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USB 유감!
딴지 거는 같아서 죄송하지만, 남북관광 관련 좋은 분위기에 좀 제동 좀 걸어야 겠다!
뭐! 아주 나쁜 뜻은 아니니깐!
어제 몇몇 언론 기사에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USB를 건넸다고 전했다. (기사내용: 문 대통령, 김정은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담은 책자·USB 건넸다) 그 USB 내용은 앞으로 북측이 지향해야 할 경제협력, 즉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내용으로 관광분야가 언급되어 있다고 한다. 그 안에는 금강산과 백두산 관광을 포함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도 전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악했다. 오 마이 갓! 백두산과 금강산이라니.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등산을 좋아한다고 산이라니. 정말 산으로 간다. 혹시 10년 전이라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은데. 사실 금강산 관광이 아주 성공적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초기 크루즈를 타고 가다가 그 흥미가 덜하여 방문객이 감소하자, 더 빨리 갈 수 있는 쾌속선을 도입하였다. 그 이후에는 관광객이 감소되어, 육로로 다시 금강산 방문을 하게 되었고, 이 또한 모객이 잘 되지 않아서 결국 금강산 수학여행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상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왜 일까? 산이기 때문이다. 금강산을 사람들은 왜 갈까? 금강산 관광에 대해 썼던 논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그 먼, 그리고 비싼 금강산을 간 이유는 북측이기 때문이다. 북측의 신기함,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정작 금강산에 가면? 그냥 산이다. 북측 안내원이 간간히 있기는 하지만 뭐 거의 이야기 나눌 수 없다. 숙소와 식당이 있는 온정각은? 북측 사람? 없다. 조선족뿐이다. 금강산까지 가는 온정리 마을은 철조망으로 보이는 앞부분이 볼 수 있는 전부이다. 실제가 아닌 “무대화된 고유성”이다.
만약 백두산은 물론 금강산과는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다. 물론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그 백두산이다. 그런데.. 사실 백두산도 산이다.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 그렇게 등산만을 하는 민족이 되었던가.
진짜, 남북관광이 이루어지려면 이제는 도심이 중심이 되는 문화관광으로 접근이 필요하다. 평양에 가서 대축전 보고, 옥류관 가서 냉면 먹고, 류경호텔에 가서 잠자고 하는 다채로운 체험이 수반되어야 한다. 개성에 가서 성균관과 박연폭포 보고, 선죽교의 피를 보며, 개성약반도 즐겨야 한다. 관광이란 원래 그 지역의 냄새를 맡으러 가는 것이니깐.
이번에 백두산과 금강산 관광을 품은 계획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주었다면, 그걸 계획한 사람은 남북관광 전문가가 아니거나, 여행을 즐겨본 사람이 아니다. 여행을 즐겨본 사람은 그렇게 주구장창 산을 고집하지 않는다.
등산은 벌써 여행트렌드에서 지났다구요!!
나는 그렇게 금강산을 몇 번이고 갔었어도, 지금 기억이 남는 것은 금강산의 모습이 아니다. 사실 금강산은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온정각에서 공연한 북한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 그리고 금강산 옥류관의 평양냉면이었다. 이제는 조금 거시적으로 그냥 떠오르는 것만을 접근하지 말자. 금강산? 백두산? 매우 올드한 접근이다. 이렇게 접근했다가는 남북관광 재개되어도 한 동안만 사람들 관심에 몰리다가 몇 년 후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수학여행 등 금강산관광비용 보조 이전, 내게는 금강산 관광 모객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음. 개인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그 USB를 열지 못했길 바란다. USB를 컴퓨터에 꽃았는데 한컴 프로그램이나 워드 프로세서가 안 깔려서 못 보면 더 좋겠다. 그나저나 진짜 그 파일은 무슨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는데, 북측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공무원들 한컴 쓰는데 진짜 한컴으로 작업해서 보내줬다면 그건 징계감이다!
남북관광. 이제는 가슴이 뛸 수 있도록 여행자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희망해본다.
필자 정란수는 여행을 다니며 책쓰고, 먹고사는 "한량"입니다.
현대백화점 금강산관광사업부에서 잠깐 근무하였고, 설악-금강 관광개발계획, PLZ 관광자원화방안, PLZ 광역관광개발계획 등 남북관광 관련된 연구, 금강산 관광 성과-만족 분석이나 개성관광의 비용편익분석 등 논문도 쓰고하며 남북관광에 대해 역시 잠깐 맛보았지만 뭐 그것도 매우 오래전 일이네요~ ^^
그냥,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관광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유쾌한 바람을 쓰고자 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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