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뭐예요?"
책방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다른 책방과 달리 서가의 반 이상이 같은 색깔의 제목도 없는 책으로 꽂혀 있다 보니 당연한 결과다. 책방이라면 들어서는 안 될 말도 있는데 다행히 두번째다. 그건 바로 "이거 책이에요?"다. 이게 다 블라인드 데이트 북 때문이다.
사실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안내문에는 생일책의 컨셉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걸 먼저 읽어보시고, 감탄하시고, 감사하게도 같이 온 사람들에게 설명까지 대신 해 주신다. 하지만 원래 안내문이라는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러다 보니 책방을 운영하는 내 멘트도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 생일책에 대한 설명과 그 의도를 담은 두 문장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는 있지만, 되도록 장황하지 않게 설명하려고 한다.
"책에 보시면 날짜가 적혀 있는데요. 그 날짜가 그 책을 쓴 작가의 생일입니다."
"그래서 나랑 같은 날 태어난 작가의 책을 선물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문장을 먼저 말하고 손님의 반응을 본다. 가장 많이 듣는 응답은 "우와!"다.
거기에서 두 번째 문장을 말한다. 같은 반응이 좀 더 강화되어서 돌아온다.
두번째 문장의 핵심 키워드는 '선물'이다. 첫 번째 멘트에서 책이 어떤 의미인지를 전달한다면, 두 번째 멘트에서는 그 의미를 부연하고 강화한다. 내 생일만 찾으려던 손님들이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리고 지인들의 생일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이렇게 나는 한 권의 책을 더 팔 수 있다.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직업은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피로감을 준다. 특히나 입구에 대놓고 적혀 있는데도 다시 물어오는 경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겠지.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생일책에 대해 누군가 물어볼 때 귀찮은 적이 없다. 일단 손님들이 매우 높은 확률로 감탄사와 함께 생일책의 컨셉을 인정해 주시기 때문이며, 다음으로는 이번 손님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책방 단독 부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동안, 하루에 수백 번은 같은 멘트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혀 지치지 않았다. 사람들의 "우와!"소리는 부스 밖에서 또다른 손님들을 데려왔다. 하루 종일 해도 좋으니, 하루 종일 책방에 대해 물어보는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