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의 책읽기
1. 마커스 드 사토이,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반니
2. 장수연,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라이킷
3. 김상욱, <김상욱의 양자 공부>, 사이언스북스
2020년 4월에 읽은 책은 총 세 권이다. 월 네 권이 목표인데 진도를 바짝 빼지 못한 이유는 벽돌책(<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이 하나 끼어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 때문에 <김상욱의 양자 공부>까지 찾아 읽게 되었으니 세 권이라도 읽은 게 다행이다.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는 과학지식의 한계를 다루며, 과학이 결코 알아낼 수 없는 지식은 과연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과학이 알아낼 수 없는 지식이 무엇인지 아마 앞으로도 결코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이 결론을 위해 과학이 탐구해온 지식의 경계를 살피는데, 저자 마커스 드 사토이의 본업이 수학자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수학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만약 물리학자나 화학자가 같은 주제를 썼어도 비슷한 구조였을지 읽는 내내 궁금했다.
과학은 스스로 반증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할만하다. 물론 실제 과학이 수행되는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지닌 미덕이 분명히 있다. 비록 직접 과학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과학자들의 성취를 살펴보는 일은 약간 괴로우면서도 즐겁다.
장수연은 MBC 라디오 PD다. 나는 원래 라디오 PD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았다. 한때 나름 라디오를 즐겨 들은 적도 있다. 그의 책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은 대체로 라디오 PD라는 직업의 여러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 솔직함 덕에 PD로서의 특권 의식마저 본의 아니게 비치는데, 이마저도 이 직업을 대하는 그의 태도 - 진실하고 성실한 태도 - 덕에 큰 허물처럼 보이진 않는다. 라디오 시대가 이미 저물었다고들 하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존재한다. 시대가 저물었을 뿐 라디오 방송은 아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라디오 PD라는 직업 역시 여전히 매력적이다. 나도 그 지겨움을 사랑하게 되고 싶다.
<김상욱의 양자 공부>는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를 읽고 생긴 양자역학에 대한 관심 때문에 펼쳐 들었다. 우리에게 양자역학은 왜 그리도 생소한가. 학문의 역사가 짧아서는 결코 아니리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양자역학을 이해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천재이거나 정신병자이며, 대체로 후자일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는데, 기독교의 삼위일체론과 비슷한 맥락의 농담이라 인상에 남았다('삼위일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교리가 있다면 그것이 곧 이단이다!'는 식). 그 때문인지 엉뚱하게도 양자역학을 향한 관심이 기독교 변증으로 흘러가고 있다. 5월에는 '배교한 무신론자가 읽는 기독교 변증'이 책읽기 주제 중 하나가 될 듯하다.
4월의 책읽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