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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말 없는 가격 협상을 위한
협상 공식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논란 사례 중심으로

 <상황 요약>

-2019년 6월 15일, 방송인 김제동은 대전시 대덕구 주관으로 한남대학교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강연이 열리기 전인 6월 5일, 김제동의 강연료 액수가 1시간 반에 1,550만 원으로 알려졌다. 고액 강연료 논란이 일면서 결국 김제동 강연은 취소됐다. 평소 진보성향의 방송인으로 나눔을 강조해 왔는데 언행 불일치라는 비판도 동시에 받았다. 

-말 잘하는 김제동은 왜 효과적인 반론을 펼치지 못했을까?   


<협상의 팁 1 ; 숫자에 앞서 기준(standard)부터 정하라>

-백화점에 한우를 사러 간 소비자가 100그램에 15,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너무 비싸다, 우리 동네 정육점에선 7,000원이면 산다. 내가 조금 더 낼 테니 9,000원에 합시다”라고 제안했을 때 주인에게 예상되는 반응은?  

1) 고객은 왕이니까 고객님 말씀대로 따라야죠

2) 나도 남는 게 있어야죠. 서로 반씩 양보해서 12,000원 합시다

3)이건 횡성 한우 1++ 등급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쌉니다. 싼 가격을 원하시면 이보다 낮은 등급의 한우를 추천드립니다  

-모든 가격 책정에는 합리성을 판단할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고기에는 등급과 원산지가 있고 예술품에는 감정가나 경매가, 부동산은 시세 또는 국토행정부의 실거래가 같은 것들이 있다. 이 기준을 무시하면 2) 번 방식처럼 가격은 일관성 없이 흥정하기 나름이란 불확실성과 불신을 낳게 된다. 그래서 모든 가격 협상에서는 숫자를 정하기 전에 어떤 기준(standard)을 적용할 지부터 정하는 것이 순서다. 

-강연료 책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부기관 같은 경우에는 박사 학위 여부, 자체적으로 정해놓은 등급, 조달청 또는 부처 내의 강사비 지급 가이드라인 등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연예인은 비슷한 인지도의 연예인이 받은 출연료, 본인이 유사한 행사에서 받았던 출연료 등이 가격 책정의 기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일반 강사료 기준과 연예인의 출연료 기준에 따른 금액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기준을 선택할지를 사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이 협상은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시간당 50만 원 대 1,000만 원 정도의 차이는 흥정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큰 차이다. 참고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강연 1회당 2억 원 정도 받으며 퇴임 후 500여 회의 강연을 통해 1,000억 원 이상의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그를 강사로 초청하고자 하다면 일반적인 강사료 기준으로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다. 유명인사 특별 강연이라는 예외조항을 만들기 전에는…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행사 한 번 할 때마다 매니저, 코디, 메이커업 등 많은 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인다. 이들이 공연 1회당 받는 금액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인기 걸 그룹들은 대학 축제에서 노래 3-4곡 부르고 몇 천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김제동의 소속사엔 6명의 직원이 있고 연예인은 김제동 1명뿐이라고 한다. 그곳에서는 문제가 된 대덕구 강의를 일반 강의 대신 소속 연예인이 진행하는 행사 중의 하나로 보았을 것이다. 다만 그 형식이 강의라는 것이다. 대덕구도 이점을 염두에 두었기에 1시간 반에 1,550만 원이란 강연료에 합의를 했을 것이다. 만약에 그를 인기 연예인이 아닌 일반 강사의 강의라고 생각했다면 그런 금액이 나올 수 없다. 당연히 강사섭외도 불발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강연회의 제목은 <대덕구와 김제동이 함께하는 청소년 아카데미>였다. 일반인 강사였다면 쓰기 힘든 제목이다.

-계약 당사자들이 이 기준을 명확히 인식했다면 고액 강연료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당당히 소명을 했을 것이다. 대덕구 측에서는 연예인 강사 기준에 따라 금액을 정했다고 하면 된다. 김제동 측은 연예인 몸값은 그의 자존심이자 인기의 척도다. 내 인기만큼 받을 것 받고 쓸 데 쓰는 것(기부금, 직원 급여 등)이 뭐가 문제냐.  받을 것 못 받고 쓸데 못 쓰는 것이 문제다라고 반문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협상 마인드 없이 김제동 측의 요구액을 두고 협상이 아닌 흥정 식으로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좌파 방송인이 그렇게 고액을 받아도 되느냐 란 비판에 직면했을 때 크게 당황해했던 것이다.    

<협상의 팁 2; 기준 없이 결정한 가격 협상의 결정적 단점은 뒷맛>

-기준 없이 서로 부르는 가격만 가지고 흥정한 협상은 잘했든 못했든 뒷맛이 나쁘다.

-예컨대 아파트 거래에서 파는 사람은 6억 원 사는 사람이 5억 원을 불렀다. 이때 1억 원 차이가 나니 반씩 양보해서 5억 5천만 원에 합의를 했다면 과연 이 계약에 만족할 것인가? 합의 당시에는 괜찮은 듯 보여서 합의했으나 집에 돌아가면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후회가 든다. “저렇게 반씩 양보해서 정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가격을 좀 세게 부를 것. 괜히 약하게 불러서 손해를 봤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상대도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즉 객관적으로 좋은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불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준 없이 진행한 협상의 맹점이다.

<협상의 팁 3; 기준이 정해 진후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 가치를 정하라>

-일단 기준이 정해지면 그 기준에다 가격을 더하거나 빼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예컨대 아파트 매매에서 먼저 그 아파트 단지에 대한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협상 시작의 기준(standard)으로 정했다고 치자. 그다음에 파는 사람 입장에선 “시세가 5억 원이지만 우리 집은 전망도 좋고 역이 가까워서 프리미엄으로 20%는 더 주셔야 합니다”라고 요구할 수 있다. 반면 사는 사람 입장에선 “전망도 좋고 역이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전망이라고 해도 특급 전망은 아니며 집으로 진입하는 골목이 좁기 때문에 불편하다. 더구나 이 집은 지은 지 20년이 다 돼서 대폭 수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프리미엄을 주더라도 5% 정도밖에 줄 수 없다” 등과 같은 반론을 제시할 수 있다. 이처럼 기준을 정한 다음 서로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 가치를 두고 조정을 해나가는 것이 진짜 가격 협상이다. 이런 협상은 끝난 뒤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서로 줄 것 주고받을 것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제동 협상으로 돌아가면 강의 주최자 대덕구는 이렇게 요구할 수도 있다. “일단 강사료는 1,550만 원으로 하되 그 금액에서 일부를 기부해 줄 것을 부탁한다. 당신은 평소 나눔을 강조하고 청소년과 소외계층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강사료의 일부를 대덕구의 소외계층 사업에 기부하면 김제동 이름을 붙인 상을 만들어 주겠다. 그럼 서로 윈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하면서 디스카운트 아닌 디스카운트를 할 수도 있다. 

김제동 측은 "요즘 방송 출연이 잦아지면서 내 인기가 예전보다 많이 올랐다. 최근엔 상도 하나 탔다. 그러니 기준 시세에서 10%는 더 책정을 해주어야 한다"라고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다.  

<요약>

 협상 제일 관심사는 가격 협상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숫자에만 집착하다 협상 후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서  협상의 고수는 숫자 이전에 기준(standard)부터 합의하고 그 후에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 협상을 통해 불만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협상 #가격 협상 #김제동 #기준 #스탠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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