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고
제목: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저자: 한강
초판: 2013.11.15
출판: ㈜문학과지성사
가격: 12,000원
‘희랍어시간’에 이어,
집어든 책은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이다.
시집을 정말 오랜만에 펼쳐든 것 같다.
이 이전에 읽은 시집이 언제쯤일까?
기억이 안 난다…
계몽적이거나, 서정적인 시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아래의 시가 와닿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 시를 언급한 글들이 많다.
육아의 관점에서 읽어도 공감이 되지만,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아서 더욱 끌린 것 같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인가 보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마침표를 찍은 곳과 찍지 않은 곳의 차이랄까?
작가는 어떤 의도였을까?
괜찮아
- 한 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않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