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우연히 타로집에 가게 되었다. 내가 당장 쓸 수 있는 40분의 시간이 있었는데, 밥 한 끼 먹으려고 향한 식당은 하필 문이 닫혀 있었고 평소에 눈여겨보던 근처의 타로집이 생각나 찾아가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타로다. 한때는 흥미를 가지고 공부했지만 어느 시점부터 되도록 미래를 점치고 싶지 않아 져서 점성학, 타로, 사주 등을 멀리하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누구의 도움 한마디라도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었는지 그때 타로집이 떠올랐다. 정말 심적으로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적당히 어둑하고 편안한 실내에 커튼이 쳐진 작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연륜 있어 보이는 분이 맞은편에 앉으셨다. 늘 상담을 해주시는 분들은 따뜻하고 무슨 말이라도 들어줄 듯 편안한 느낌을 가지고 계시다. 타로는 질문 하나당 5천 원 종합적인 소울카드나 연도카드는 2만 원이라고 했다. 묻고 싶은 게 두 세가지라 2만 원을 골랐다. 시간은 정말 훅훅 지나갔다. 결론적으로는 40분이 턱없이 모자랐다. 나의 소울카드는 남자황제이고 나에게 2024년은 tower의 해라고 했다. 타로 공부를 했었기에 대략 카드의 느낌은 알고 있었다. 불이 붙은 타워에서 탈출하며 떨어지는 두 사람의 카드. 흔드는 변화를 나타내는 카드다. 2024년 나는 외부의 변화를 맞닥 뜨리게 되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움직임이나 일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거래나 일들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하필이면 타로에서 그런 소리를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그런 운기 속에서 이 타로를 만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기에는 정말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게 하나도 없었다. 회피형 남편은 집을 나가 잠수를 탔고, 이사는 가야 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미래가 깜깜하다는 표현이 맞았다. 아이들에게 지붕이 되어주느라 속앓이만 하고 아이들 앞에선 내색하지 않았다. 눈물이 나도 숨어서 울었다. 이렇게 힘들 수 있는지 성인이 된 이후 가장 힘든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아직 1월일 뿐인데,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예상밖의 일들이 틈나는 대로 일어나며 멘탈을 흔들었다.
내 뜻대로 상황을 그려가는 것은 아예 포기했다. 물론 작정하고 외부의 일들이 나에게 해꼬지를 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고, 있고 싶어도 움직여야만 하는 변화들이 강풍 때리듯 나를 찾아왔다. 내일을 생각할 여력도 없어 딱 오늘과 지금만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오늘과 지금
지금 순간에 충실하며, 고요한 순간이 찾아오면 그 고요함 속에서 잠시 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박수무당이라도 찾아가 답을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어떤 상황이 몰아쳐도 가장 중요한 나의 중심은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작은 촛불을 들고 간신히 조금씩 앞을 밝히며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작은 촛불은 두손에 쥐고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삶을 신뢰한다. 이 믿음은 나의 내면의 한가운데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간혹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 일들이 결국 내가 가야 할 길을 일러주기 위함이거나 결론적으로 나를 위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스물셋에 홀로 떠난 배낭여행에서 나는 이 일들을 체험했다. 그때 달리던 버스의 타이어가 펑크 나서 길에 멈추어 섰기 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한 곳에서 내가 꼭 만나야 했을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고, 가야 할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여행은 뜻대로 일어나지 않는 순간에도 그로인해 더 멋진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으며 내가 꼭 필요로 하는 것들은 언젠가 주어졌다.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는 위험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었다. 나는 그때 이 모든것을 여행을 도와주는 여행신이라고 불렀는데 정말이지 하늘이 나를 굽어 살피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그것이 신의 손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과 관련된 좋아하는 말이 있다.
신에게 왜 나에게 그것을 주지 않느냐고 불평하지 말아라.
신은 네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은 절대로 뺏지 않는다.
다행이라면 내년부터는 STAR의 해가 찾아온다고 한다.
길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좋은 사람들도 다가온다고 한다.
향후 5년은 운이 정말 좋다고 하니, 2024년을 무사히 잘 지나가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겨울 같은 시기도 있는 거겠지.
그래,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해가 지면 별이 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