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가족과 독립해서 1인가구로 살았다곤 해도
부모님 댁과의 거리는 불과 차로 5분.
손만 뻗으면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거리.
고향을 떠나 본 적도 없기에
어린 시절의 친구와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리에서 그대로 살았다.
그래서 나는 감히 말하고 다녔었다.
"난 혼자 있어도 외로움따위 한번도 느껴본 적 없어."
그러다 얼핏 고향을 떠나고,
부모님 곁을 떠나
친구라곤 한 명도 없는 낯선 도시에 덜컥 떨어져 내렸다.
정든 곳을 떠나온 지 3개월쯤 지났을까.
내가 떠나온 곳에서 여전히
나없이도 즐겁게 지내는 이들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때야 깨달았다.
'아, 나 외로운 거구나.'
이게 외롭다는 감정이구나.
그저 만만하게 밥 한끼 같이 하자고 할
친구 하나 없다는 거,
이거 참 외로운 거구나.
이제야 깨닫는다.
외로움따위 한번도 느껴본 적 없다는 말.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그저 나는 좁디 좁은 세상만 아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