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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Aug 06. 2024

‘괴테의 달에게’vs.’김용길의 달에게‘

자신의 시간에서 창조적인 번안으로 이끈 그를 기억하며('달에게‘,78년)

 괴테는 ‘달에게’라는 시를  한 대상을 가슴에 품어 그와 함께 세상이 모르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내심을 시로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평생에 걸쳐 많은 여인들 속에서 방황하고, 대부분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연정이었기에 더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을 담았다고 한다. 이 시는 연상의 유부녀를 오랫동안 흠모하면서 쓴 시로 어렵게 전했다고 하는데,  달빛, 강물, 밤 등 자연은 평온하고 고즈넉한 배경을 이루는 상황에서, 홀로 있는 시적 자아는 대상을 애도하면서 아픔, 고통, 상실감으로 차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괴테는 중산층의 경제적, 문화적 여건에서 태어나 문학, 법학, 광물학, 색채학 및 식물학 분야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끼친 삶을 살았다. 파우스트와 같은 고전소설이 그의 주요 대표작이지만 다양한 저작활동으로 시와 희곡등의 문학작품을 발표하였고, 당시의 유명인사와도 교류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독적인 기록을 남겼다.  전통적인 독일계 백인혈통이며 훤칠한 키의 미남형의 외모 때문에 수많은 여인들 쪽에서나 그 조차도 끊임없이 연정을 품고 살았다. 괴테는 80여 년 동안 때론 공직자로서, 명성 가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살았으며, 전형적인 유럽인의 전형을 보유한 선망의 대상이었다.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황은미-문채지의 동명의 가요인 ‘달에게(김용길 작사, 황은미 작곡)’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들을 때마다 연상되는 기억이 있다.   유*브에 남아있는 그들의 노래를 가끔 추억하며 즐기곤 하는데, 얼마 전 어느 댓글에서 ‘작곡자 님의, 확인할 순 없는 별세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 곡의 작곡자와 작사가와 40여 년 전 같은 공동체에서 몇 년 간을 함께 했던 나로서는 이 곡에 대해 조금은 특별한 배경과 알려지지 않은 의미를 나름대로 추정하며 이 곡을 감싸고 있는 슬픈 기억을 더듬어 본다.


작사가는(실제는 괴테시의 개사자로 표기) 당시 서울시내 소재 법대로서는 수위를 달리는 대학에 재학 중이었다. 고향이 전라남도라고 소개했던 그는 구순구개열질환으로 아래 입술이 편측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고, 머리숱은 심한 곱슬머리장발이며 키도 160cm 채 안 되는 모습으로 내가 속한 공동체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예리한 판단력과  언변이 탁월했지만, 기형적으로 일그러진 외관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활동하면서 생활을 이어가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끔 수련회등에서 본 그는 현실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저항자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당시는 유신독재 정권이 이어지고 호남지역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시기였지만 서울에서 만 살아왔던 내게는 체감하지 못한 생경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순종적이고 세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던 공대생이었던 나는 그 당시 사회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분별력이 부족했다.


작사가(개사자)는 같은 공동체에 있던 그녀를 보았을 것이다.  다른 자매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세련된 상냥함과 자신이 가지지 못한 많은 것을 소유한 듯한 그녀의 모습에 이질감도 느껴졌지만 동시에 본능적으로 매력 있는 대상이었다.  눈을 직접 맞추지 못했을 정도로 작아지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어쨌든 한 공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공동체에 속해있었기에, 서툴지만 자신의 존재와 그녀의 내면에 드러나지 않던 다양한 모습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녀가 작곡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가요제를 나가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이 상상하지 않던 공간과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그녀의 새로운  거리감과 동경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자신이 그 순간에는 가지고 있고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것조차 그녀에게는 의미 없음과 부담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가고 오로지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진전된 그녀와의 관계 때문에 어쩌다 마주친 그녀를 현실에서는 더 많은 낯섦과 간격을 느꼈다.  평소에 책과 시를 읽는 것이 거의 대부분의 여가 활동이었던 그는 '괴테의 달에게'라는 시를 보는 순간 그녀를 떠올리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고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감정을 공명 시키는 강렬한 단어들 또한 그의 눈으로 들어왔다.

