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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Jan 23. 2024

겨울 예찬

<겨울 예찬>


전원생활에서 겨울은 완벽한 휴식기이다. 겨울이 되면 매일같이 밖에 나가 풀을 뽑지 않아도 되고, 텃밭의 농작물과 정원의 꽃들을 관리하던 일을 멈출 수 있다. 마주칠까 봐 마음 졸이던 뱀이나 곤충걱정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정말 마음 놓고 쉴 수 있다. 그저 따뜻할 걱정뿐인 계절, 집 밖보다는 집 안으로 들어와 가족이 오손도손 따뜻하게 함께 모여 앉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처음 시골에 이사 와서는 난방비 걱정을 하기도 했다. LPG가스 난방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뜰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우리는 난방텐트에서 잠을 자고, 보조 난방기기를 적절히 사용하며 큰 난방비 폭탄 없이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자연도 휴식을 취한다. 겨울의 추위는 대지의 움틈을 멈추게 하고 땅을 쉬게 한다. 정원 관리를 4계절 내내 해야 했다면 아마 모든 사람이 지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겨울은 잠시 쉬어가면서 다시 시작을 할 수 있게 에너지를 비축시켜 준다. 다음의 봄과 따뜻함이 반갑도록, 그리하여 다시 흙을 만나러 갈 수 있도록- 자연과 사계는 정말 놀랍게 잘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 살아가니 계절에 따라 내 일상의 모습들이 변한다. 계절을 타고 흘러가는 삶을 처음 살아보는 것 같다. 시골에 오기 전에는 그렇게 살 기회가 없었다. 살고 있는 주변 환경이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제법 추워졌다. 예전에는 육아 퇴근을 하면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기꺼이 잠을 청한다. 잠이 달콤해졌고 잠이 더 길어졌다. 나도 은연중에 동물들처럼 겨울잠을 자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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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창밖의 나무와 산들이 흰 빛을 띠고 있다. 폴폴 떨어지는 눈송이들은 내가 아름다운 겨울 속에 있음을 알게 해 준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치 동화 속 세상 같다. 


눈이 다 오고 나면 집 앞부터 내리막까지 눈을 직접 치워야 한다. 바닥이 미끄러우면 차가 오르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넉가래를 들고 눈을 힘껏 밀어낸다. 눈을 치우다 보면 어김없이 금세 더워진다. 몇 번 하다 보니 이제는 금방 눈을 치울 수 있다. 두 계절 겪어보니 눈 치우는 것도 별일 아니다. 아이들은 내가 눈을 치우는 동안 눈을 밟고 뛰어다니기 바쁘다. 눈을 뭉쳐 던지고 발자국을 찍는다. 눈을 마주하다 보면 머리가 깨끗해진다. 마치 눈처럼. 내 모습도 순간 눈을 닮는다.


아직은 여기, 겨울 안에 있다. 나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서 좀 더 잔뜩 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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