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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Oct 21. 2022

<부모 마음도 부모가 되어야 알 수 있다>

- 철이 든다는 것 


부모가 되어서 뒤늦게 깨달은 부모 마음 


 환아! 몸은 좀 어떠니? 지난주 집에 올라왔을 때, 편도염으로 며칠 째 열이 떨어지지 않는 너를 내 품에서 낫게 하지 못하고 기숙사로 다시 돌려보내야 해 속상했었다. 기차를 기다리는 순간 해열제 기운이 떨어졌는지 통화를 하는 너의 목소리에서 바들바들 떨림이 전해져 더 마음이 아팠단다.('아프지 말아라.')

 해열제 먹으면 쑥~ 내려갔던 열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몸 관절이 절절대며 아프다고, 항생제를 먹기 시작하자 먹은 것도 없는데 설사가 나온다고 그래서 짜증 날 정도라고, 목에 여러 개의 커터칼날이 꽂힌 것처럼 아파 침 한 방울 삼키기 힘들다고... 그러면서도 너는 통화 마지막에 "걱정하지 마, 내일이면 괜찮아질 것 같아. 엄마 아들 튼튼하다고~"라고 말한다. 

 

 엄마 편하라고 뱃속에서부터 순하디 순했던 너였단다. 홀로(외할아버지처럼 온전히 홀로는 아녔지만), 처음 육아를 해야만 했던 엄마 편하라고... 40도가 넘는 고열에 절절대면서도 엄마를 향해 칭얼거림이 없던 너였다. 고열로 온 몸이 끓듯 뜨거운데도 눈썹만 찡긋! 한 체 잠들어 있는 너였다. 오히려 그런 너의 모습에 놀라 네 코끝에 손가락을 대어 보기도 하고, 가슴에 귀를 대어 보기도 했다. 혹시나 네가 이대로 조용히 내 곁은 떠나버린 건 아닌가라는 두려움에 말이다.

 손가락에 네가 뱉은 뜨거운 숨결이 닿았을 때, 가슴에 댄 귀로 코_콩,코_콩~ 너의 심장소리와 너의 숨소리를 확인했을 때 안심했었단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열로 지글지글 끓는 작은 이마에 차가운 물수건을 갈라 올리며 "아픈 거 삼키느라 애쓰네. 엄마 힘들까 봐, 엄마 편하라고~ 우리 아들 효자네!" 말했다. 

<다섯 살, 너의 가을 어느 날>

 

"열은 떨어졌니?" 

"아니"

"설사는?"

"계속해"

"보리차 티백 사서 진하게 끓여서 마셔"

"보리차 끓일 데가 어딨어!"

"뭐 좀 먹었어?"

"목이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삼킬 수가 없어. 크림빵이 좀 부드러우니까 입에 녹여서라도 먹어보려고"

"설사한다면서 그거 크림빵 먹으면 설사 더 할 텐데..." 

"딱히 여기선 먹을 게 없어"

"친구한테 부탁해서 죽이라도 사다 달라고 하면 어때?"

"됐어! 친구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아파서 그런 거니까... 하...ㄴ..."

"엄마! 그만해! 엄마 때문에 더 아픈 거 같아! 시험공부해야 돼! 끊어요!"

 

 당장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데 좀처럼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아 너의 목소리엔 짜증이 가득 배어 있었다.

서운하다. ㅠ  ㅠ 하긴... 듣기 좋은 말도 반복해서 말하면 싫은데, 가뜩이나 아파서 만사 귀찮은데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말을 듣고 같은 대답을 해야만 했던 너의 처지도 이해가 된다. 그래도 그! 렇! 지!! 

 "너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 너 걱정해서! 이놈아! 너도 네 자식 키워봐라!! 그래야, 내 마음 알지!!" 

 요즘엔 결혼도 육아도 선택이라고 하던데, 환이는 꼭 부모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랑과 관심과 걱정과 찬사를 받고 자란 소중한 존재임을 알 수 있을 테니까.

 


<다섯 살, 너의 가을을 함께한 엄마>
<다섯 살, 너의 가을을 함께한 아빠>


 나중에 너도 꼭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봐라! 

 철없던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가 입에 달고 하셨던 말씀인데, 의사가 꼭 병에 걸렸던 경험이 있어야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야지만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 

 철이 든다! 는 것, 

 계절마다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인 "철 따라 낙엽이 들었다"에서의 ‘철’은 ‘알맞은 시절’을 뜻하는 ‘철(=제철)을 말하고, "아이들이 철없다" ‘철’은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을 뜻하는 말이다. 

 나무의 나뭇잎이 철 따라 점점 깊어지듯이, 아이도 철이 들면서 깊고 깊은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항상 부모 마음은 부모가 되어서야 제대로 느끼길 바란단다. 간접경험에서 오는 한계가 '부모 마음'이었으면 한다.

 부모가 처음부터 부모가 아녔듯이 아이를 낳고 그 키우며 겪는 많은 경험들을 통해 비로소 부모가 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도 함께 부모로 자라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너를 낳고 기르면서 외할아버지 모습을 본단다. 양육의 손길이 서툴러서, 더 좋은 걸 못 줘서, 더 잘 못 키워서 미안함, 그럼에도 잘 자라준 자식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또 너를 키우며 외할아버지가 키웠을 엄마를 본단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귀한, 내 목숨마저 망설임 없이 내어줄 수 있는, 마구마구 사랑을 쏟아부어도 더 부어주고 싶은 그 마음을... 

 그러니 너는 꼭 부모가 되어라 ^^ 그래서 오늘의 부모 마음을 부모가 된 너의 오늘에 알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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