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BTS에 빠졌다. BTS 영상을 보는 취미까지 생겼다. 널찍한 스마트 TV로 공연이나 뮤직비디오 보는 걸 즐긴다. 특히 BTS표 '댄스 브레이크'를 보고 있노라면, 꽤나 굳어버린 내 관절들도 저마다 삐걱거리며 그들의 춤사위를 모방하려 애쓴다. 얼씨구, 나도 모르는 사이 '아미'가 된 걸까.
그런데 요즘 고양이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BTS 영상만 틀면 TV 앞으로 슬금슬금 집합을 한다. 물론 두 녀석의 액션은 좀 다르다.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의 까미(7세, 인간나이 44세)는 '저것이 뭣이다냐' 하는 표정으로 화면을 뚫어지게 보며 부동자세를 쉬이 풀지 않는다. 중학생 자녀를 둔 가정주부가 '남돌'이라는 신문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모습 같달까. 참고로 까미는 싱글이다.
막내 요미(0.5세, 인간나이 10세)는 다르다. 소녀답게 BTS가 현란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마다 펄쩍 뛰어오른다. 정국이 메인에 있을 때 더욱 흥분하는 걸 보니 정국 팬인 것 같다. 사냥해서 제 것으로 하고 싶은 욕망의 표출일지도. 점프 샷을 찍고 싶었지만 TV가 흔들거려서 식겁하며 멈춰야 했다.너무도 '격렬한' 팬심이다.
그래뭐, 이해한다. BTS는 전 인류를 넘어 동물계에서도 통하는구나. 이른바 남녀노수(짐승 獸)다.
"나.. 나도! 나도 만질 거야!" (무언가의 패러디다)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BTS에 심취하다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고양이들과 같은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집사로서 기쁨이 아닐까. 고양이와비슷한 수준임에 얼마만큼 좋아해야 할진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
BTS는 역시 BTS라는 사실.그들의독보적인 무대연출과 압도적인 보컬 퀄리티는 고양이들도 '쌉'인정하는 바. 그런데 아미밤은 어떻게 구하는지 좀 알려줄 사람? 아무튼 나 아니고 고양이줄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