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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진 musicalbank Nov 18. 2024

위로가 필요한 시대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고

책 표지_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제목: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저자: 한강

초판: 2013.11.15

출판: ㈜문학과지성사

가격: 12,000원


‘희랍어시간’에 이어, 

집어든 책은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이다.


시집을 정말 오랜만에 펼쳐든 것 같다.

이 이전에 읽은 시집이 언제쯤일까?

기억이 안 난다…


계몽적이거나, 서정적인 시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아래의 시가 와닿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 시를 언급한 글들이 많다.


육아의 관점에서 읽어도 공감이 되지만,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아서 더욱 끌린 것 같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인가 보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마침표를 찍은 곳과 찍지 않은 곳의 차이랄까?

작가는 어떤 의도였을까?


괜찮아

                  -  한 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않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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