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생햄버거를 찾아서
미국에서 호기심에 햄버거를 직접 만들었다가 인생 햄버거를 경험해 본 후로, 한국에서는 적당한 고기를 사기 어렵다는 생각에 도전도 해 보지 않은 햄버거 만들기. 찾아보니 미국산 냉장육을 갈아서 파는 데가 좀 있어서 직접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살코기/지방 비율을 적어서 파는 데는 찾지 못해서 그냥 블랙 앵거스 냉장 목심(chuck)을 갈아서 파는 걸 썼는데, 조금 지방이 적은 느낌이었다. 대체로 80/20을 추천하고, 70/30까지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https://firstwefeast.com/eat/guide-to-burger-blends-with-tom-mylan/) 비싼 부위(예를 들어 등심, 목심, 양지 2:1:1 조합)를 쓰는 걸 추천하는 사람도 있고, 마블링이 좋지 않을 만한 소의 저렴한 부위를 쓰는 쪽이 풍미와 맛 면에서 더 낫다는 사람도 있다. (70% lean muscle (chuck or round) ground with 30% fat (navel, short rib, or brisket 같은 식으로) 지난 번 이마트 트레이더스 갔을 때 미국산 목심을 간 것과 미국산 채끝을 간 것을 파는 걸 봤는데, 다음에는 채끝 간 걸 사 와서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조리법은 Fake Shack 버거 조리법(https://smittenkitchen.com/2015/05/fake-shack-burger/)을 따라했다. Shake Shack 버거 맛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한 조리법이니 취향에 따라 적당히 조절해서 만들면 된다. 피클은 달지 않은 코셔 딜을 길이 방향으로 썬 걸 좋아하지만, 그냥 집에 달달한, 길이에 수직 방향으로 썰어져 있는 피클이 있어서 그걸 썼다. 양파는 보라색 양파가 햄버거에 더 어울리지만, 이것도 그냥 집에 있는 거 썼다. 빵은 좋은 걸 구하지 못해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산 참깨 햄버거 빵을 썼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 되고 말았다. 샌드위치류는 사이에 끼어있는 것 못지 않게 빵이 중요한 법인데...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이 빵으로 더 맛있게 만들지 외에 집에서 브리오슈를 직접 구워서 햄버거를 만드는 것까지 생각해 봐야겠다. 브리오슈 반죽 치대는 게 힘들지만 제빵기로 반죽 만드는 걸 다 돌리고 나면 수월할 것 같으니까...
재료:
햄버거 빵
양파
토마토
양상추
얇게 썬 피클
버터
치즈
소금
후추
소스용 재료: (5-6개 정도 만들 분량 나온다)
마요네즈 1/4 컵
피클 국물 1 1/2 티스푼
토마토 케찹 1 1/2 티스푼
옐로우 머스타드 1 티스푼
파프리카 가루 1/4 티스푼
마늘 가루 1/4 티스푼
양파 가루 1/4 티스푼
1. 소스 만들기
조그만 그릇에 위에 적힌 소스 재료 다 부어서 잘 섞어주면 된다. 좀 더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케이엔 고추 가루 한 꼬집 정도 넣어줘도 좋을 듯. 우리는 애들 때문에 그건 안 넣었다.
2. 채소 준비
양파, 토마토는 대략 햄버거 빵 크기에 어울릴 정도로 동그랗게 썰어준다. 나는 대략 5-6 mm 정도 두께로 썰었는데, 이렇게 했더니 너무 두꺼워서 먹기가 좀 불편했다. 3 mm 정도로 썰고 취향에 따라 장수를 조절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양상추도 적당히 햄버거 빵 크기에 맞춰서 잘라 다듬어준다.
3. 고기 준비
간 고기를 무게를 재서 (취향 따라 하면 되는데 내 건 150 g 정도로 했고 다른 식구들은 120 g 정도로 했다. Shake Shack 기본은 110 g 좀 넘는다고 한다) 동그랗게 뭉쳐준다. 너무 치대면 안 좋다고 한다. 뭉쳐준 고기는 조리 직전까지 냉장실에 보관한다.
4. 빵 준비
중불 정도로 가열된 팬에 버터를 넣고 충분히 녹인 다음 빵을 올려서 굽는다. 또는 빵 안쪽면에 버터를 바른 다음 팬에서 토스트를 하거나 버터 발라서 토스터에 넣어도 된다.
5. 고기 굽기
팬에 기름을 두르고 기름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뜨거워질 때까지 강불로 달군다. 중강불로 내린 다음 고기를 올리고는 바로 고기를 눌러서 대략 햄버거 빵 크기와 어울릴 정도로 펴질 때까지 납작하게 만든다. 집에 호떡 누르는 게 있어서 그걸로 눌렀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누를 때는 누를 만한 도구 외에 뒤집개도 준비해야 한다. 눌렀던 거 뗄 때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덩어리를 올리고 불 위에서 눌러 펴는 방법을 추천하는데, 적당한 도구가 없다면 처음부터 고기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준다.
2분 정도, 바닥면이 좀 탄 것처럼 완전히 시어링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집어준다.
뒤집고 또 2분 정도 기다린다. (이 정도면 medium 정도로 익는데, 혹시 완전히 익히고 싶다면 30초 이하 간격으로 앞뒤로 계속 뒤집어 주면서 속까지 완전히 익힌다.)
그리고 치즈를 올리고 싶다면 치즈를 고기 위에 올린 후 30초 정도 기다렸다가 팬에서 들어올린다.
6. 조립
빵 위쪽에 소스를 바른다.
아래쪽 빵에 준비된 고기를 올리고 그 위에 취향에 따라 토마토, 양파, 피클, 양상추를 올리고 위쪽 빵을 덮어서 먹는다.
7. 기타
Shake Shack 버거랑 비슷하게 만드는 일과는 무관하지만 카라멜화한 양파도 햄버거랑 잘 어울린다. 햄버거에 넣을 생양파를 자르다 보면 자투리도 남고 좀 상태 안 좋은 부분도 많이 생기는데, 그걸 잘게 채 썰어서 카라멜화했다. 팬에 썬 양파 넣고 버터 충분히 넣고 소금 후추 뿌려서 한참동안 중간 또는 중약불에서 타지 않게 저어주다 보면 흑갈색의 부드러운 죽처럼 된다. 짧아도 30분, 길면 두 시간까지 걸리는 일이니 한 번에 많이 만들어서 냉장보관했다가 먹어도 좋다. 햄버거에 고기, 치즈랑 카라멜화한 양파만 넣어서 먹어도 꽤 근사하다. 좀 느끼하긴 하지만...
애들이 감자튀김을 좋아해서 감자도 튀겼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수미감자라 수분이 많아 꽤 얇게 썰어서 튀겼다. 물기가 많아 엄청 오래 튀겨야 했는데, 그럭저럭 바삭하게 돼서 다행이었다. 튀긴 거 접시로 옮겨서 김이 좀 빠지고 나면 소금 뿌리고 트러플 오일 살짝 뿌려서 케찹이랑 같이 내면 된다.
정작 햄버거 만드는 시간보다 양파 캐러멜화하고 감자 튀기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는 건 함정...
다음 번에는 빵도 직접 만들고 고기는 수비드로 익히는 방법에 도전해볼까 한다. https://www.chefsteps.com/activities/au-jus-burger/ 에 나와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