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택배가 왔다. 6월 17일에 있을 데상트 듀애슬론 레이스 준비물이 택배로 배달 온 것.
택배 상자 안에는 운동화(흰색 데상트 블레이즈 라이트)와 대회 공식 운동복 윗도리, 반장갑, 종아리 압박 토시, 배번호 세 개(윗도리용, 자전거용, 헬멧용)와 대회 안내문, 운동화 교환권, 칩 반송용 봉투 등이 들어 있었다. 운동화는 발에 잘 맞았다. 윗도리는 좀 끼긴 했지만 원래 좀 끼게 입는 거니까 괜찮다. 등판은 약하게 망사 처리되어 있어서 시원할 것 같고, 팔 끝 테두리나 허리 쪽 테두리가 실리콘 처리되어 있어서 느낌이 나쁘지 않다. 지금까지 아덴 바이크웨어의 자전거용 윗도리 한 벌로 버텨왔는데 새 옷이 생겨서 좋다. 종아리 압박 토시는 처음 입어봤는데, 느낌이 나쁘지 않다. 조금 다리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문제는 장갑인데, 끼워지긴 하지만 너무 작다. 보통 장갑 L 사이즈로 사면 넉넉하게 맞고 M 사이즈 사면 꽉 끼게 맞는 편이라서 M 사이즈로 신청했는데 너무 작네... 원래 짱짱하게 끼우는 걸로 나온 것 같긴 한데, 오랫동안 착용하면 손이 부을 것 같다. 장갑은 필수 착용 항목은 아니라서 안 끼워도 되는 게 다행이다. 아내 손에는 딱 기분 좋게 맞는 것 같아서 이 장갑은 앞으로 아내가 쓰기로 했다. 장갑이나 저지는 사이즈 교환이 어렵지만 운동화는 사이즈가 안 맞으면 매우 곤란하기 때문에 운동화 사이즈 교환권도 같이 들어있다.
기록 측정용 칩을 달리기 대회에서는 운동화 끈에 묶고, 자전거 대회에서는 바퀴의 퀵 릴리즈/쓰루 액슬에 끼우는데, 듀애슬론에서는 자전거 탈 때 신발을 바꿔 신는 사람도 많아서 신발끈에 묶을 수도 없고 자전거에 달 수도 없다. 그래서 칩을 띠에 고정한 후 발목에 띠를 찬다.
경기 전에 검차를 받아야 하는데, 대회 전날까지 약 보름 동안 가까운 곳에 있는 지정 검차 대리점에서 검차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배번, 자전거, 헬멧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나는 경기 전 주쯤에는 이미 경기 전일에 가서 현장 검차하고 사전 거치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크게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자전거 수리점에서 검차를 받고 당일 거치를 하려고 해도 어차피 대회 당일이 아닌 다른 날에 자전거를 가지고 멀리 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서...
경기 전날, 6월 16일 토요일, 자전거를 차에 싣고 송도로 향했다. 거리는 좀 멀지만 고속도로로 쭉쭉 가면 되는 길이어서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자전거를 꺼내서는 대회장의 검차 코너로 갔다. (당일에는 검차가 안 된다. 대회 전날에만 대회장 검차 코너를 운영한다.) 현장 검차와 사전 거치를 1시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 1시 30분쯤에 도착했으니 일찍 간 편이었다.
자전거 대회라고 나가본 게 랜도너스하고 화천DMZ 뿐이었는데 화천DMZ 대회는 검차가 없었기 때문에 검차를 받아본 건 랜도너스 때뿐이었다. 그런데 랜도너스 검차에서는 전조등과 후미등, 반사 조끼, 반사 발목 띠만 체크한다. 근데 데상트 듀애슬론 검차에서는 휠, 타이어, 브레이크, 헤드셋 등을 아주 꼼꼼하게 검차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자전거 핸들바에 배번을 정상적으로 달았는지도 확인한다. 타이어 압력이 낮으면 더 채우고 오라고 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채워주기도 했다. 검차를 받고 나면 탑튜브에 검차 스티커를 붙여준다.
사전 거치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몇 명까지 경품 추첨 이벤트가 있었는데, 이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미리 사전 거치 확인증을 받아야 한다. 검차 전, 또는 후에 미리 대회본부 옆에서 확인증 받기 위한 조그만 카드를 받아야 한다. 검차 부스가 아닌 다른 곳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 자전거를 들고 줄 서 있는 곳으로 먼저 가야 한다. 가서 신상정보를 적어 내고 사전 거치 확인증을 받는다.
이렇게 검차와 사전 거치 확인증까지 준비가 다 되고 나면 바꿈터로 갈 준비 끝. 바꿈터 입구로 가면 신분증, 배번, 검차 확인 스티커를 확인한 후 사전 거치 확인증에 도장을 찍어주고, 기록표에 사전 거치자 배번, 이름을 적는다. 비싼 자전거도 많으니 바꿈터 출입 시에 신분 확인이 필수적인데, 거치 시에는 신분증 등을 이용하고, 대회 당일 저지를 입고 배번을 착용한 상태에서는 배번을 확인한다. 바꿈터에 들어가서 내 배번이 적힌 위치에 자전거를 걸어 두었다. 물론 가민, 물통, 공구통 등은 모두 미리 빼 뒀다.
아직 사전 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거치된 자전거 수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무려 5천대가 넘는 자전거들이 거치될 공간이었다. 햇빛 쨍쨍 내리쬐는 휑한 바꿈터에 자전거를 덩그러니 걸어두고 나오려니 좀 안쓰러워 보였다.
거치를 마친 뒤에는 자전거 없는 사람들이 서 있는 줄에 가서 섰다. 여기가 사전 거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품 추첨 줄. 순서를 기다렸다가 사전 거치 확인증을 내고 경품권을 뽑았다. 쟁쟁한 경품도 많이 걸려 있었지만, 나는 소소한 경품에 당첨됐을 뿐이었다. 아미노바이탈 한 통. 이것도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3만 원 가까이하는 고가의 제품이었기 때문에 왕복 기름값 정도는 뽑은 것 같다.
이렇게 사전 거치 완료. 약 30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대회 전날 가볍게 달리기 연습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으나, 여태껏 달리기 훈련을 그렇게 안 해 놓고 경기 전날에 달리기를 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 같아서 그냥 얌전하게 쉬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부디 제 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