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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Feb 20. 2017

 「낯선 여행지에서 꺼내볼 나의 그림자Shadow」

#55. 새롭게 나를 알아가는 시간, 진정한 여행의 시작 !

            

여행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ㅡ프리벨          

                            



행. 

travel!

여행은 경직된 나를 무장해제해 나른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를 때부터 밀려드는 특유의 몽롱함, 약간의 들뜸과 설렘. 

낯선 여행지에서 마주할 아름답고 생경한 풍경에 한껏 고무되어 일상에 지친 나를 내려놓다보면, 우리는 '또 다른 나'의 진정한 모습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평소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혹은 드러낼 수 없었던 나의 또 다른 모습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시간.

그렇게 여행은 어쩌면 '나' 의 여러 모습들을 다 꺼내 마주볼 수 있는 멋진 시간들의 연속이다. 







여행이라는 단어 'travel'의 어원은 'travail'로 고난, 고통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여행은 안락하고 익숙한 공간인 자신의 '집'을 떠나 어디론가 낯선 곳을 찾아 나서는 일이기도 하니, 그 자체가 어쩌면 고난임에는 틀림없다. 금수저가 아닌 평범한 소시민인 나와 같은 이들에게 여행이란 호화롭고 마냥 편안한 그런 여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소박하게 짐을 꾸려 배낭을 메고 훌쩍,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약간의 불안감과 설렘을 안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고난의 시작이다. 그러나 그 때 우리는 삶의 본질적인 질문, '나는 누구인가'를 꺼내들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그림자들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내밀한 그림자를 꺼내,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진정한 나, 온전한 나로 퍼즐맞추듯 다시 맞춰보는 시간이다. 

그렇게 또 다른 그림자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바싹, 햇빛에 내밀말리에 더없이 좋은 순간인 여행!

진정한 Travel이 시작된다. 






여행지를 정해 가방을 꾸려 출발!  

할랑할랑, 이번엔 하와이다. 

그렇게 낯선 도시 호놀룰루에 도착해 그 곳의 중심가인 칼라카우아 거리를 거닌다.

도심 구석구석을 살피며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다, 아파오는 다리를 쉬어주려 앉아본 노상의 kona카페.

의자에 배낭을 놓고, 테이블에 코나커피 한 잔을 내려 놓고 바라보는 낯선 거리. 

싱그럽다. 

야자수가 드러워진 이 곳에 저녁무렵마다 번지는 노을의 향연! 그 무엇으로도 다 설명할 수 없는 이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 

나는 이미 편안한 집을 떠난 것에서 오는 약간불편함이나 불안감 따위는 저 멀리 던져둘 수 밖에 없었다. 낯선 풍경 아래 놓인 이 느긋한 시간을 즐겼다. 그동안 바쁜 일상에 눌려 움츠려 있던 '또 다른 나 자신'을 꺼내 바라보는 여유를 가졌다. 어쩌면 우리는 바로 이 맛에, 조금은 힘들고 불편해도 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어느 낯선 중심가 한 모퉁이에 앉아, 

가장 느긋하게 내 안에 드리워져있던 그림자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보는 순간.

그 그림자의 모습은 어쩌면 민망함과 부끄러움으로 얼굴 붉어지기도 하지만, 어느새 가장 평화로운 마음으로 나를 들여다보게 되고 마음 속 한구석에 쌓여있던 아픈 그 무언가가 슬쩍 치유된다면 안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여행은 그렇게 지구 위 어느 곳이 되었든 한 걸음 한 걸음 새로운 곳에 발을 내딛게한다. 

내 몸의 모든 감각을 온전히 깨워 자신의 모든 그림자들을 꺼내게 한 후, 한없이 부드럽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한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힘든 일은 없다. 

꼼꼼하게 계획한 대로만 여행지를 허겁지겁 둘러보는 것은 숨 막히기 이를 데 없다.  


적어도 진정한 여행은 발길 닿는 대로 그저 편안하게 눈길 닿는 대로, 이리 저리 둘러보고 또 둘러보면 될 일이다. 우리에게는 여행을 출발하기 전, 여행의 목적지가 어디인가가 중요할 뿐이다. 

그 외엔 어느 것도 중요치 않다.

그리하여 낯선 어느 도시에 도착하거든, 마치 그곳에서 오래 살던 사람처럼 도시의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서 쉬엄쉬엄 그 도시의 향과 색을 흠뻑 취하면 될 뿐이다.