너무도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그녀 앞에 자신은 마치 외계인과 같았고, 그녀는 높은 하늘에 아스라이 떠 있어 볼 수는 있지만, 왠지 자신이 오롯이 독차지할 수 없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얼마간 동안 괴테의 시를 반복해서 읽고 그녀에게 전할 수 있는 자신의 감정을 '개사'라는 형식을 빌려 다듬어 보았다. 어찌 되었든 개사된 ‘달에게’의 가사에서 발견한 ‘파리한 달그림자’와 ‘방황’,‘인생의 설움’ 그리고 앞서 설명한 ‘증오’는 그간 그가 절대적으로 대립하던 감정에서 벗어나 그녀를 향해 부드러워진 마음을 갖고 홀로 자조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기에 스스로 만족했다. 그녀를 향한 자신의 열정을 글 속에 군데군데 보석처럼  감추었다고 생각했기에 어느 순간 불쑥 그녀에게 건넸다.  자신은 이 시를 참 좋아한다고, 그래서 조금 고치고 더해서 개사해 보니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애써 무심한 척 그녀에게 전했을 것이다.  그녀도 얼마 전부터 조금은 그의 눈길이 다르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기에 불쑥 받는 것도 어색했지만, 잘 살펴보고 곡을 만드는데 활용해 보겠다고 인사치레 답하며 받았을지 않을까?   돌아와 개사된 시를 조심스레 살펴보면서 예상했던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녀에겐 그런 느낌이 주는 혼란한 감정보다는 시에서 전해지는 그 아련한 정서를 곡에 담는 것에 더 마음이 분주했다.  개사된 글 내용은 괴테가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에 대한 연정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그 누구도 남성이 여성을 향한 글임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성 듀엣으로 구성된 팀의 경연곡으로, 이 시를 기초로 만든 자작곡을 통해 노래하고 연주했고 그리고 수상했다. 개사자는 자신의 감정이 이입된 글을 자신이 마음에 담은 그녀가 곡을 입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수상한 것에 대해 내심 열광했지만, 한편으로는 체념하겠다는 자신의 포기를 확증하는 것 또한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내 상상과 전혀 다른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작곡자는 영문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문학적인 재능이 있는 그였기에 괴테의 시를 자신의 곡에 담고 싶어 해서 나름대로의 개사를 시도했으나,  좀  더 마음에 닿는 글로 다듬기 위해 개사자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생성한 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상상력은 이 가정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앞서 묘사한 그들의 현실적인 각자의 상황과 모습이 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그들은 그들에게 정해졌다고 여긴 삶의 여정길로 각자 선택하고 나아갔을 것이다.  


1979년에 들어와 우리 사회는 각종 시위가 이어지고 급기야 10.26 사건, 12.12 사태등 혼란한 상황으로 급속하게 빠져 들었다. 대학은 휴교를 하고 다음 해인 1980년에는 광주에서 심각한 시위와 함께 게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작전등으로 인해 지역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조심스럽게 전해졌다.  통제된 그 지역으로 목숨을 걸고 들어가려는 행렬 중에 그도 당연히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공동체의 선배 중에 한 분은 '그가 광주에 들어간 이후 연락이 두절되고 있는데 아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지 않았을까' 하며 조심스레 추정하였다.  상황적으로 개연성이 높은 판단이었기에 주변의 모두는 그의 마지막 모습으로 추정된 그 의견에 동의했다. 대학을 졸업한 작곡가는 그 시기 이후 공동체에서 볼 수 없었다. 부모의 엄한 관리?을 받던 그녀는 아마 그들의 바람대로 예상된 미래로 걸어갔을 것이다 그 이후 아무 곳에서도 그녀의 활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주변에서도 소식을 아는 이가 없었다는 것이 나의 추정을 뒷 받침한다.


