해 놓고 보니 지인의 검색결과 하워드 가드너의 ‘Changing Minds’에 동일하게 Re-로 구성된 글이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다중지능이론을 제안하신 꽤 유명한 석학이신데 어쩌다가 모작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은 본 적이 없기에 조만간 일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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