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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Aug 28. 2024

길냥이에게 말 걸기

길냥이가 자꾸 온다

작업실이 이제 조금씩 싫어지려 하고 있다. 어쩌나! 온갖 벌레들과 징그러운 생물들이 해마다 그 종류와 양을 다양히 그리고 더 많이 해서 작업실에 출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길냥이들까지 합세해서 나의 평화로운 공간을 침범하고 있다. 지난번 건물주 아저씨가 긴 막대 걸레로 서너 마리를 한꺼번에 내쫓은 다음에 한 동안 오지 않더니, 그중 유난히 갈색 털을 한 놈이 밤만 되면 내 창문을 툭툭 치거나 작게 열린 블라인드 틈새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눈초리가 느껴진다. 내가 얼굴에 갖은 인상을 쓰고 무섭게 노려봐도 꿈쩍도 안 한다. 어두워서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걸까? 하긴 무서운 인상이란 어떻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얼굴을 이렇게 저렇게 일그러뜨리려고 최선을 다해보는 중이다. 웃긴가...... 


오늘 밤엔 뭐 하느라 또 내 창문을 툭툭 치나 봤더니 앞발로 펄쩍 뛰는 귀뚜라미에게 펀치를 날리며 신나게 노는 중이다. 가끔 내 창문에도 펀치를 헛 날리면서 말이다. 하여간 진상이다. '내가 너 놀라고 베란다를 매일 청소하는 줄 아니?' 귀뚜라미는 펄쩍거리다가 화단으로 도망을 가버린다. '잡지도 못하면서!'


하필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 꼭 저렇게 화장실로 가는 베란다에서 나를 봐도 도망도 가고 있지 않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아니 예의 없는 고양이 같으니라고!' 어떻게 할까 머리를 쓰다가 먹다 남은 동그란 비스킷을 하나 챙겨서 문을 열고 저만큼 집어던진다. 나름 친절한 얼굴의 가면을 쓰고 말이다. 왜냐면 고양이가 이상한 해코지를 할 수 도 있을 거 같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내쫓은 이후로 이상하게 아침에 화단에 둥글게 활짝 핀 백일홍 모가지 몇 개가 꺾어져 있곤 했는데, 분명히 저놈의 길냥이가 해코지를 하는 것이 틀림없다. 꼭 활짝 핀 예쁜 꽃봉오리만 뚝뚝 꺾어 놓았다. 고양이는 비스킷 조각에서 한 발짝 떨어져 멀어진 듯하더니 그대로 베란다에 멈춰 서 있다. 나는 전략을 바꾸어 억지로 친절한 얼굴을 쥐어 짜내며 '야! 너 먹으라고! 너 먹어!'라고 소리쳐 보지만 고양이는 꿈쩍도 안 한다. '저게!' 아까운 내 비스킷!


고양이랑 눈싸움을 하다가 얼른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나오니 고양이는 없고 내가 던진 비스킷만 부서진 채로 또 베란다 위로 어지럽게 놓여있다. '앗, 또 내 일거리만 더 늘어난 거야?' 난 길냥이가 정말 싫다. 말귀도 못 알아듣는 길냥이 같으니라고! 나는 고양이가 내 춤을 훔쳐보는 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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