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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휘 Mar 30. 2018

풀프레임과 APS-C

사진의 사소한 상식 -08-



풀프레임(Full-frame)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다. 이 말은 워낙 오랫동안 관용으로 사용한 터라 그 의미를 짚어 볼 일이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조금 묘한 구석이 있다. 풀이하면 ‘화면을 가득 채웠다’는 뜻이 되는데 왜 35mm 필름 크기 센서가 화면을 채운 것이 되었을까?


풀프레임이란 말은 DSLR 초창기에 생겼다. 당시에는 이미지센서를 만드는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아 35mm 필름 크기를 가득 채우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APS-C 사이즈로 센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APS는 Advanced Photo System의 약자로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내장된 기존 135포맷의 절반 정도 크기 필름에 사진을 기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시스템은 퍼포레이션 영역에 날짜나 노출 데이터 등을 기록할 수 있었고 현상한 필름을 다시 롤 속에 넣어 보관해 먼지나 상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APS는 카메라 안에서 촬영 비율을 APS-H, APS-C, APS-P 세 가지로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 중 APS-C는 35mm 필름 사진과 동일한 3:2 비율이라 가장 많이 사용됐다.


APS-C 사이즈 센서를 적용한 DSLR은 전용 마운트를 적용하지 않고 기존 35mm 필름카메라용으로 만든 렌즈를 동일하게 활용했다. 센서가 작았던 탓에 기록 화각은 렌즈의 초점거리로 예상할 수 있었던 것 보다 좁았다. 35mm 필름 카메라에 사용할 때 약 45.9° 화각을 기록하는 50mm 렌즈가 APS-C 사이즈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에서는 33.2° 정도만 기록됐다. 이것은 35mm 필름 카메라용 75mm 초점거리 렌즈와 비슷한 화각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 사람들은 1.5배 크롭 효과가 나타난다고 표현했다.


이후 DSLR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APS-C 사이즈 센서에 맞춘 전용 렌즈가 출시됐지만 화각을 계산하기 위해 1.5를 곱하는 계산법은 변함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35mm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왔기 때문이었다. 익숙하고 편한 35mm 필름카메라용 렌즈의 화각을 다른 포맷 카메라의 렌즈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APS-C 사이즈 센서가 ‘크롭’이었으니 35mm 필름 카메라용 렌즈의 제 화각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135포맷 센서는 크롭하지 않은 전제 프레임 즉 ‘풀프레임’인 셈이었다. 35mm 필름을 사용한 135포맷이 모든 카메라와 렌즈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2005년 캐논이 35.8x23.9mm CMOS 센서를 탑재한 보급형 풀프레임 카메라 EOS 5D를 출시하면서 이 개념은 사람들에게 굳어진다. 135포맷은 ‘풀프레임’이라는 명칭으로 다양한 센서 크기와 렌즈 화각의 기준이 됐다. 하지만 풀프레임이 기준이라 해서 여타 시스템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센서의 크기 여하를 떠나서 카메라는 제조사의 색 처리 방법이나 렌즈 제조 기술 등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띈다. 이러한 요소를 살펴보고 자신의 사진 스타일과 잘 맞는 카메라를 찾아가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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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사소한 상식>은 사진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입니다. 관련된 일러스트와 약 한 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글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기사는 디지털카메라매거진에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연재했으며 추후 브런치에서 비정기적으로 지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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