수 백 년 전 전혀 다른 상황에서 작성된 고전 시를 자신의 시간과 공간에서 창조적인 번안을 시도한 그의 열정을 통해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 많은 울림과 공감을 가져다주었다.  얼마 전 주변에 있는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외국인에게 개사된 시를 번역하여 보여주었다.  기계번역의 한계와 다른 문화로 인한 차이 때문인지 그 다지 그에게는 감동이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번안작가가 경험한 배경과 상황을 설명해 주니 그도 역시 공감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래전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시를 강의하던 국어선생님은  ‘시의 의미를 시대에 대한 저항, 혹은 애국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교과서 적 평가’보다는 ‘자신의 느낌과 상상으로 해석해 보라는’ 그분의 제안을 이제야 실감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무례한 추정과 주제넘은 판단’이 사실이 아니라고,  그들 모두가 격렬히?  항의하는 소식이 오래지 않아 내게 전해지길 고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때를 살았던 각자들이 여전히 이 땅에서 건재하여 나의 섣부른 짐작을 나무라고 오랜만에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는 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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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An den Mond)

                                 

어스름한 빛으로 고요히 그대는 덤불과 골짜기를 가득 채우고

마침내 내 마음을 온갖 고뇌에서 풀어준다

 

나의 초록빛 정원에 그대는 부드럽게 빛을 펼친다

다정한 친구의 눈초리가 상냥하게 나의 운명 위에 쏟는 것처럼

 

즐겁고 또 서럽던 때의 여운이 나의 가슴에 울리면

기쁨과 괴로움이 뒤섞이는 사이를 나는 홀로 헤맨다

 

흘려라, 흘러라, 그리운 개울이여! 내 마음은 즐겁지 않으리라

희롱도 키스도 진심도 덧없이 사라졌다

 

나도 언젠가는 귀중한 것을 가졌더니라

그것을 영영 잊을 수 없어 이렇게 마음이 괴로운 것을

 

개울이여 살랑살랑 골짜기를 쉬임 없이 흘러라

살랑살랑 내 노래에 고운 멜로디를 소곤거려라

 

겨울밤에 그대가 범람하여 물이 넘칠 때

혹은 화사한 봄날의 새싹들을 맴돌고 흘러갈 때

 

증오심을 갖지 않고 세상에서 떨어져서

한 사람의 친구를 가슴에 안고 그 친구와 남몰래

 

이러한 달밤에 마음의 미로를 지나가는

생각을 즐기는 자는 그런 자는 언제나 행복하리라 (전영애, 문학동네, 2021)


달에게(김용길 개사)


구름 장막 새로 파리한 달그림자

멀리 희미한 골짜기를 어렴푸게 채우네

공허한 내 심장 여윈 소망의 근심


이젠 소리 없이 흩어져 내 영혼 갈 바를 몰라

내 뜰에 넘친 그대 눈빛 그리운 눈매 닮았네

즐거운 날 서글픈 날들의 아쉬움들을  나 홀로 방황했었네

내 마음 그대 보다가 인생의 설움 알았네


증오에서 떠나서 세상을 외면할 적엔

가슴 잠기는 사람아

별빛 흐린 새벽 그대에게 말했네

한 벗을 가슴에 품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는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78년 대학가요제, 김용길 개사, 황은미 작곡)





구름 장막 새로 파리한 달그림자 멀리 희미한 골짜기를 어렴푸르게 채우네 공허한 내 심장 여윈 소망의 근심 이젠 소리 없이 흩어져 내 영혼 갈 바를 몰라 내 뜰에 넘친 그대 눈빛 그리운 눈매 닮았네 즐거운 날 서글픈 날들의 아쉬움들을  나 홀로 방황했었네 내 마음 그대 보다가 인생의 설움 알았네 증오에서 떠나서 세상을 외면할 적엔 가슴 잠기는 사람아 별빛 흐린 새벽 그대에게 말했네 한 벗을 가슴에 품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는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구름 장막 새로 파리한 달그림자 멀리 희미한 골짜기를 어렴푸르게 채우네 공허한 내 심장 여윈 소망의 근심 이젠 소리 없이 흩어져 내 영혼 갈 바를 몰라 내 뜰에 넘친 그대 눈빛 그리운 눈매 닮았네 즐거운 날 서글픈 날들의 아쉬움들을  나 홀로 방황했었네 내 마음 그대 보다가 인생의 설움 알았네 증오에서 떠나서 세상을 외면할 적엔 가슴 잠기는 사람아 별빛 흐린 새벽 그대에게 말했네 한 벗을 가슴에 품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는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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