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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란수 May 03. 2018

DMZ 평화 사파리를 만들자!

뜬금없는 남북 평화관광 사업 아이템 #1

남북정상회담 이후 DMZ 지역에 대한 활용방안이 아마 앞으로 많이 이야기나올 것 같다. 그동안의 남북대치상황인 DMZ 지역 즉, 비무장지대에서 실질적인 평화지대로의 변화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DMZ라는 말을 PLZ로 불리자고 한국관광공사에서는 10년전에 논의한 바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보니 묻혀버렸다. 하지만, PLZ 즉, 평화생명지대라는 뜻은 지금보면 상당히 앞서갔던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장한 PLZ의 개념 (한국관광공사, 2008. PLZ 관광자원화 방안 中)


평화생명지대의 이용 방안 핵심은 현재까지는 평화공원인 듯 하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어 왔다. 그러다보니 다시 DMZ 평화공원을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기사: DMZ 평화공원 다시 추진한다.) 관광분야 일을 하면서 가장 어이없을 때가 생태 및 경관이 훌륭한 지역에 공원을 세운다는 발상을 마주할 때이다. 이미 주변지역이 인위적인 공원보다 훨씬 훌륭한 생태자원을 갖고 있는데, 다시 공원이라니! DMZ지역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공원인데 말이다. 


주변이 생태자원으로 풍부한데, 생태공원이 또 필요해?


보다 실질적인 활용방식이 논의되면 어떠할까? 평화공원을 만들어 인위적인 장소를 만들고,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관리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DMZ 지역이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만큼, 그곳의 상징성과 완충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는 활용방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의미에서는 오히려 생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그 지역을 둘러보는 사파리로서의 활용이 더 실용적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사파리의 어원을 살펴보자! 원래 사파리(safari)란 단어는 스와힐리어로 여행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아프리카에서 수렵하는 행위를 의미하였으나, 요즘은 사냥이 금지된 경우가 많으므로, 자동차를 타고 동물들을 구경하고 경관을 감상하는 활동 등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종류에 따라서는 워킹사파리, 자동차사파리, 보트사파리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아프리카에 가서 개인적으로는 여러 사파리를 경험했는데, 이러한 사파리 활동은 DMZ 지역에서 충분히 적용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아공의 대표적 사파리 체험이 가능한 크루거 국립공원은 크기가 국내 경상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대규모를 자랑한다. 당연히, 입구도 여러 곳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 입구에서는 입장료를 지불하고, 무기 소지 여부 등을 체크하며, 당일 여행인지, 몇 박 숙박을 할 것인지를 확인 후, 차량 검사까지 한 다음 들어가게 된다. 


크루거 국립공원 입구


들어가서는 자유롭게 동물들을 관찰하게 된다. 차에서만 내리지 않는다면 창문을 여는 것은 허용된다. 포장된 주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다시 비포장도로 샛길이 나오게 되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모든 길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DMZ에서는 이러한 자율성은 불가능하겠으나, 기본적으로 크루거 국립공원에서의 여행객들은 자유롭게 다니면서 동물들을 관찰하게 된다. 


주 도로를 다니다가 동물들이 출현하면 동물을 감상할 수 있고, 또 비포장도로 샛길로 들어갈 수도 있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휴게소와 숙박시설도 존재하며, 국립공원에 따라서는 워킹 사파리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코스도 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스와질란드 밀와네 국립공원 내 숙소 및 워킹사파리 모습 



조금 뜬금없겠지만, 아니 많이 끈금없겠으나, DMZ 평화 사파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DMZ에는 물론 사자도, 기린도, 코끼리도 없다. 그래도 노루와 수달과 멧돼지는 있다. 삵도 족제비도 볼 수 있다. 오히려 그동안 아프리카 생태계와는 다른 또 다른 동양의 동물 생태계 관찰이 가능하다. 이 희소성이 가능한 곳이 바로 DMZ 평화 사파리 지역이다. 아프리카 사파리에서도 빅5라 불리는 물소, 코끼리, 사자, 표범과 코뿔소를 찾는 것도 재미이지만, 운전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초식동물들을 바라보는 것도 큰 기쁨이다. 평화 사파리 지역의 동물들을 하나 하나 만나는 것 자체가 여행자에게는 큰 감동을 준다. 


