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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Jun 13. 2024

보이지 않는 것을 훔치는 사람들

보이는 것을 훔치는 사람은 도둑이라 하고 정죄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훔치는 것에는 관대한 사람들이 많다. 

창작이 활성화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훔치는 것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소기업의 것을 도용하고 훔치고, 

창작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구체화된 작업을 훔치는데, 

이에 대해 거의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며

심지어는 이에 대한 합리화를 당연시 여기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그것을 도둑맞는 사람들은 모두 영혼을 도둑맞는 것이다. 

법이 아니더라도 훔치는 모든 행위에는 영혼의 찔림이나 가책이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데

이것을 '공유'라든지, '영향'이라는 모호한 말장난 같은 단어로

도둑질을 하는 사람들이 도둑맞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곳에서 무슨 혁신적인 기업이 성장할 수 있으며

창의적인 작가가 나올 수 있을까?

훔친 기술의 답습으로 창작자가 아닌 기술장인만 키우는 문화에서

창의적인 사람이 생존할 수 있을까?

창의적인 인재가 없다고 사대주의에 빠져 외국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엉뚱한 짓거리를 하지 말고

내부에 있는 인재들의 싹이나 짓밟고 있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도둑질을 합리화하는 쪽은 늘 남의 것을 빼앗은 쪽이다. 

빼앗긴 사람들은 안 괜찮은데, 

빼앗은 놈들이 꼭 괜찮다며 웃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문화라는 건 어쩌면 발 빠르게 훔치는 도둑들이 많다는 뜻이다. 

나는 가끔 세상에 커다란 빗자루가 있어서 

그걸로 사람들을 다 쓸어서 바퀴벌레랑 먼지와 함께 지구밖으로 보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커다란 빗자루가 정말로 간절한 하루이다.

그래봤자 훔친 건 조잡하고 허접한 아류일 뿐이지만, 

그렇다고 도둑질이 괜찮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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