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백인 사발전
창덕궁 건너편 한국문화정품관에서 30일(목)까지 一白人 沙鉢展이 열리고 있다.
공모를 거쳐 선발된 일백인의 사발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진열陳列되어 사발沙鉢을 품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각자의 모습으로 탄생된 사람들처럼 각자의 모습으로 탄생된 일백인의 沙鉢들. 사람들 얼굴이 다르듯 일백개의 沙鉢들은 다 제각각이다. 서로 각각 다른 사발들이 調和를 이루고 있다. 그 자체가 화엄華嚴 세계이다.
사람도 세상에 태어났으면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고 살듯이 사람의 손에 탄생된 모든 물건이나 작품도 탄생이후에 함께 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함께할 사람을 찾지 못한 물건이나 작품들은 작가의 먼지쌓인 선반위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내야 하고, 버려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손으로 가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나를 닮은 沙鉢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며, 통장에 돈이 얼마있는지 궁리하며 전시를 구경하니 전시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다른 전시에서는 전시기간이 끝날 때까지 작품이 진열되는데 一白人 沙鉢展은 판매 즉시 진열대에서 물건이 빠진다. 전시가 끝날 때쯤이면 헐렁한 전시가 될 것 같다. 백개의 沙鉢중에서 나를 따라 온 녀석이 있다. 긴 시간 함께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