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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Jun 23. 2024

자동차 장인도 못 찾아낸 것

나는야 자동차 해결사

나는 나의 자동차를 사랑한다. 내게는 늘 어제 산 새 차처럼 느껴지는 차였고, 다시 차를 사게 돼도 똑같은 것을 사고 싶었다. 가끔 옆자리에 탄 사람이 차가 시끄럽다고 불평하기도 하고, 승차감이 안 좋아 내 차만 타면 차멀미가 난다고 투덜거리는 엄마와, 뒷자리에 타서 안절부절못하는 이모들의 말에 대해, 나는 하필 그때 도로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그런 것이고, 엄마는 원래 신경질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런 것이며, 이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조바심을 내는 것이라고 박박 우겼다. 내게는 정말 매끄럽게 잘 나가고 조용하고 안정감 있는 운행감을 주는 더할 나위 없이 실용적이고 괜찮은 차였다. 가만 생각해 보니 차가 아니라 운전대와 운전석의 안전벨트의 성능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차이니까 나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차가 주행거리 9만 킬로를 넘어가면서 이것저것 잔고장과 노후화로 부품 교체 및 수리비용이 확 늘어나게 되었다. 내겐 늘 같아 보이는 차가 말끔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가 낡아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전 매번 이용하는 카센터에서 차가 엔진오일을 먹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시키는 대로 삼천 킬로를 주행하고 카센터를 다시 방문하니 오일이 약간 줄어 있다고 했으나, 엔진을 뜯어보지 않으면 문제를 알 수 없으며 당장 수리를 요할 만큼 위험한 것이 아니니 다시 삼천 킬로 정도를 주행하고 확인해 보자고 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차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서 타야지, 고장 난 걸 알면서도 오일만 보충해서 완전 더 망가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타고 다니라는 조언에 안심할 수가 없었으나,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므로 정비사만 믿고 우선은 오일을 보충한 뒤 삼천 킬로를 더 운행하고 정비소에 들르기로 하고 집으로 왔다. 정비센터에도 정기적으로 가고, 외관으로는 흠집 하나 안 나고 고이 타고 다녔는데, 차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새 차를 사는 게 더 나을지 머리가 아파졌다. 삼천 킬로를 타기 전에 결정을 하고 싶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매우 스트레스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선택을 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분석을 하고 공부를 하는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며, 선택의 결과에 대해 자신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요즘 부쩍 왜 학교에서 간단한 차량 정비, 경제상식, 돈의 개념과 자본주의, 인테리어 상식, 못 밖은 법, 벌레 퇴치법, 기초 의학상식 등을 가르치지 않는지 의문이 생긴다. 근 12년에 해당하는 학교과정에서 삶에 쓸데 있거나 지적인 활동을 도와주는 교육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 잘난 외국어도 학교만 졸업하고 제대로 구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며, 심지어 어린아이들은 번호키가 아닌 일반 열쇠로 문 여는 것도 잘 못해서 매번 내가 문을 따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이나 예전이나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것이 사회에 무슨 효용이 있을까 싶다. 심지어는 인성교육도 기대할 수 없다. 내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절대 학교를 가지 않을 것이고, 내 인생에서 가장 아까운 시간이 바로 학교에 다닌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열어놓고 온갖 차에 대한 상식을 검색하고 공부하는데 그마저도 답이 없다. 늘 그렇듯이 그놈의 잘난 유튜버들은 죄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먼 곳에 살고 있다. 그냥 타고 다니라는 사람들과 당연히 고쳐야 한다는 사람들, 그리고 서비스기간이 끝난 후에도 충실히 차량 정비를 맡긴 카센터에 대해서도 약간 회의감이 밀려온다. 어찌하다 주변의 조언으로 유명한 유튜버가 운영하는 카센터가 옆 동네에 있다고 해서 다음에 점검을 할 때에는 그리로 가리라 미리 위치를 알아두었다. 아무래도 유튜버로 알려졌다면 가격을 속이거나 여자라서 무시하는 일은 덜할 것 같기 때문이다. 동시에 차를 바꾸어야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서 근처 차 영업소에 들르기로 했다. 나는 결정장애는 있지만, 일단 결정을 하면 추진력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혹시나 해서 다음 날 새 차를 둘러보러 가려는데, 차문을 열자마자 강한 휘발유 냄새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코를 찔렀다. 잠시 환기를 하면 괜찮을까 싶어 창문을 열어도 더 강하게 느껴지는 냄새에 겁이 더럭 났다. 그래서 차의 시동을 끄고 밖으로 나왔다. 차는 여름의 열기와 함께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 전 날 들렀던 정비사에게 전화를 해서 운전을 해서 가도 되는지 물었더니, 그래도 된다고 했지만 보험회사 직원과 급한 인터넷 검색에 의하면 차량 안에서 휘발유냄새가 강하게 나면 운전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난생처음 견인차를 불러 유튜버가 운영하는 정비소로 차를 가져갔는데, 유튜버는 오일도 보충이 되어 있으므로 우선 삼천 킬로 정도 운행을 하고 난 후 오일이 줄어드는 양을 체크하고 필요시 엔진을 수리하거나 최악의 경우 교체할 수도 있다고 했으나, 다른 특별한 이상이나 연료 누유 같은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친절한 유튜버는 점검비도 극구 사양하며 받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매우 강한 휘발유 냄새를 그는 맡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이번에 점검비를 받지 않는 대신 다음에 엔진을 뜯은 상태에서 가격을 높이 부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요즘 대부분 사람들을 신뢰할 수는 없다. 사람들 마음에 엔진오일을 먹는 엔진처럼, 영혼을 훔쳐먹는 심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차를 타고 나오려는데 그 휘발유 냄새가 문을 닫고 잠깐 운전하는 동안 여전히 강하게 났다. 냄새가 이렇게 강하게 나는 데 안 난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스튜디오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는 코를 킁킁대며 차량을 구석구석 살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휘발유 냄새가 차의 뒤쪽에서 더 강하게 났는데, 정비사가 엔진룸 쪽만 살펴보던 것이 기억이 났다. 나는 차의 트렁크를 열고 혹시 세차를 했던 왁스가 열을 받아 냄새가 나는 것인지, 혹은 차량의 먼지를 터는 걸레에 묻은 오래되고 시커먼 왁스가 휘발유 냄새를 내는 것인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런 것의 냄새는 휘발유 냄새와는 분명히 달랐으며 코를 아주 가까이하지 않으면 그나마 거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차량에 짐은 거의 없었지만, 차량 먼지 걸레의 맨 아래에 뭔가 강한 휘발유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에 오래전 사놓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처박아 두었던 '불스원샷' 박스가 보였다. 순간적으로 조그만 박스의 밑면을 보니 종이박스 일부가 기름에 스민 자국이 보였다. 범인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얼른 박스를 꺼내어 쓰레기봉투에 넣어 밀봉을 하고 그늘진 바닥에 버려두었다. 이 작은 '불스원샷' 때문에 견인차를 부르고 스튜디오에도 못 가고 정비소를 전전하며 뙤약볕에 맘고생을 한 생각을 하니 스스로 민망하기도 하고 열이 받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나는 정말 하루종일 진이 빠지고 여러 걱정으로 심장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나만 발견한 것도 우습다고 생각했다. 