정말 그 이상 더 무엇도 필요치 않다.  






첫 번째 shadow

낯선 여행지에 도착해, 어느 길가를 걷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 사진에 마음이 끌린다면 그 식당으로 쓰윽, 문을 열고 들어갈 어느 골목 모퉁이를 돌다 향긋한 냄새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면, 그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 향을 깊이 음미하고 색다를 맛을 접할 일.

이렇게 낯선 여행지에서 그 곳의 맛을 음미하는 순간은, 일상에 쫓겨 늘 먹던 대로 간단히 무언가의 먹거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급급했던 우리들의 무뎌진 미각을 다시 바로 세워준다.  여행의 감미로움 중 하나가 현지의 다채롭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일이 아니던가? 그 안에서 한껏 행복해질 우리의 숨겨진 그림자들을 상상해 본다.






두 번째 shadow

이른 아침, 낯선 여행지에서는 평소 해보지 않던 이른 산책을 시도할 일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아침 일찍 산책에 나서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을 꿈꾸게 할 것이다. 

평소 늦잠을 자느라 못 보았던 분주히 시작되는 아침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부지런함에 대한 예찬이 절로 나오고 우리에게 삶에 대해 겸손함과 진지함을 겸비하게 만든다. 

그러니 낯선 여행지에서는 일찍 일어나 운동화 끈을 조여 묶고 살아숨쉬는 거리를 거닐며 새롭게 떠오르는 거대한 태양을 마주하고 심호흡을 가다듬을 일이다. 그 곳의 어느 강변이라도 따라 달리고 달리며 활기차게 또 다른 나의 그림자를 꺼내어 삶에 대한 새로운 도전 의식을 가져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다. 





세 번째 shadow

한낮의 낯선 여행지에서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시간이다. 여행지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공연이나 각종 볼거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가슴 두근거리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고, 삶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접해보는 일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호기심 가득한 그림자들을 꺼내보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미처 나도 알지 못했던 나의 끼를 살짝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각종 공연과 볼거리를 보면서 어느새 나도 배우가 되고, 가수가 되고, 연주가가 되고……. 

어쩌면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한 번쯤은 새로운 취미활동으로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은 그런 나의 내밀한 끼를 알아챌 시간을, 나의 색다른 면을 좀 더 깊게 응시할 시간을 갖게 해 주는 멋진 순간이다. 




네 번째 shadow

저녁노을, 그 타오르던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풍덩,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재조명해 보는 일은 의미롭다.

모든 아름다움이 순간적으로 휘익, 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고서 어쩌면 우리의 삶도 저러함을 인식하는 일, 그것은 우리에게 그 무엇에도 얽매임이 없을 것과 그 어떤 것에도 짙은 고민과 한숨을 섞지 말 것을 알려준다. 거대한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 보며 앞으로의 내 삶을 예측해보는 일은, 내 안에 숨겨진 부정적인 그림자들을 꺼내들어 저 멀리 바닷물 속으로 던져버리게 한다.

여행은 그렇게, 원대하고 끝없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잊고 있었던 우리 삶의 시작과 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느 것이 진짜 나의 모습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진정한 여행은 숨겨져 있는 자신의 그림자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바라본 후, 보다 더 단단하게 '나'를 만들게 한다. 일상에서 내팽개쳐져 있던 나를 바로 세워 토닥토닥, 다독여주고 지금보다 더 힘을 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지팡이! 

그러니 우리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 아름답고 거대한 자연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면서, 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그려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한 번쯤은 우리가 진정 살아가야 할 이유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 보아야 한다. 




여행은 결국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ㅡ한비야





골치가 아프도록 철저히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 없이, 한 번쯤은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훌쩍 그냥 떠나보기. 

그리하여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그 여행지의 거리 골목 구석구석을 걸어보기.

여행이란 이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할 것이다.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에서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길과 숨결이 담겨 있는 거리를 걸으며 '진정한 나'를 찾아보는 일은 그 자체가 행복이다. 

관광이 아닌 진정한 여행을 통해 나와 숨겨진 '또 다른 나'의 그림자를 만나는 일. 

그렇게 몸과 마음근육을 동시에 단단해지도록 만드는 일이 여행의 의미이며, 조용히 자신의 내밀한 그림자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로움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글에 실린 모든 사진은 최근 하와이 여행 중 담아온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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