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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Jan 19. 2021

엄마는 똑똑이야

애 키우는 아줌마가 뭐가 무식하냐.

예전엔 아줌마라는 왁스의 노래도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워낙 아줌마를 낮게 보는 경향에 나도 동참을 하여, 나만큼은 무식하지 않고 우아한 아줌마가 되겠노라 생각했다.

몸매 관리도 하고, 책도 읽고, 육아휴직 기간에 공부도 하는....근사한 워킹맘!




나는 매년 자격증을 딴다. 전공과는 상관없는 소방자격증까지 땄다. 직장은 내 커리어의 안정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직을 할 것이고, 나는 다양한 길을 열어두고 싶다.

이 문제는 각설하고.


그 자격증들 따는 것보다
육아는 더 많은 지식을 요구한다.



리틀휴먼은 4개월쯤 뒤집으며,

로타텍은 어디 의원이 저렴하며, 그 의원에 주차하는 방법은 어떠하며,

6개월에 시작한 이유식은 무슨 재료를 넣는지 공부하며,

공룡 이름은 무엇이며,

자동차 이름은 무엇이며 저 부위(?)이름은 무엇인지

쉴새없이—그렇다. 정말 쉴 새가 없다!—외우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동안 내가 생각한 공부는 이런 건 아니었다. 그러나, 보라.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족족 표지를 찢어 새 책으로 보상해야 하고, 공부하려고 펼친 책 위에는 낙서를 해놓는다. 현란한 볼펜놀림과 아직 힘조절이 안 되는 통통하고 작은 손근육은 심지어 페이지를 찢기도 한다. 감히 공부를 하겠다고 책을 꺼내놓을 수가 없다. 몸매관리? 안 먹으니 빠진다. 예쁘게 안 빠질 뿐이지. 역시 인생. 마음대로 안 된다. 이걸 진작 깨달았어야 했는데.



 내가 보기엔 타이어 있고 사이드미러 있는 게 다 똑같아보이는데 뭔 차 종류가 이리도 많은지 아이가 브로마이드의 차를 가리키면 나는 이름을 말해줘야 하고, 멀리서 보면 보이지도 않는 글자 크기로 인해 아예 푸조107, 지프 패트리어트,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외운다.


 같은 책을 수백번 반복해서 읽어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다 못해 내용을 줄줄 외운다. 내 인생 관심도 없던 공룡 이름과 식성을 공부하며, 나름 영어조기교육을 해보겠다고 영어동요를 불러주다 암송해버렸다. 어찌되었든 나는 뇌에 주름을 더 채워넣고 있다. 체감은 공부할 때보다 2배는 빡세게. 아이 낮잠을 제외하면 내내 강제 공부시간이기에.


진짜 아줌마가 되려면 공부량 장난 아니에오. 각오하고 들어오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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