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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Sep 22. 2022

8월 이야기 (1)

정서의 환기/ 다큐멘터리/ 첫 채종

<칼로 물 베기>

남편과 집에서 다투었다. 서로 냉전 중이다. 하지만 부부싸움이 늘 그렇듯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또 평범한 일상의 시간이 찾아온다. 꿉꿉해진 기분도 풀 겸 저녁은 시내에 나가 외식을 하기로 했다. 이따금 이런 외출은 확실한 환기를 가져다준다. 일부러 펍 느낌이 나는 수제 햄버거집을 골랐다. 세련된 분위기에서 맛있는 햄버거를 먹고 나니 둘 다 마음이 한결 더 누그러졌다. 시내에 나온 김에 시간을 좀 더 보내고자 근처 공원을 찾았다. 차 트렁크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그늘막과 돗자리는 이런 곳을 만나게 될 때마다 유용해진다. 덕분에 간식과 커피를 마시며 잠시 동안 피크닉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 옆 무대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열리기 시작해서 연주 음악도 덤으로 들을 수 있었고 기분은 더 좋게 전환이 되었다. 아이들은 보드장을 오르내리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실컷 놀다가 날이 깜깜해지고 나서야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춘천 라모스 버거
춘천 의암공원






<EIDF2022>

언제부턴가 잠자리가 날아다닌다. 확연한 가을의 느낌이다. 이제는 공기도 꽤 서늘하다. 매해 EBS에서 주최하는 EIDF 다큐 페스티벌은 나에겐 일 년 중의 낙과도 같은 시간이다. 올해도 EIDF 영화제가 시작되었다. 나의 꿈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지구상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마주하며 과연 그 답은 어디에 있을까 고심하던 시간들이 있었고 나는 어느 날 그 답을 찾았다. 다큐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1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1도의 변화는_ 지구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을 사람들이 같이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사회과부도의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직접 배낭을 메고 나라를 옮겨 다니며 여행을 했다. 이제는 더 나아지는 지구를 위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EIDF 기간에는 다양한 양질의 다큐를 볼 수 있다. 지금 지구상에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알 수가 있다. 견문을 넓혀주는 건 물론이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정말 리스 팩 한다. 여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나도 사람들의 마음을 1도 움직이게 하는 다큐를 한편이라도 꼭 찍고 싶다. 올해도 많은 다큐를 실컷 보리라 다짐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로 너무 바빴다. 아이들을 재우고 TV 앞에 벼르고 앉았다가도 몰려드는 피로를 이기지 못해 눈앞에 틀어놓고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그래도 틈틈이 허락하는 한 티브이를 틀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 예전처럼 잔뜩 챙겨보진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다큐의 꿈과 연결되어있는 나를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경이로운 첫 채종>

채종을 하려고 꽃대가 올라올 때까지 상추를 그냥 두었다. 상추의 꽃대는 놀랍게도 거의 내 키만 해질 때까지 높이 자랐다. 바싹 마른 꽃봉오리를 하나 열어보니 씨앗이 나왔다. 상추 씨앗 하나는 상추 잎도 많이 줬는데 심은 것보다 더 많은 씨앗들을 남겼다. 씨앗이 다시 씨앗으로 태어나는 내 인생의 첫 채종이다. 봄에 땅에 심었던 씨앗이 자라나 피고 지고 이렇게 씨앗으로 다시 만나는것이 경이롭다. 이 경이로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만히 작은 씨앗들을 들여다보면 가슴에 무언가가 차오르는 기분이다. 씨앗이 좋다.


상추 씨앗
채종 하기 위해 기른 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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