끔 삶의 어떤 문제들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별 것이 아닌 경우가 있다. 예전에 기업체 강의에서, 공장에 문제가 생겨 컨설팅 업체를 동원해서 2억 원 이상의 돈을 들여 생산라인을 살펴보았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어처구니없이 간단한 이유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얘기를 직원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세심한 관찰이 어떤 대단한 기술이나 전문성보다 우선인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근처의 차 영업소에서 새로운 차종의 모델들을 살펴보았는데, 차량이 대부분 무식해 보이는 디자인과 쓸데없이 큰 외관이 영 부담스럽고 맘에 들지 않았다. 안의 대시보드를 보니 차량을 사면 기능을 익히느라 또 한 달은 타지 못하고 주차장에 처박아 둘 것 같아 머리가 아팠다. 스티브잡스 같은 사람이 차를 만들었다면 쓸데없는 기능들은 없애고 아주 단순하고 직감적인 디자인을 채택했을 것 같다. 몇 년간 차의 디자인들이 비슷하게 변한 것 같았는데, 굳이 실내는 좁고 외관은 투박하며 대시보드는 트랜스포머처럼 변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공짜로 줘도 별로 운전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으며, 덩치 큰 차를 세차를 하고 유지할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부터 밀려왔다. 아무래도 성격상 할 수만 있다면 내 차량은 내가 디자인을 해서 차량에 대해 세세히 공부를 한 후에 타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현실일 것이다. 영업소 직원은 내가 차를 살 것처럼 생기지 않았는지, 가만히 앉아 신경도 쓰지 않아서 차를 천천히 마음껏 구경하고 나왔다. 가끔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을 역으로 이용해 먹기가 쉬운 경우가 있다. 덕분에 그 멍청한 사람은 할부금이나 겨우 내고 차를 살 사람들이나 많이 찾으라고 속으로 말해주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다른 차량 영업사원은 묻고 따지지도 않고 상한가에 중고차 매입을 해주겠다고 다음날 아침까지 중고차 매매를 결정해 달라고 했다. 하긴 흠없는 외관이나 꼼꼼한 정비이력을 보면 그 가격에 나온 내 차를 내가 사고 싶은 지경이었다. 영업소를 나와서 내 차에 올라탔는데, 내 차가 내 몸에 착 달라붙는 것 같았다. 무겁고 커다란 솜이불을 덮다가 가벼운 여름 담요를 걸친 기분이랄까? 역시 내게는 내 차가 최고였다. 쳇 GPT에 향후 5년간 새 차과 기존 차 운행에 대한 분석을 요청하니 아주 일목요연하게 원하는 답을 주었는데, 비용적으로는 차를 고치면서 타는 게 이득이었으나, 심적으로는 여전히 결정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나는 오전에 있었던 일이, 내 차량이 내가 차를 판다는 소리를 듣고 심통을 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 차를 쓰다듬으면서 '너 안 팔고 계속 탈 거야. 네가 제일 예쁘고 좋아. 그러니까 심통 부리지 마'라고 진심으로 말을 해주었다. 나는 아직은 내 차를 계속 타고 싶다. 그리고, 별로 차량 같은 것에 돈을 쓰고 싶지 않다. 인생에 돈을 쓸 가치 있는 것들은 그런 것 말고도 많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차가 듣는 곳에서는 차를 판다는 얘기는 절대로 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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