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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우 Dec 13. 2020

당신의 좌절은 당연하다

그러나 영원한 좌절은 없다

좌절의 시기는 단연코 온다. 누구 말마따나 '아프니까 청춘' 식의 허울 좋은 말이 아니다. 좌절은 나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권력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갑작스레 들이닥친다. 예측 불가며 불가항력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단 한 순간도 이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인간'이라면, 그럴 거다.


나 역시 고통의 순간이 있었다. 이십 대 초반 버텨내기 힘든 일을 겪었다. 사람이 무서워졌고, 대화가 두려웠다. 인간관계는 조각났다. 인생에서 황금기와도 같은 시절을 체념하며 보냈다. '멀쩡한 척'을 위해 무던히 노력했기에, 살아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당시 나는 집 안에 틀어박힌 채 최대한 침대와 한 몸이 됐다. 말 그대로 '이불 밖'은 무서웠다. 스마트폰도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읽는 거였다. 책에서 뭔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 저 책을 떠돌았다. 그런데 읽을수록 깨닫는 게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좌절을 겪으며, 그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이었다.



동화 <미운 오리 새끼>의 작가 '한스 안데르센'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 세일즈계의 전설로 불렸던 빌 포터는 난산 과정에서 의사의 실수로 뇌성마비를 얻었으며, 이케아의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난독증으로 고통받았다. 유명배우 '짐 캐리'도 한때 노숙자 신세로 할리우드 밤거리를 떠돌았고, '스티브 잡스'조차 애플에서 쫓겨나 실업자가 된 적이 있다.


물론 현재 진행형으로 좌절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결국 '성공해버린' 유명인의 이야기는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처음엔 나도 그랬다. 그러다 이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오기로 억지를 부려 본 거다.

어떤 사람이건 좌절은 한 번쯤 겪게 마련이니,
나 역시 아주 단순한 자연의 섭리 중
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 겪지 않더라도 언젠가 겪게 된다면,
차라리 (매를) 빨리 맞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우습지만 그게 나의 탈출구였다. '누구나 겪는 걸 나도 겪을 , 나중에 혹시 성공하면 자서전에 문구 하나라도 더 보탤 수 있겠지'라는 말도 안 되는 허세 혹은 자기 합리화.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중 일부는 현실이 됐다. 성공인지는 몰라도 원하던 일을 하며, '좌절담'을 수줍게 풀어놓기도 하는 걸 보면.


시간이 지나 나의 '이론'은 사실로 밝혀졌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픔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가 힘들었고, 좌절했고, 심히 괴로웠다. 실패한 적이 없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기껏 수십 년밖에 살지 않아 아직 '검은 백조'를 발견 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겪는 거니까 견뎌라'는 쌍팔년도식 꼰댓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어쭙잖은 위로도, 네 심정을 다 안다는 텔레파시적 충고도 내뱉고 싶지 않다. 다만 지금 좌절을 겪는 이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아픔은 훗날 너의 이야기를 빛내줄 향신료가 될 거라고. 나중에 브런치에 쓸 문장 하나는 더 생기는 거 아니겠냐고 말이다.



요즘 많이 힘들지.

하지만 그 순간이 평생 계속되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

언젠가 웃는 얼굴로 과거를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나는 부족한 글로나마 너를 응원하고 싶어.

내가 네 글의 독자가 되는 날을 기대해.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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