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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x Sep 11. 2024

로켓을 만들고 있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발사가 불발된..

커머스 고래들 사이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낸 사자마켓의 비법은?!

때는 코로나와 함께 춘추 전국 커머스 시대가 펼쳐진 2021년, 1위 시장 지배자였던 이베이를 밀어내고 쿠팡과 네이버가 급부상했지만, 그 둘의 시장 점유율을 합쳐도 아직 30% 미만이었다. 여전히 전국의 칠웅들이 최강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시대’라는 프로파간다로 유튜버 신사임당이 촉발한 대 온라인 셀러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품’과 ‘가격’은 어느 플랫폼을 가든 비슷해졌다.

눈이 닿는 모든 곳에서 커머스 광고가 넘쳐났고 유례 없는 출혈 경쟁이 시작 되었다.

충분한 자금이 없었던 사자마켓은 광고비 없이도 유저 스스로 자발적으로 재방문, 재구매, 입소문까지 내도록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 해답이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믿었다.


득템의 희열! 그 경험을 디자인했다면 믿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는 쿠폰!에 “와, 횡재다!”라고 외치던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원하지도 않는 쿠폰과 포인트를 마구 던져주는 미끼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반대로, 유저가 스스로 쿠폰을 획득하게 만든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그냥 주어진 쿠폰보다 유저가 직접 미션을 통해 얻은 쿠폰의 사용률이 최대 5배 이상 높았다.

사자마켓은 거대한 뽑기판을 만들었다.

35,000개의 넓은 칸에서 유저들은 마치 땅 따먹기 하듯이 한 칸씩 뽑았다.

당연히 꽝이 허다한 지뢰밭 이었지만, 간혹 '3%쿠폰', '5%쿠폰', '10%쿠폰' 이 등장했다.

당첨된 행운의 주인공들의 닉네임과 쿠폰명이 전광판에서 반짝반짝 흘러나왔다. (너도 할 수 있어!)

이렇게 어렵게 얻은 쿠폰이라면? 유효기간 만료 전에 반드시 사용하겠다는 각오로 유저들은 상품 탐색을 시작한다.

그런데 뽑기권은 어디서 얻는 걸까? 뽑기 기회는 상품 구매, 리뷰 작성, 친구 초대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이 완벽한 선순환 구조! 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졌다. 왜일까?

쿠폰 당첨률이 너무 낮았다. 꽝이 너무 많았다. 온통 꽝이 즐비한 꽝 밭에서 누가 흥미를 갖겠는가?!

당첨은 당첨인데 비용이 나가지 않는 당첨을 만들어야 했다. 바로 (극악무도한) 조각 시스템!

'5%쿠폰' 조각 3개를 모아야 진정한 '5%쿠폰' 이 완성된다!

‘꽝’이라는 허탈한 경험을 줄이고, 딱 하나만 더 모으면 쿠폰이 완성 된다는 희망을 유저들에게 심어준다.

'10%쿠폰' 을 받으려면 '10%쿠폰' 조각 5개를 모아야 하는데, 1개, 2개까지는 쉽게 모아진다.

하지만 3번째 조각은 '5%쿠폰' 조각, 4번째는 '3%쿠폰' 조각이 나온다.

또 뽑으려 했지만 기회가 없다. 다시 친구를 초대하고, 이전에 얻은 쿠폰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리뷰를 작성하고, 다시 뽑기판으로 돌아간다.

재방문율, 재구매율, 쿠폰 소진율, 친구 초대 수가 상승하지 않을 수 없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완성이었다.

이 외에도 사자마켓팀은 마하급의 속도로 매일 새로운 가설과 실험을 반복했다. 수도 없이 실패하고, 레슨런을 통해 커머스와 게이미피케이션의 결합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 한파가 출발 하였습니다.

돋보이는 지표들로 꽤 괜찮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마이너스의 연속이었다. 판매자들이 가격을 낮추고도 문제가 없게끔, 우리도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만 받아왔었다. PG 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고, 여기에 쿠폰 비용까지 부담해야 했다. 손해를 최소화하도록 지출을 줄이고 줄여서 다행히 손실의 폭이 더 이상 커지지 않았지만 누적되는 적자가 거대한 산으로 돌변하는것은 시간 문제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그랬듯, 사자마켓도 가능성 이라는 숫자를 만들어 투자 받는것을 전제에 두고 시작 했었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겨울' 이라는 편지가 돌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당장 도장을 찍을 것 같았던 투자자들의 결정이 미뤄졌고, 밸류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일말의 오차도 없이 적자의 산은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있었다. 

이미 경쟁자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가던 홈쇼핑모아에 이어서 사자마켓이라는 신성장 로켓엔진이 달리는 줄 알았지만 어느새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 식솔이 되어가고 있었다. 버리긴 아깝고, 투자 없이 지속하자니 버거운 상황! 그 중심에 서 있는 나..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다가 방법을 찾은것 같아서 큰소리를 내기도 해보고, 망연자실도 하면서 초조하게 경영진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을때!

과연, 사자마켓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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