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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보 book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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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Oct 16. 2024

밤과 새벽 사이

하늘을 득득 긁어

누룽지처럼 달라붙은 별을

손톱으로 하나둘 떨어뜨려 아침을 지어냈어요.

그중 별 두 개는 눈에 붙이고

오늘도 반짝반짝 새벽잠을 쫓고 있어요.


게으른 잠 속에서 끔뻑끔뻑 눈을 뜨면

새벽도 끔뻑끔뻑 창가에서 눈을 떠요.


밤이 오면 낮 동안 내 귀에 붙였던 별들을

작은 상자에 뉘어놓아요.

별들은 저절로 신이 나서

다시 하늘로 올라붙어요.

눈을 감고 잠이 들면

별들이 눈을 맑고 동그랗게 뜨고

나의 단잠을 밤새 지켜봐요.



*새벽부터 지역 내 대기업 계열사를 돌면서 많을 때에는 하루에 아홉 명의 임원들이나 CEO를 각각 만나면서 개인 사내 어학과정을 다년간 진행했었다. 대기업의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강의료는 찌질해서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작은 도시에서 경제와 시사에 대해 영어로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대화 상대들이었다. 대부분 개성도 강하고, 사고도 열려 있으며, 유머감각도 있어서 수업이라기보다 의미 있는 수다를 떨기 위해 그곳에 갔다. 그들이 나를 고용한 게 아니라 내가 그들을 대화상대로 고용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 회사의 직원이었다면 한 달에 한 번도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었다는데, 나는 내가 마치 이 그룹의 회장이나 되는 것처럼 매일 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와중에 영감을 받아 많은 글과 그림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나는 새벽잠이 많아서 오전 9시 전에는 절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수업이 재미있어서 이 일을 지속했었고, 수업 전후로는 작업실로 돌아와서 틈틈이 글을 쓰고 춤을 추며 작업을 했다. 그때 새벽별을 보면서 수업을 왔다 갔다 하면서 썼던 시이다. 코로나 이후로는 전업작가로 나에게 더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강의일을 중단했다. 물론 찌질한 강의료로 내 귀한 가치를 낭비하고 있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도 있긴 했다. 나만 진심을 다했지 자본주의에서 나의 가치는 결국 숫자로 판단되는 걸 순진하게 여태 몰랐다. 나의 재능 기부는 코로나 시기를 계기로 막을 내렸다. 순수한 성심성의가 무시당하는 공허하고  허탈한 시대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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