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k Oct 17. 2021

무조건 글쓰기 #8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여가를 무엇으로 채우냐에 따른다.'


직업은 정체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도 본질은 아니다. 어느 정도 강제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가 시간에 무얼 하느냐는 거의 전적으로 여가를 보내는 당사자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여가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이 전제를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엔 어쩌면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여가를 제대로 즐기는 일은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즉각적이고 소모적인 취미를 여가라고 하는 것에 반대한다. 여가를 즐기는 일은 여가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쌓아 올리는 과정을 포함하다. 그러나 우리의 여가는 쉽게 우선순위를 내주곤 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직업을 궁금해하기보다 그 사람이 퇴근 후, 또는 휴일에 무엇을 하는지를 궁금해해야 할 것이다. 충분히 친해져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더더욱 본질에 가깝다. 그러나 나 역시 내세울 것이 없다. 가끔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책은 거의 항상 읽고 있지만 전처럼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이 브런치에 '무조건 글쓰기'라는 제목을 붙이기 시작한 것도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얻고 싶어서였다.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고민이 시작된다. 억지로 만드려고 애써야 형성되는 것이 정체성이라면 그게 정말 나의 본질인 걸까? 결국 이 모든 것은 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는 어떤 못된 습성에서 비롯된 균열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주 짧은 리뷰 - 밀도는 낮고 감정은 풍부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