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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막무가내를
WTO서 입증한 협상 공식  

김승호 한국 측 수석 대표의 WTO 일반 이사회 발표 사례

<상황 요약>

-미 해병대를 소재로 법정 공방을 다룬 영화 <어 퓨 굿 맨>. 가장 극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나온다. 재판정에서 검찰관(중위, 톰 크루즈)이 사병 사망의 배후로 지목된 부대장(대령, 잭 니컬슨)의 발언에 모순이 있음을 추궁한다. 이에 흥분한 부대장이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피의자(잭 니컬슨)가 스스로 군법 위반 사실을 진술한 것이 되어 법정구속을 당하고 만다. 검찰이 설치한 덫에 피의자가 걸려든 것이다. 이와 유사한 상황에 WTO 회의장에서 연출이 되었다. 

- 지난 7월 23-24일,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 이사회. 전 세계 164개국 회원국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대표 김승호 산자부 실장은 경제제재를 가한 일본에게 거듭 대화를 제의 하지만 일본이 계속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자기주장만 하고 문제 해결엔 관심 없는 일본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는 각국 대표들이 “일본의 관심사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한국을 골탕 먹이는 것” 이란 사실을 쉽게 유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WTO 일반 이사회는 제소한 나라(한국)가 먼저 발표하고 이어서 제소당한 나라(일본)가 반론을 한다. 발표 순서만 놓고 보면 일본이 더 유리하다. 그런데도 일본과의 여론 전에서 한국이 이겼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의 선전 배경에는 어떤 전략이 있었을까?


<협상의 팁 ; 누가 제1 협상 타깃인지부터 정하라>

-마케팅 전략 수립의 첫 번째는 STP다.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누가 타깃인지부터 정한 후에 그들을 공략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한다. 타깃이 바뀌면 그다음 계획도 다 바뀌어야 한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이번 협상의 타깃이 누구인지부터 밝힌 후에 그들에게 효과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둘이서 협상할 때는 상대방이지만 WTO처럼 중재자가 끼어 있을 때는 제삼자가 협상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지난 7월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를 의제로 한 한미일 의원회의가 열렸다. 아쉽게도 한일 양국이 얻은 소득은 아무것도 없다. 참석 의원들이 명확한 타깃 설정과 목표에 대한 고민을 안 했기 때문이다. 

-경제제재 상황처럼 서로 입장 차가 큰 이슈에선 상대방과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그렇다면 옵서버로 참가한 미국의 지지를 얻는 것이 협상의 목표여야 한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미국을 그냥 방관자로 둔 채 서로를 겨냥해 설전만 펼쳤다. 확실한 물증 없이 갑론을박을 되풀이하는 것은 감정싸움만 부추길 뿐이다. 

-회의에 참가했던 의원들의 발언 속에도 그런 문제점들이 잘 드러나 있다. “경제보복이나 강제징용과 관련해서 일본 측에서 거칠게 얘기해 저희도 그에 대응해 비슷한 수위로 얘기하기도 했다(민주당 박경미)”, “일본 측은 수출규제가 과거사 문제와는 별개이며 무역 문제가 아니라 전략물자 문제라는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을 견지했다. 우리는 전략물자 수출 규정을 위반한 적 없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바미당 이상돈)”, “일본 자민당 의원들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듣고 상당히 준비를 해왔다는 느낌을 받았다(자한당 최교일)". 한편 미국 측은 한·일 갈등 심화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한쪽을 편드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마디로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들만 했다는 뜻이다. 상대를 납득시킬만한 결정적인 카드가 없었고 갈등 중재자 역할이 기대되는 미국 의원들의 호의를 살만한 어떤 시도도 없었다. 

-그러나 WTO 일반 이사회의 한국 대표 김승호 산자부 실장은 달랐다. 협상 타깃과 목표 그리고 실행전략이 분명했다. 

-WTO에서의 진행 절차는 한국이 먼저 제소 이유를 설명하면 이어서 일본이 반박하는 순이었다. 그리고 2시간 정도의 식사와 휴식시간을 가진 후 제3 국 회원들의 의견을 듣는다. 한국의 설명에 대해 일본이 반박하고 나서면 갑론을박 상황이 되기 때문에 제삼자들이 한국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 대표단은 통상적인 방법 대신 다른 전략을 택했다. 협상의 제1 타깃인 참가국 회원들에게 일본의 부당성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행동으로 보고 느끼게 만든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김승호 대표; 일본의 경제제재가 부당하다는 것을 짧게 발표. 대신 의장에게 대화 중재를 요청함. 한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에 계속 대화를 제의하고 있으나 일본이 계속 거절하고 있다. 마침 양국 대표가 제네바에 와 있으니 일본이 대화에 응하도록 의장이 직접 나서 달라고 요구함.

2) 일본 대표; 기존 주장만 되풀이. 김승호 대표의 대화 제안엔 일언반구도 없음

3) 오찬 및 휴식

4) 본회 속개 후 의장 행동; 양국 발표 들었으니 의견 있는 나라는 발표를 하라고 요구함 -의견 발표 국가 없음-사안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

5) 김승호 대표; 아까 일본이 대화에 나서 달라고 의장에게 요청했는데 아직 피드백을 못 받았다. 

6) 의장; 일본 대표는 나와서 대화 제의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7) 일본 대표; 한국과의 대화를 거절함. 거절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기존 입장만 되풀이

8) 김승호 대표 ;"세계 각국 대표가 보셨다시피 일본은 상대국 나라의 최고위 관료가 같은 업무를 보고 있는 관료에게 공개석상에서 제안한 논의마저 타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거절했다. 이 행위는 일본은 자기가 행한 행위의 결과를 직시할 수도 없고 그 행위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떳떳하게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 자기의 행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한다”라고 언급함. 

즉, 일본의 막무가내를 말로 설명한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고 느끼게 만듦으로써 참석 국가 대표들이 한국 입장에 동조하도록 만들었다. 비결은 정확한 타기팅과 목표 반응 설정이다.


<요약>

-모든 전략의 출발은 타깃 분석에서부터 시작된다. 협상 전략도 마찬가지다. 먼저 협상 타깃을 정하고 그들로부터 얻어 낼 목표 반응과 실행방안을 준비하라 


#협상 #WTO #김승호 #타깃 #협상 공식 #전략 #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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