DMZ에서 뛰어다니는 노루 (이미지 출처: 조선일보)


둘째, DMZ 사파리에는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스토리와 역사가 있다. DMZ 지역의 생태계가 아주 천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의견이 분분하다. 남북이 시계를 확보하기 위해 일정한 시기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전쟁으로 인하여 지뢰나 포탄으로 인하여 평소에 보지 못한 식생이나 식물 모습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부분은 사파리를 개발하더라도, 천연의 자연을 볼 수 있는 곳과 전쟁으로 부터 만들어낸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을 나눌 수 있다. 


전쟁의 불행한 역사와 생명의 탄생이 공존한다 (이미지 출처: 고성 DMZ 박물관)


셋째, 현재의 상태에서 지뢰 제거 및 도로 인프라, 휴게소 등의 설치 등을 통하여 바로 실행이 가능하다. 공원 만드는 것은 그만큼 부지 확보도 엄청나게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관리운영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매우 슬프게도 철원에 평화문화광장이 조성이 되었는데, 현재 그 평화문화광장은 실질적인 활용이 전혀 안 되고 있다. 공원이나 광장은 너무 인위적인 발상이다. 


철원 평화문화광장. 민통선에 위치하여 있다보니 평상시 거의 쓸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넷째, 남북평화를 위한 구상과 현재 갖고 있는 자원 활용에 가장 최적의 방안이 된다. 남북평화를 위하여 관광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완충지대가 필요하며, 인위적 개발이 아닌 현재 상태에서의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서서히 통합이 되는 과정에서 현재까지의 생태적 완충지대를 유지하고, 그리고 그동안의 아픈 역사를 장점으로 극대화시켜 동북아시아에서 보기 힘든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자원으로 지속 유지하는 것. 그 방법은 지금의 자원을 그대로 갖고, 이를 보전적으로 활용하는 길이라 판단된다. 


남북이 인위적으로 개발하고, 모이고, 함께 즐기는 장소는 다른 도심 지역이어도 충분하다. 그동안 이야기 나온 금강산이나 백두산, 묘향산도 좋고, 더 나아가서는 평양이나 개성, 함흥이나 원산도 나쁘지 않다. 여기에 북측 사람들이 남측 서울이나 제주에 온다면 더더욱 바람직하다. 남북 경계라는 공간적 특성만을 위해 관리운영도 어려운 공원이나 광장을 만드는 것. 당장은 괜찮은 발상같아도, 실제 사용처가 명확치 않아 금방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내가 남북 평화 사파리를 만든다면, 내 차를 그대로 타고 들어갈 수 있게 한 다음, 마음껏 DMZ 지역의 뛰어노는 동물들을 보게 만들고 싶다. 북측 안내원의 사파리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것이다. 중간 휴게소에서는 옥류관 DMZ지점에 들려 평양냉면을 먹고, 대동강 맥주도 쇼핑하고 싶다. 돌아다니다가 기정동 마을 내 려관에서 1박 하는 것도 좋다. 그곳에서 속도전떡도 먹고, 코코아탄산단물도 마시고 싶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자원이 있다. 외국인들도 꼭 한 번 와보고 싶게 만드는 그러한 DMZ 평화 사파리를 만들고 싶다!! 


해금강에서의 북측 안내원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 사파리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필자 정란수는 여행을 다니며 책쓰고, 먹고사는 "한량"입니다. 

현대백화점 금강산관광사업부에서 잠깐 근무하였고, 설악-금강 관광개발계획, PLZ 관광자원화방안, PLZ 광역관광개발계획 등 남북관광 관련된 연구, 금강산 관광 성과-만족 분석이나 개성관광의 비용편익분석 등 논문도 쓰고하며 남북관광에 대해 역시 잠깐 맛보았지만 뭐 그것도 매우 오래전 일이네요~ ^^


그냥,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관광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유쾌한 바람을 쓰고자 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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