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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Sep 04. 2022

⌾"글"이라는 동심원에 대하여⌾

Weak tie의 힘

1. 브런치를 처음 쓰게 된 것은 브런치 서비스가 시작되었던 2016년 3월. 6년동안 페이스북에 써오던 글을 조금씩 브런치에 옮겼고, 70개의 글을 발행했고, 지금은 800명+의 구독자 분들이 내 소식을 반겨 주신다. 아니 6년동안 고작 800명이라니 할 수도 있지만, 그 덕분에 그동안 쌓아온 손가락 끝의 작은 울림들이 퍼져 나가 버거울 정도의 인생의 감동을 선사하는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다. 


2. 예를 들면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통해 트레바리와 인연이 되었고, 그렇게 2017년 어느 여름 다짜고짜 찾아간 상하이의 빠에야 집에서 핑크퐁 파운더 이승규 이사님을 처음 만나서 쩐빵을 기획할 수 있었다(쩐빵이 나에게 준 인연들은 정말 강렬하게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는 엄청난 라포를 형성하고, 바쁜 직장이 있었던 16명이 상해를 다녀왔더랬지..  

멤버 분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주신 상해 여행 동영상 중 ㅎㅎ 2박3일동안 밤새면서 중국 탐방하고, 마피아 하고, 얘기했었다. 지금도 너무 감사한 인연들로 남았음.


그리고 어쩌면 (지금은 없어졌지만) 지난 몇년간 구글에 “매스프레소”를 검색하면 “매스프레소 최혜원”이 가장 상단에 뜬 것도 2020년 초 미디엄에 썼던 <콴다는 어떻게 글로벌 교육차트를 석권했나>라는 글 때문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많은 사람들에게 SEO 로직 따로 돌리냐고 놀림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런 뛰어난 재주가 없었고(배우고 싶다), 지원하는 분들이 그 글 언급을 백이면 백하셨었고 그 즈음부터 검색기록에 뜨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밖에도 조그만 글들이 나의 인생에 굵직하고 선명하게 각인된 감사한 인연들은 정말 수도 없이 많다. 그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들을 만들 수 있었음은 달콤한 덤이다.


3. 그런데 요즘은 부쩍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왠지 잘 써야 할 것 같은 부담감과 함께, 나는 가볍게 시덥잖은 이야기도 좋아하는데 ‘감히 무엄하게’ 그런 이야기를 정제된 플랫폼에 남기기 부담스러워져서일 것이다. 정말 몇년만에 만난 분들도 항상 브런치 잘 읽고 있어요~ 하시는 말씀들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면서, 그만큼 기대에 상응하는 수준의 것들만 대령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가슴을 눌렀다. 왠지 내 인생도 항상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 같은 억지스러움이 짙었다. 나는 (보기와는 달리) 꽤나 감상적인 사람이고, 특히나 회사 밖에서 여러가지 모험을 하고 있는 요즘의 현실은 장밋빛만은 아니기에 그만큼 거칠고 두툼한 몽땅연필과 같은 오돌토돌한 일상의 습작들이 많다. 그래서 익명 블로그에 하나씩 하지 못한 나의 이야기를 하나 둘씩 쌓아올리고 있었다(필명은 비밀이다). 왜 내 브런치를 내 브런치라고 말을 못하니. 


4. 애써 부정하고 싶지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그 돈도 안 되고,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읽을지도 말지도 모를 그런 글들을 하나씩 써내려 가는 게 좋다. 글은 호숫가에 던지는 돌과 같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너무나도 광대한 호수에 작은 돌을 무심코 퐁당 빠뜨려도, 아님 일부러 큰 돌을 흐엇챠 들어 풍덩 던져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꼬옥 가닿아 파동을 일으킨다. 누구한테 갈지는 나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맞닿은 사람들은 이 얕게나마 어떤 동심원의 일원이 된다. 같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공명하고, 공감한다. 점들이 이어지면 다시 동심원을 이룬다. 그렇게 모여 산다. 요즘 다시 언급되고 있는 'weak tie의 힘'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각자 만들고, 겹쳐진다. 

5. 최근 그런 동심원들이 내게 준 힘들을 다시 곱씹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 둘씩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남들이 뭐라 하든 뭐 어때. 남의 귀에 거슬리지 않는 글을 억지로 짜내는 것보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 쌓아나가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다.  동심원의 한 점 한 점 다시 이어나가야겠다. 이리저리 글 거리들이 많은데, 그중에 <2022년 상반기 결산 - 최혜원의 일주일서>가 자꾸 발을 동동 거리며 출간해달라고 한다. 이번 상반기에는 47권을 읽었고, 기록했다. 카테고리를 또 너무 편독했나 싶어서 부끄럽지만, better late than never.


6. 이 글을 읽고 또 하나의 겹겹이 동심원의 점들을 찾을 수 있었음 좋겠다. 그리고 가끔 손 내밀어 주시면 꽤 좋아한다. 꽤 많이 좋아한다. 기대된다. 이쯤되면 나의 브런치의 구독 좋아요는 큰 힘이 됩ㄴ.. 특히 지식 컨텐츠와 관련한 협업 제안.. 이런 거 너무 사랑합니다. 아닌 것도 사랑합니다. 


P.S. 아니, 그런데 네이버 블로그처럼 수익화도 안되고 트래킹 애널리틱스도 그지 같은 브런치는 조금 아쉽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기쁨인 공유 트래킹 기능도 없앴다. 애플 같은 느낌인데 수익화는 안되는 고고한 느낌. 안드로이드 같은 네이버 블로그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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